당신의 꿈이 하얀 밥에 담겨 있습니다

봉하쌀 주문하여 직접 먹어보니

등록 2009.11.17 10:59수정 2009.11.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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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쌀 택배 담백한 포장지에 싸인 봉하쌀이 왔습니다. ⓒ 김종길


지난 10월 중순경 아내와 아이와 함께 봉하마을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장례 전에 한 번 그리고 그 후 6월에 다시 다녀왔지만 묘역을 조성한 후 가본 적이 없어 들렀습니다. 마침 벼가 누렇게 익어가던 가을 들녘을 보던 아내가 올해는 봉하쌀을 사서 먹어보자고 하였습니다. 몇 해 전만 해도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시던 부모님께 쌀을 대어먹고 있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노모 홀로 겨우 텃밭만 돌보고 있는 상황이라 근래에는 시장에서 쌀을 사먹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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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쌀 택배로 온 상자에는 2.5kg 봉지 2개가 담긴 우렁이쌀 5kg이 있었습니다. ⓒ 김종길


봉하마을에서 돌아온 며칠 뒤 아내는 봉하마을 홈페이지에서 쌀을 주문하였습니다. 주문한 쌀은 봉하 우렁이쌀 5kg이었습니다. 2.5kg 봉지 2개를 담은 1상자라 하더군요. 가격은 20,000원이고 택배비는 2,500원 별도였습니다. 오리쌀도 있었는데 1kg 봉지 3개를 한 상자로 해서 3kg에 13,200원(택배비 별도 2,500원)이었습니다.

아내 이야기로는 이 두 종류(오리쌀, 우렁이쌀)의 쌀로 각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상품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일반쌀보다는 약간 높은 가격이었으나 여느 친환경 쌀과는 비슷한 가격대라고 아내는 말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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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쌀 봉하쌀에 대한 설명과 도정일자가 2009년 11월 6일로 정확히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 김종길


주문한 지 2주가 조금 넘은 지난 11일에 봉하쌀이 드디어 도착하였습니다. 수확과 도정 과정, 그리고 주문이 밀린 탓에 늦어졌다고 하더군요. 쌀은 다 똑같은 쌀이겠거니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와 저에게는 조금 각별한 쌀이었지요. 밥을 짓기 전에 사진 먼저 찍었습니다. 아내는 직업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저는 이 첫 구입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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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쌀 밥알이 윤기가 나고 고슬고슬합니다. 그러면서도 차졌습니다. ⓒ 김종길


이제 밥을 해야 한다는 아내의 강권에 카메라를 치우고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그냥 이 쌀로만 밥을 해보자고 말입니다. 여러 잡곡을 섞어 매번 밥을 짓는 아내는 의아해했지만 봉하쌀 그대로의 향과 맛을 보자는 저의 제안에 동의하였습니다.

밥을 솥에 안치고 난 후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습니다. 여느 쌀과 똑같은 밥이 될 줄 알면서도 뭔가 다른 밥이 될 것이라는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밥이 되었다는 신호가 왔고 그릇에 밥을 푸자마자 사진을 잽싸게 찍고 밥을 먹어 보았습니다.


햅쌀 특유의 고소한 향이 진동을 하였고 밥이 참 차지면서도 밥알 하나하나가 씹는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가을 수확 후 처음 먹어본 햅쌀의 고소한 기억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그날 오랜만에 쌀밥이 주는 행복에 식구들은 맛있는 식사를 하였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농촌을 살리겠다는 당신의 꿈이 하얀 밥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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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하쌀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으로 인해 뒤늦게 6월에야 시작한 봉하마을 생태공원 앞의 모내기 장면 ⓒ 김종길

#봉하쌀 #봉하마을 #우렁이쌀 #오리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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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미식가이자 인문여행자. 여행 에세이 <지리산 암자 기행>, <남도여행법> 등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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