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직원은 1시간 정도 강풍과 무릎까지 차는 눈길을 뚫고 드디어 사고자 A, B와 만날 수 있었다. 이때 시각이 1시 30분. 출동한지 6시간 만이었다. 둘 다 바위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30대 중반의 A는 복장이 든든해 상태가 좋았으나 30대 초반의 B는 체구가 작고 복장이 허술해 이미 몸이 경직되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다. B는 가냘프게 말했다. "날 제발 살려 주세요…"두 직원의 인도로A는 걸어갔으나 B는 제대로 서지 못해 업었다가 내렸다가, 나중에는 구조자도 지쳐서 눈 위를 질질 끌고 가는 형국이었다. 표고 1,300m 고지대 능선에서. 혹한기의 한 밤중 살을 에는 강풍에, 허리까지 차는 눈길을 러셀을 해가며 사람을 이동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무모한 구조작업이기도 했다…구조에 동원된 인원은 총 56명이다."-<설악산과의 대화> '절체절명의 마등령 구조 스토리' 중에서
- 레인저의 의미와 하는 일은?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에서 자연과 사람을 상대로 근무하는 직업인을 레인저(ranger)라고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단어이다. 자연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야생 환경에서의 위기대응능력을 갖고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안내정보 제공, 안전관리, 자연교육 등의 역할을 두루 하는 직업으로 적당한 우리말이 없다. 그래서 영어권 이외의 나라에서도 그냥 레인저라고 부른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연보전과 탐방객 서비스이다. 자연의 현재 상태와 문제점을 알기 위해 정기적으로 자연조사,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야생동식물을 복원하거나 사람이용을 제한하기도 한다. 외에 지역 협력 업무가 있다."
- 레인저로서의 장점과 보람은? "건강한 자연은 우리의 건강과 몸을 건강하고 순수하게 한다. 늘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우리가 하는 일 특성 상, 다양한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다보니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갖추게 되는데, 이는 인간관계에 좋은 것 같다. 회사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과 국토를 위해 일한다는 명예감도 장점이랄 수 있다. 내 손길에 의해 되살아나는 자연을 보거나 내 정성으로 등산객들이 안전한 산행을 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을 느낀다.
- 레인저로서의 단점은? "근무지가 대부분 시골지역 혹은 산과 접한 외곽이라 가족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고 남들 쉴 때 근무하는지라 가족, 친구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는 고독한 직업이다. 또, 수많은 탐방객과 지역주민을 상대로 무엇을 하라고 권하기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고 때론 스티커도 끊고 고발도 해야 하기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 직업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산꼭대기를 줄달음치거나 장거리 산행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관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고지대 대피소 근무의 경우 고산병, 원거리 섬에서 근무할 경우 우울증이 생길 수 있는 등 체력적, 정신적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 레인저는 어떻게 어떤 경로로 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매년 1-2회의 공채를 하고 있다. 행정직(인문/사회/언어/법학), 자원조사직(생태/환경/문화), 순찰/안내/해설직, 기술직(토목/건축/조경)으로 직종을 구분하고 있어 지원 자격은 매우 광범위하다.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많은 자격증, 자원봉사점수, 공원관리 관련 경력점수 등이 중요하고, 면접에서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심성과 적응력이 있는지, 진취적인 리더십이 있는지 등을 주로 평가한다. 구체적인 채용정보를 공단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저자 프로필:1987년 국립관리공단에 입사, 현재까지 8개 국립공원에서 근무했다. 본부 자연보전부장 등을 거쳐 북한산(도봉산), 월출산, 지리산(남부)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일한 후 2007년 8월부터 2009년 1월까지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소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본부 자원보전처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지리산 반달곰 복원 등이 주요 업무라고 한다. 책속에는 저자의 이런 활동이 바탕이 된 이야기와 레인저들의 세계, 구조 일지, 국립관리공단의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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