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파업권 무력화 발언... "철도파업, 적당히 타협 안돼"

철도노조 반발 "대통령 인식에 문제 있다"... 사태 장기화 우려

등록 2009.11.28 19:50수정 2009.11.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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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하반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8일 경기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하반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무시하고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 대응을 주문해 논란이 예상된다. 협상을 통한 해결보다는 사실상 노조의 일방적 항복을 받아내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어서 파업 사태가 장기화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과천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에 대해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평생직장을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적당히 타협하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금 시기는 경제 지표가 나아진 듯 보여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두바이의 파문이 세계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며 "공공기관장들은 기존 환경과 관습을 바꾸는 것이 매우 힘들고 고되겠지만 현장에서 적당히 넘기려 하지 말고 책임감을 갖고 서민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노조 파업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해서도 안돼"

이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철도노조를 '배부른 노조'로 몰아붙이면서 코레일 사측에 사태의 조속한 해결보다는 노조의 일방적 양보를 받아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에 대해 철도노조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대통령의 인식 자체를 더 이해하기 어렵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백남희 철도노조 선전국장은 "노동자들이 임금과 단체협약 문제를 놓고 사측과 교섭을 벌이고 결렬됐을 때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며 "파업권 자체를 무시하는 대통령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기업 선진화'가 초래한 측면이 적지 않다. 지난 4월부터 기획재정부가 정부 각 부처 소속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현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기관장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단체협상 개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것도 임단협 협상이 진행 중이었던 지난 24일 저녁 7시경 철도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단협 해지를 노조에 통보하면서부터다. 64년 노조 역사상 첫 단협 해지였다.


'MB 지침'으로 파업 사태 장기화 하나

a  철도노조가 사측의 단체협상 해지통보에 맞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철도노조가 사측의 단체협상 해지통보에 맞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사측은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어 더 이상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댔지만 노조 측은 "단협 개악을 관철시키려 공사의 요구를 막무가내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 측은 전임 사장 시절에는 별다른 갈등을 빚지 않았던 단협안을 놓고 허준영 사장 취임 이후 사측이 노조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백남희 선전국장은 "철도공사는 상반기 5115명의 인력을 감축했고 신규사업과 관련된 인력 충원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공공기관장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면서 실제로는 인원감축을 강요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업 3일째인 28일까지 노사 양측은 교섭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27일 노조는 교섭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조원 600여명을 직위해제하고 노조간부 180명을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등 협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 측은 현재 "사태가 길어질수록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비숙련 인력 투입으로 안전사고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허준영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 해결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측은 사측이 협상에 나선다면 노조 전임자 수 문제 등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사측이 일방적인 단협 해지를 번복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이날 강경 대응을 주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침'이 나오면서 파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은  더 큰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
#철도노조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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