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야 독감아 오지마라, 따끈한 유자차 준비했다

철따라 새로 쓰는 우리 마을 절기 이야기(26)

등록 2009.11.18 20:55수정 2009.11.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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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고 있습니다. 평년 기온이 5.9도였다는데 어제 평균기온은 영하 1.1도였다니 이렇게 기온이 오락가락해도 되는 건지 걱정스럽습니다. 마을 곳곳 집 앞마당 작은 텃밭에는 미처 거두지 못한 갓, 알타리, 배추 등이 홀딱 얼어버렸습니다. 동장군과 함께 기세를 떨치는 감기와 독감, 이를 이겨내기 위해 먹을거리부터 일상 생활을 하나하나 돌아보고 건강한 마음과 몸을 가꾸기 위한 지혜와 실천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추운 겨울 먹을거리로 몸의 기운을 북돋우는 지혜 중 하나가 바로 유자차입니다. 본초강목에는 유자를 상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이 길어진다고 했으며, 동의보감에서는 술독을 풀어주고, 술 마신 사람의 입냄새까지도 없애준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방향제, 소화불량, 입맛이 없을 때, 기침을 다스리거나 가래를 삭일 때 많이 먹었던 음식이랍니다. 동짓날 얇게 저민 유자를 띄워놓은 물에서 목욕을 하면 일년 내내 감기가 걸리지 않는다는 민간요법도 있다고 합니다. 입동에서 소설로 넘어가는 이 시기가 유자를 수확하는 제철이니 싱싱한 유자를 구해 유자차를 만들어 놓으면 겨우내 건강을 유지하는 별미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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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됐어요. 흐르는 물에 씻어서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놓은 유자, 끓는 물에 소독한 유리병, 사탕수수 원당으로 만든 유기농 설탕! 그리고 즐거운 마음까지, 준비됐어요!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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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가 보통이 아닌데! 초등학교 2학년인데 이 정도로 칼을 쓸 수 있다면 솜씨가 보통이 아니지요? 집에서 갈고 닦은 솜씨일까요? 이렇게 사과 껍질 벗기듯이 껍질을 벗겨내면 한결 쉬운 것 같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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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빼기 유자 하나에는 30개 정도의 씨가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많기도 하지요. 유자차에 들어가면 쓴 맛이 나지만, 씨를 청주에 담가 냉장 보관하면 1년 후에는 참 좋은 스킨 로션이 된다고 합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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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 하나에서 나온 씨 이렇게 많습니다. 미끌거리는 유자씨가 재밌다고 조물닥거리더니 손이 쓰라리다고, 손가락이 쭈글쭈글해졌다고 하네요. ⓒ 한희정


아이들과 함께 유자를 씻어 마른 행주로 물기를 닦아 놓았습니다. 유자차를 담을 유리병은 끓는 물에 굴려 미리 소독을 해 놓았지요. 설탕은 사탕수수 원당을 사용한 유기농 설탕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둘러 앉아 어떤 유자차를 만들지 의견을 모았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해 제가 만든 유자차에서는 쓴 맛이 났기 때문입니다. 이 쓴 맛 때문에 더 좋다는 어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 품평은 대체로 맛이 없다는 것이었지요. 그 이유를 알아보니 유자차는 껍질만 넣고 만들어야지 알맹이를 넣으면 쓴 맛이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알맹이는 넣어도 되는데 씨를 넣으면 쓴 맛이 난다는 의견도 있어서 일단 우리는 여러 방법으로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떤 모둠은 유자 껍질만 설탕에 재워서 만들기로 했고, 어떤 모둠은 유자 껍질과 씨를 뺀 알맹이를 설탕에 재워서 만들기로 했습니다. 또 어떤 모둠은 씨를 뺀 알맹이만 모아서 유자차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껍질, 알맹이, 씨를 모두 넣어서 만들어 보겠다는 실험 정신이 강한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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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자를수록 맛이 좋다는데 곱게 자르는 게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정성을 다해서 잘라봅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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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재밌었는데 하다보니 손가락도 아프고, 칼질 하기도 힘들고...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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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어떤가요? 보름 후에 맛 보게 될 맛있는 유자차를 기대합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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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둠 완성했어요. 하나는 유자씨를 뺀 알맹이와 유자껍질을 모아서, 하나는 유자껍질만 모아서, 하나는 씨, 알맹이, 껍질 세가지를 모두 모아서 만들어봤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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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렇게 했어요. 하나는 유자 껍질만 모아서, 하나는 유자 알맹이만 모아서, 씨는 샘들이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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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이렇게 했어요. 두 병 모두 유자 껍질과 씨를 뺀 알맹이를 골고루 섞어서 만들었지요. 씨는 주물럭거리는 장난감이 됐구요. ⓒ 한희정


사과 껍질 깎듯이 유자 껍질을 깎아서 곱게 썰고, 알맹이는 씨를 빼낸 다음 썰어 놓고 소독된 유리병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설탕을 넣어 잘 섞은 다음, 2~3cm 정도 설탕을 위에 쌓일 정도로 담아 뚜껑을 덮어 두었습니다. 유자 껍질을 벗기는 것도, 벗긴 껍질을 곱게 써는 것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는데 나중에는 힘들었다고 합니다. 또 알맹이에서 씨를 빼낼 때는 강한 유기산 때문에 손가락이 쓰리고 아팠다고 합니다. 그래도 서로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 주며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한 살림 유자 4kg로 만든 유자차가 잼 병으로 15개가 넘습니다. 점점 늘어나는 병을 보면서 아이들 마음도 푸근해집니다. 물론 당장 맛보고 싶은데 보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유자차 15병을 만들어 놓았으니 앞으로 더 추울 겨울을 맞는 마음도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름다운마을학교 #절기교육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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