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영혼의 존재
.. 인간은 상처를 받음으로써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51쪽
'인간(人間)'이라 하지 않고 '사람'이라 해도 될 텐데요. "상처(傷處)를 받음으로써"는 "생채기가 나면서"나 '다치면서'로 다듬습니다. '영혼(靈魂)'은 '넋'이나 '얼', 또는 '넋과 얼'로 손봅니다. "알게 되는 경우(境遇)가 많다"는 "알게 되곤 한다"나 "알기 마련이다"로 손질합니다.
┌ 영혼의 존재를 알게 되는
│
│→ 영혼이 있음을 알게 되는
│→ 영혼을 알게 되는
│→ 얼이나 넋이 있음을 알게 되는
│→ 얼이나 넋을 아는
└ …
한자말 '존재'가 아닌 토박이말 '있다-없다'로 적었어도 "영혼의 있음을 알게 되는"처럼 쓰는 분이 있습니다. 낱말 하나는 알뜰히 살려서 쓰지만, 낱말과 낱말을 잇는 말투를 옳게 다스리지 못하는 분이 있습니다.
오래도록 길든 탓이요, 어릴 때부터 익숙해진 까닭입니다. 둘레에서 으레 얄궂게 말하는데, 어느 누구도 얄궂은 말투인 줄 느끼지 않기 때문입니다. 펼치는 책이나 신문이나 잡지이나, 듣는 방송이나 말이나 강의나 수업이나, 어디에서나 얄궂은 말마디와 글줄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 보기글에서는 "영혼이 있음을 알게 되는"처럼만 적어 주어도 반갑습니다. 이렇게나마 추스를 수 있어도 괜찮습니다. 처음에는 이만큼이라도 다독이면서 내 말과 내 말결과 내 말매무새를 다스리면 됩니다.
┌ 사람은 생채기가 나면서 넋이 있음을 알게 되곤 한다
├ 사람들은 마음이 다칠 때 비로소 넋을 알게 되곤 한다
├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면서 넋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곤 한다
└ …
알맞게 쓸 낱말을 알맞게 쓰지 않는 가운데, 내 생각과 넋과 삶 또한 알맞지 못한 흐름으로 접어듭니다. 올바로 가눌 말투를 올바로 가누지 못하는 가운데, 내 마음과 얼과 매무새 또한 올바르지 못한 길로 빠져듭니다.
낱말 하나하나를 얄궂게 내버리거나 내팽개치는 동안, 내 생각은 얄궂은 쪽으로 흐릅니다. 말투 하나하나를 함부로 다루거나 어지럽히는 사이, 내 마음은 어지러운 언저리에서 헛돌고 맴돕니다.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말마디에 차근차근 사랑을 담으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글줄마다 가만가만 믿음을 실으면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기쁠까 헤아려 봅니다.
ㄴ. I의 존재
.. 다케시타는 하나부터 열까지 형제처럼 알뜰하게 보살펴 주는 I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 《고바야시 데루유키/여영학 옮김-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2008) 122쪽
'I'는 'ㅇ'으로 고쳐 줍니다. 일본사람들은 사람이름을 딸 때 으레 알파벳을 쓰고, 우리도 이런 버릇을 따라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한테는 한글 닿소리가 있는 만큼, 우리 한글을 잘 살려 주면 한결 낫습니다.
┌ I의 존재가
│
│→ ㅇ이 있어서
│→ ㅇ이 있음이
│→ ㅇ이
└ …
사람이름 앞머리를 딸 때에 알파벳이 아닌 한글을 쓰는 마음이라면, 이 보기글에서 보듯 '-의 + 존재' 같은 말투를 너끈히 털어내는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자말 '존재'를 어떻게든 쓰고 싶다면 "ㅇ이라는 존재"나 "ㅇ 같은 존재"처럼 다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일본글에서 옮겨 왔음을 헤아려 본다면, '-의 존재'는 일본말 'の存在'임을 어렵잖이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 말투를 알맞게 써야지, 우리가 괜히 일본 말투를 따르거나 길들 까닭이 없음도 알게 됩니다.
┌ ㅇ이라는 사람이
├ ㅇ 같은 사람이
├ ㅇ이라는 분이
├ ㅇ 같은 분이
└ …
이 자리에서는 '존재'라는 낱말로 'ㅇ이 있음'을 나타낸다기보다 'ㅇ이라는 사람'을 나타내려 했다면, 이런 생각 그대로 적어 줍니다. 그리고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제 또래이건 손아래이건 손위이건 더없이 고맙기 때문에 '분'과 같은 말로 가리키곤 합니다. 또는 '벗바리' 같은 낱말을 넣어도 됩니다.
┌ ㅇ 같은 벗이
├ ㅇ 같은 동무가
├ ㅇ 같은 지기가
├ ㅇ 같은 아가씨가
└ …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준다면 '지기'입니다. 이와 같은 지기는 '벗'이나 '동무'라 할 만합니다. 도와준 사람이 나를 사랑하거나 아끼던 아가씨였으면 '아가씨'라 하면 됩니다.
있는 그대로 쓰고, 꾸밈없이 씁니다. 보태고픈 생각이 있으면 보태고, 더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더합니다. 어줍잖은 치레나 어설픈 껍데기는 걷어냅니다. 괜스러운 말이나 군더더기 말이 아닌, 속말이나 알맹이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 줍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9.12.08 12:5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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