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선거참모가 결국 KBS 사장으로
각계 거센 반발... '제 2의 YTN' 되나

노조 "30년 키워준 KBS를 정권홍위병으로... 총파업으로 맞설 것"

등록 2009.11.20 08:34수정 2009.11.2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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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19대 사장에 선임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 장윤선

KBS 제19대 사장에 선임된 김인규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 회장. ⓒ 장윤선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언론보좌역을 지낸 김인규(59)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코디마) 회장이 KBS의 새로운 사장후보에 최종 낙점됐다.

 

KBS 이사회(이사장 손병두)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5명을 상대로 면접을 벌인 뒤 투표를 통해 김인규 회장을 19대 KBS 사장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결선투표를 벌인 결과 김인규 후보 6표, 이병순 후보 1표, 기권 4표로 김 후보자가 차기 사장후보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KBS 이사회의 결정에 깊이 감사드리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아직 임명장을 받기 전이라 조심스럽지만,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 곧 상업방송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확실한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칠 각오가 돼있다는 것만 말씀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후보는 2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이병순 사장에 이어 24일 취임식을 갖고 제19대 KBS 사장에 취임하게 된다. KBS 사장의 임기는 3년이며, 향후 수신료 현실화 방안과 디지털 전환 작업 등의 과제를 안게 됐다.

 

노조 "이명박정권 낙하산, 총파업으로 맞설 것"

 

김인규 후보가 최종 사장후보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긴급 타전되자 KBS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 노조와 사원행동 등 직능단체들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고 규정하고, 총파업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설 계획임을 천명했다. YTN에 이어 KBS도 이명박 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운동'에 나서게 됐다.

 

KBS 노조는 지난 18일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 KBS가 누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김인규씨는 현 정권에 부역한 대가로 KBS 사장을 꿈꾸고 있다"고 규탄한 바 있다. 김인규 회장이 KBS의 새 사장이 되면 KBS는 이명박의 국영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공영방송을 장악한 이명박 정권은 독재의 길에 접어들고 민주주의는 급속히 퇴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후보에 대해 "자신을 30년간 키워준 KBS를 정권의 홍위병으로 만들겠다는 헛된 망상을 버리라"며 "이는 정치독립성이 생명인 KBS를 접수해 장기집권의 진지로 삼겠다는 이명박 정권의 비호 없이는 불가능 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KBS 노조는 "공영방송의 명운을 걸고 MB 특보 낙하산 저지에 총파업으로 맞설 것"이라며 "낙하산 사장을 막아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를 분쇄하는 그 날까지 가열찬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김인규 회장은 절대 KBS 사장이 될 수 없는 3인 안에 들었던 사람"이라며 "대통령의 특보 출신을 굳이 사장으로 뽑은 KBS 이사회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덕재 회장은 "노조가 투쟁을 예고한 만큼 현재로서는 노조의 로드맵이 나오는 대로 함께 반대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전형적인 낙하산"이라고 비판했다. 정연주 사장의 강제해임 뒤에도 김인규 회장을 KBS 사장에 앉히려했으나 반대에 부닥쳐 결국 이병순 카드로 돌아섰던 것인데, 이번엔 기어이 이 카드를 쓴 격이라고 개탄했다.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도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이 사장에 선임된다는 것은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이라며 "이미 부적격 후보로 규정했던 만큼 향후 노동조합의 투쟁방침에 따라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공영방송의 수장이 되기에는 결격사유가 충분한 김인규 회장이 KBS 새 사장에 선임됐다는 사실 자체로 경악할 일"이라며 "결국 청와대는 김인규씨를 사장에 앉히기 위해 지금까지의 기나긴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냐고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명박정부는 공영방송을 혹시 관영방송으로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며 "공영방송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제3의 위치에 서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 점을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았다.

 

특히 김 교수는 "30년 언론 경력이 있고 언론학 박사이기도 한 김인규 회장에게 묻고 싶다"며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반어적으로 말했다. 김인규 회장이 KBS 사장이 됐다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에 향후 시민사회는 이에 반대하는 강도 높은 활동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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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가 사장선임 자격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장윤선

KBS이사회가 사장선임 자격기준 등을 논의하고 있다. ⓒ 장윤선

 

김인규 KBS 새 사장 선임... "절차는 합법이나 효력은 무효다"

 

미디어행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특보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명백하다"며 "절차는 합법이지만 효력은 무효"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와대는 김인규, 이병순, 강동순 후보를 놓고 꽃놀이패를 즐겼다"며 "이사회는 공개검증 없이 표결방식을 결정하고, 면접하고, 사장을 임명제청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후보의 공개검증은 시민사회의 마지막 요구였다"며 "그러나 이사회는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끝내 임명제청하고야 말았다"고 한탄했다.

 

특히 이들은 "KBS 사장추천위원회는 정치종속적 사장을 정치독립적 사장으로 착시하도록 만들었고 교란시키는 장치였다"며 "선임기준은 치장에 불과했고 종다수득표방식을 통한 5배수 후보 추천은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알리바이임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KBS노조의 '정치독립적'이라는 레토릭은 특정 후보에게 길을 열어주는 변주로 판명되었지만 결국 최악1 후보 대신 최악2 후보가 임명제청 된 만큼, KBS의 모든 구성원은 힘을 모아 더 많은 투쟁에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이들은 "사추위 5배수 추천부터 여 추천 이사들의 최종 표결로 미루어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라며 "야 추천이사 4명이 기권한 상태에서 1차 투표에서 5표, 2차 투표에서 6표를 얻는다는 것은 자연 상태에서는 나올 수 없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투표 결과는 누가 봐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 특보 활동에 대한 농공행상으로서의 낙하산임을 알 수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이병순 사장의 불법 권력 찬탈의 과오를 반성하지 않고 기어이 특보 출신의 사장을 내려앉혀 공영방송 정치장악의 제2라운드에 돌입하겠다는 것은 KBS구성원에 대한 도발이자 시민사회에 대한 폭거"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이어 KBS 이사회가 즉각 공영방송 사장 후보 재공모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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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대 KBS 노동조합을 이끌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통합 집행부'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12대 KBS 노동조합을 이끌 집행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아직 '통합 집행부'는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 오마이뉴스 전관석

 

KBS이사회 야당측 "정치중립성은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것"

 

KBS 이사회 야당측 이사(김영호, 진홍순, 고영신, 이창현)들도 이날 밤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대통령 언론특보 김인규의 KBS 사장 선출을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언론보좌역 출신인 김인규 사장후보는 공영방송 사장에 부합하는 정치적 중립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최근에는 김 후보가 회장직을 맡고 있는 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를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통신사를 대상으로 250억원 규모의 펀드조성에 나서 물의를 빚은 바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면접과정에서 김 후보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반성하는 기미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령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후보가 KBS 사장으로 선임됨으로써 KBS의 정치적 중립성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이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면과제인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여야 간 합의와 국민적 동의를 얻기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개탄했다.

2009.11.20 08:34 ⓒ 2009 OhmyNews
#김인규 KBS 사장후보 #KBS 노동조합 #KBS이사회 #손병두 #양승동 KBS 사원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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