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일관성 있는 태도

웬수 같은 자식, 마녀 같은 엄마?

등록 2009.11.27 18:13수정 2009.11.2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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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는 아이(초등학생)가 있다.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레 해댄다. 부모로서는 갑갑하고 미칠 지경이다. 애가 왜 저러나?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난감하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다짐한 게 몇 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이게 내 자식 맞나 하는 두려움도 든다. 

아이는 왜 혼이 나면서도 자꾸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이런 경우 아이는 혼이 나는 것보다 더 두려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기 위한 자기 나름대로의 해결 방법으로써, 아이는 거짓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도 물론 알고 있다. 거짓말을 부모가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안다. 거짓말이 나중에 들통 나면 부모로부터 된통 혼이 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중 문제다. 아이에게는 우선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사실 거짓말을 할 때마다 매번 들키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어느 정도 거짓말이 반복되다 보면, 부모도 지쳐서 아이의 거짓말을 확인하고 싶어 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아이는 경험적으로 습득하여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단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자기가 원하지 않는 상황을 피하려 하는 것이다. 부모 자식 사이에 거짓말한다고 혼내고, 혼나지 않기 위해 거짓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게 된다.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함께 놀아주기를 바란다. 자신들의 그러한 바램이 거부당하는 것을 아이들은 가장 두려워한다. 자신이 부모의 맘에 들지 않게 행동해서, 부모가 자신을 싫어하고 자신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는 아이는 자신이 잘못해서(부모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해서)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로부터 거부를 당한다면 그것은 순전히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부모의 마음에 들게끔 자신이 행동하고 있음을 보여 주려 한다. 설령 나중에 들켜서 혼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혼이 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 그것은 부모를 실망시켜 자신이 버려지는 상황이기에, 일단은 거짓말을 해서라도 부모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면 부모가 싫어한다는 사실, 아이도 잘 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시인해도 싫어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아이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거짓말을 안 하는 경우는 100%  혼이 난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혼이 날 확률이 50% 이다. 재수 좋으면 잘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 입장에서는 거짓말을 하는 쪽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나중에 들킨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부모를 기분 좋게 해줄 수 있고(부모로부터 버림받지 않을 수 있고), 또 어쩌면 운 좋게도 영영 들키지 않고 잘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아이들의 행동유형은 일반적으로 부모의 일관성 없는 행동에서 유래하는 경우가 많다. 기분 좋은 날은 숙제 안 하고 판판이 놀고 있어도 무관심하다가, 기분이 언짢은 날은 괜히 불러서는 숙제도 안 하고 뭐 하느냐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숙제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부모가 기분이 좋은가 나쁜가가 중요하다.


부모는 기분에 따라 관대하기도 했다가 불호령을 내렸다가 자기 맘대로 생각없이 행동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이 언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부모를 대할 때마다 두려울 뿐이다. 아이는, 오늘은 부모의 기분이 어떤지를 살피기 위해 눈치를 굴리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 되풀이 된다면 아이는 부모를 대할 때마다 불안하고 두려워 부모를 대하고 싶지 않기도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서든지 버림 받지 않기 위해서 부모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게 된다.

결국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로 선택한다. 어찌어찌 해서든지 지금 이 순간만 잘 모면하면 된다. 내일은 부모의 감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아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오늘의 이 위기를 넘기기만 하면, 내일 혹은 모레에는 무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아이는 자신의 운명(?)을 거는 것이다. 


부모의 꾸중이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좌우되는 것임을 체감하고 있는 아이의 본능이, 최선의 대응방식으로서 거짓말을 통한(도피를 통한) 위기 모면을 학습시켜주는 것이다. 기분 나쁜 부모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그리고 그 비난의 화살로부터 모면하기 위해 아이는 부모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거짓말을 천연덕스레 늘어놓는다. 오직, 거짓말이 들통 날지도 모를 내일은 부모의 기분이 좋아지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를 대할(특히 꾸중할) 때에는 일관성 있는 태도(기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아이가 자신의 행동(잘못)에 대한 부모의 대응방식(꾸중)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모의 대응방식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신이 행동을 하고 난 다음 부모가 어떤 식으로 자신을 대할 것임을 알기에 정직하게 대처할 용기도 생긴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자신의 행동수위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설령 행동 수위 조절에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혼이 날 것이다' 라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모가 나를 버릴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은 생기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예측된 수준의 꾸중)만 지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예상하고 있는 꾸중 정도는 감수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이는 정직하게 부모 앞에서 사실을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자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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