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단 계기로 성장한 기분이다"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동행'⑦] 실천단 '동행' 해산 후 만난 실천단원들

등록 2009.12.09 17:22수정 2009.12.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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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1월 7일 대연-우암 빈민공동체에서 실천단원 골든벨 사회를 보고 있는 동아대 카르마 L씨

11월 7일 대연-우암 빈민공동체에서 실천단원 골든벨 사회를 보고 있는 동아대 카르마 L씨 ⓒ 배성민

11월 7일 대연-우암 빈민공동체에서 실천단원 골든벨 사회를 보고 있는 동아대 카르마 L씨 ⓒ 배성민

 

지난 10월 24일부터 11월 8일까지 '20대 전태일을 만나다' 전국노동자대회 실천단 '동행'의 활동을 취재했었다. '동행'은 양산 솥발산 열사 묘역 참배, 비정규직교수노조/택시노조 연합 간담회, 전태일 열사 어미니 이소선 여사 강연회 참가, 20대의 영화 '개청춘' 영화제 등 전태일열사의 정신과 노동자 문제에 대한 활동을 펼쳐 나갔다.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가 끝나고 '동행'은 그 달 20일에 평가 회의 및 뒤풀이를 하고 공식적으로 해산했다. '동행'이 해산되고 참가 하였던 실천단 단원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부산대, 동아대 참가자들을 직접 찾아가보았다.

 

"인문학회 카르마 이제 제가 학회장입니다!"

 

먼저 나의 모교인 부산 동아대 인문학회 카르마를 찾아갔다. 카르마에서는 철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L씨와 인터뷰를 하였는데 겨울방학 활동을 준비한다고 분주 했다.

 

 : "지금 뭐 하고 있는 중인가?"

L씨 : "겨울 방학 활동을 동아대 학우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 "대안 경제 학술 캠프라? 경제를 공부 하는 캠프 인가?"

L씨 : "맞다. 요즘 경제 위기니 이런 얘기가 많은데 막상 대안은 없는 것 같다. 전국 대학생들이 모여서 대안 경제에 대해 고민하는 캠프다."

 

L씨는 실천단 활동이 끝났지만 여전히 열정적이었다. 얼마 전까지 인문대 학생회 선거운동원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대안 경제 학술 캠프 준비, 인문학회 카르마 학회장이 되기도 했다고 했다. 실천단 '동행' 활동 이후 더 열심히 살고 있는 L씨에게 이번 실천단은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 "실천단 '동행' 이후 활동력이 더 왕성해진 것 같다. 노동자대회 이후 자신감이 생긴 건가?"

L 씨 : "사실 이번 실천단 활동이 처음은 아니다(사회 참여 활동이 처음이 아니다라는 얘기) 지난 5월 1일 ~ 3일 메이데이 참가단에 참가하여 서울에 집회를 참가한 적이 있다. 참가단도 실천단 '동행'과 같이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그 당시에는 멋도 모르고 선배들 따라 갔다가 호되게 당한 기억이 난다. 경찰 곤봉에 맞은 일도 있었고 전경이 일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리고 연행하기도 했는데 너무 두려웠다. 이 집회 이후 다시 사회 참여 활동을 내가 할 수 있을지 두려웠다."

 

: "충격이 매우 큰 것 같은데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 다시 참여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나 같으면 두려워서 선택을 망설였을 것 같은데..."

L씨 : "많이 망설였다. 실천단 '동행'에 기획단으로 참가하여 사업을 직접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막상 서울 전국노동자대회 집회 참가는 싫었다. 하지만 이번에 가지 않으면 난 평생 이렇게 살 것 같았다. 집회 참가 문제 뿐 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서 내가 두려워 하는 일은 절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지더라. 무섭지만 질렀다. 내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서라고 할까?(웃음) 근데 아직 무장한 전경들 보면 손발이 떨린다. 머리는 두렵지 않은데 몸은 아직 5월의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 "자신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행동이라 뭔가 멋있다. 그럼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달라."

L씨 : "얼마 전 인문학 학습 모임인 인문학회 카르마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실력이 모자라 내년에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올해 선배들에게 배운 것을 내년 후배들과 나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흥분된다. 2010학번 후배들을 빨리 보고 싶다."

 

L씨와의 인터뷰를 끝내고 대안경제 '학술캠프' 포스터를 함께 붙이다가 안다미로(부산대 사회대 동아리) 실천단 단원들을 만나기 위해 부산대로 갔다. 

 

"겸손 한 사람이 되는 건 참 쉽지 않구나...."

 

a  부산대 모 카페에서 안다미로 회원이나 실천단 동행에 참가 했던 박상민, 남창걸씨

부산대 모 카페에서 안다미로 회원이나 실천단 동행에 참가 했던 박상민, 남창걸씨 ⓒ 배성민

부산대 모 카페에서 안다미로 회원이나 실천단 동행에 참가 했던 박상민, 남창걸씨 ⓒ 배성민

 

부산대학교는 기말 고사 시험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부산대에서는 안다미로 회원이자 실천단 '동행'에 참가 했던 박상민(이하 박씨), 남창걸씨(이하 남씨)가 인터뷰에 참가 했다.

 

 : "시험 기간 인지 피곤해 보인다."

