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밭 지평선, '시베리아 벌판'이 이만큼 고독했을까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마지막 기사] 고독의 길 상모리-알뜨르 들녘

등록 2009.12.05 14:51수정 2009.12.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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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리 들톀 상모리 들녘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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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 들녘 알뜨리 들녘에서 한 올레꾼이 두손을 쳐 들고 있다. ⓒ 김강임


나이 들으니 길 걷기도 달라지더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세상에 자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젊은 시절 내가 좋아했던 것은 쭉 뻗은 고속도로와 현란한 밤거리, 우뚝 솟은 빌딩숲이었다. 한 마디로 내면에 차지한 고독을 그곳에서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쭉 뻗은 고속도로 옆에 야생화가 피어 있을 리 없고, 현란한 밤거리에 자연풍이 불어올 리가 없다. 그리고 우뚝 솟은 빌딩숲에서 풀 한 포기가 자랄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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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리 올레 상모리 올레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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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모리 목화밭 상모리 올레에는 목화밭이 있다 ⓒ 김강임


이제 풀 한포기와 돌 하나, 포장되지 않은 흙길과 산길, 울퉁불퉁한 올레를 좋아 하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따라서 틈만 나면 걷기를 좋아한다. 주변의 소공원도 좋고,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 곶자왈 숲길은 물론, 바당올레, 오름올레, 그리고 해안도로 올레를 걷는다. 이제는 자연을 통해서 고독을 소화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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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감자밭 지평선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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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뜨르 알뜨르 들녘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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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알오름-하모리 올레 섯알오름-하모리 올레 ⓒ 김강임


상모리,알뜨르 들녘...'시베리아 벌판' 꾼꾼다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들녘과 하모리 들녘에 그렇게 넓은 평야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떤 사람들은 제주도에 대해 한라산에서 축구공을 차면 제주 바다에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만큼 제주도가 좁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제주올레를 걸어본 사람들이라면  제주도가 넓다는 것에 놀라고, 제주의 자연에 놀라고, 제주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비경에 놀란다. 제주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에 놀란다. 그곳이 바로 제주올레의 매력이다.


사방으로 휑하니 뚫린 상모리 들녘과 알뜨르 들녘을 걸어보면 밀려오는 공허로움이 마치 수행을 하는 것 같다. 꼭 사찰이나 교회, 성당에 가야만 수행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길과 길이 이어지는 대정고을 들녘은 시베리아 벌판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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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밭 농부 생강을 캐는 농부를 만나다 ⓒ 김강임


농부들이 걸었던 길 위를 고독한 사람들이 걷다 

이 들녘 길은 예전에는 농부들이 다녔던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길은 각지에서 몰려온 올레꾼들이 걷는 고독의 길이 되어 버렸다. 사람마다 길을 걷는 이유는 다르다. 그러나 대정고을 들녘 지평선 올레는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과 오름과 망망대해 같은 들녘의 어우러짐에서 삶과 죽음의 공존, 그리고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낀다.

11월 28일 오후 3시 43분, 무릉2리 자연생태문화 체험골에서부터 시작한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는 5시간 30분 만에 대정읍 하모리 체육공원(11코스 시작지점, 11코스 거꾸로 걷기 종점)에 도착하였다. 역사적으로도 유서 깊은 대정읍 하모리 체육공원 주변은 작은 소도시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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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로길 올레 마을 농부들이 다닌는 농로 ⓒ 김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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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올레 지평선 올레 ⓒ 김강임


대정고을 바람은 매섭다고 한다. 하지만 겨울감자 이파리 너울대는 상모리 들녘과 지평선 위 알뜨르 들녘은 가장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고독한 길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 위를 걷는 느낌, 그 길은 때론 공허롭고, 때론 평화로웠으며, 때론 고독한 길이었다. '시베리아 벌판'이 이만큼 고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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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덧붙이는 글 | 11월 28일,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공식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주올레 11코 거꾸로 걷기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걸-인향동 마을입구-곶자왈 숲길 입구- 곶자왈 입구-신평마을 입구-정난주마리아 묘- 모슬봉 입구-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백조일손묘 갈림길-섯알오름-하모리체육공원 21.5km로 6-7시간 소요됩니다.


덧붙이는 글 11월 28일, 제주올레 11코스 거꾸로 걷기 공식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제주올레 11코 거꾸로 걷기는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2리 제주자연생태문화체험걸-인향동 마을입구-곶자왈 숲길 입구- 곶자왈 입구-신평마을 입구-정난주마리아 묘- 모슬봉 입구-이교동 상모1리 마을 입구- 백조일손묘 갈림길-섯알오름-하모리체육공원 21.5km로 6-7시간 소요됩니다.
#알뜨르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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