남씨 : "오늘 잠을 오후 2시 까지 자서 그렇다. 시험공부 때문에 피곤 한거 아니다.(웃음)"

 

 : "그럼 한 번 시작해보자. 먼저 이번 실천단 재밌었나? 하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나?"

 

남씨 : "직접 사회 참여 활동을 해보지 않았을 때는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 근데 실제로 참가 해보니 세상이 더 암울한 것 같다. 특히 솥발산 열사 참배 묘역을 가니 2000년대에서 70년대 전태일 열사의 죽음과 똑같은 죽음이 많았다. 이거 보고 충격 받았다. 진짜 사회 제도만 바뀌었지 실질적인 삶은 70년대와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박씨 : "난 이번 실천단 활동이 처음이 아니었다. 1학기 때 사회대 학생회 집행국원으로 활동 하면서 학내에 자치활동 문제 뿐 만 아니라 광주 5.18 순례, 빈민현장활동, 메이데이 참가단 등 수많은 활동을 했었다. 근데 안다미로 회원들은 나와 학회장 선배만 제외하고 모두 사회참여 활동에 처음이었다. 처음 활동을 하는 회원들을 보니 왠지 우쭐해 졌다. 내가 왠지 잘하는 것 같고, 처음 하는 친구들 모두 동기였지만 내가 선배가 된 기분이 들었다. 마지막 활동까지 내내 이런 자만감을 가지고 있었다. 한 선배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서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 "한 선배의 이야기? 어떤 이야기 인지 궁금하다. 근데 먼저 다른 회원들이 박상민씨가 우쭐하고 거만하게 행동하는 것을 느꼈는지 묻고 싶다."

남씨 :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다 같이 배운다는 생각으로 이번 활동을 참가했기 때문에 누구 한 명이 우쭐해 하지 않았다."

박씨 : "물론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을 하진 않았다. 하지만 문제 되지 않더라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나 스스로 겸손하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

 

a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정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상민씨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정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상민씨 ⓒ 배성민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정리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상민씨 ⓒ 배성민

 

 : "그럼 그 선배의 얘기는 무엇이었나?"

박씨 : "그 선배는 학생운동을 오래한 분이었다. 나랑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참여 활동을 했던 분이다. 근데 그 선배가 노동자대회를 마치고 서울에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이렇게 말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다 보면 관성화에 빠지거나 자만감에 쉽게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이걸 경계해야 합니다. 자신이 잘하거나 해오던 일이라고 우쭐해 할 필요도 없고, 똑같은 일이라고 재미없다고 침울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일과 사람을 만나듯이 겸손하고 활달하게 활동을 해나갑시다!'"

 

 :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좀 우쭐했다고 느꼈던 건가?"

박씨 : "맞다. 다른 친구들이 느끼지 못했지만 나 스스로 그렇게 느낀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천단 활동을 통해 이런 걸 느낄 줄은 몰랐다. 나에게 있어 너무 값진 성과 이다."

 

"대학생 겨울방학 학기 중 보다 빡세다."

 

a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대학생사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남창걸씨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대학생사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남창걸씨 ⓒ 배성민

11월 8일 전국노동자대회 대학생사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남창걸씨 ⓒ 배성민

 

나 : "실천단이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동아대 L씨는 카르마 학회장이 되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했었고 또 계획하고 있던데..."

 

박씨 : "나도 안다미로 학회장이 되었다. 그래서 내년에 후배들과 어떤 활동을 할지 고민 중이다. 실천단 '동행'을 통해서 느낀 사회 문제에 대한 참여와 함께 인문/사회과학 학습을 열심히 하는 학회를 만들려고 한다."

남씨 : "사실 실천단 이후 푹 쉰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여러 가지 활동을 했다. 정치외교학과에서 드레퓌스 사건과 MB 정책에 대한 학술제가 있었는데 참관을 했었다. 그리고 동아대 카르마와 안다미로가 우석훈씨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링크)를 읽고 합동세미나를 했었다. 이것 뿐 만 아니라 용산참사 집회 참여, 안다미로에서 우석훈씨의 괴물의 탄생 세미나 등을 했다."

 

 : "그럼 겨울 방학 때도 안다미로는 인문/사회과학 학습과 사회참여 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 있나?"

남씨 : "마음 같아서는 겨울방학에도 사회참여 활동에 참여하여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하지만 내년 1학기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는 또 돈을 벌어야 한다. 집이 경북 구미라 구미공단 근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것 같다. 다행히 등록금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벌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타 지역 학생이라 생활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 기숙사비 만 해도 한 학기 100만원이 넘고 한 달에 30만원씩 지출한다고 생각하면 한 학기에 적어도 2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기 위해서는 방학 때 빡세게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

 

박씨 : "안다미로 회원 모두 내년 생활비,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래서 사실상 안다미로 활동을 겨울에는 중단할 생각이다. 하지만 내년 2010년 1학기에 회원들을 다시 모아 또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부산대 박상민, 남창걸 실천단 단원들과의 인터뷰는 부산대 모 카페에서 1시간 반 가량 진행했었다. 이것으로 실천단 '동행'의 기사를 마무리 한다. 하지만 20대 대학생들의 유쾌한 행동은 이후에도 계속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12.09 17:22ⓒ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태일 #대학생 #88만원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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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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