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포의 석양과 철새떼
김현숙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의식, 무의식 또는 잠재의식으로 존재한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불쑥 뛰어나온다. 이제 세영의 마음 속에서 노을은 아름답게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 훗날 문득문득 떠오를 것이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오래 간다. 나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은 물론 가슴뛰게 했던 기억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내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설명을 해도 자신이 느끼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이들에게 말이 아니라 스스로 체험하여 알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싶었다.
박완서씨는 그의 산문집 <두부>에서 노을이 아름다운 까닭을 아주 길게 썼다. 다시 읽어봐도 공감이 가는 글이다.
저녁노을을 한참동안 예찬하다가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까닭은 그 집착 없음 때문이다. 인간사의 덧없음과, 사람이 죽을 때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알 것 같다. 아아, 그러나 너무도 지엄한 분부,그리하여 알아듣고 싶어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로 끝맺고 있다.
문정희 시인은 <길 끝에 서면 모두가 아름답다>란 시에서
아침보다는 귀가하는 새들의 모습이 더 정겹고강물 위에 저무는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것도이제 하루 해가 끝났기 때문이다. 라고 노래했다.
조물 중에서 위대한 일을 가장 많이 하고 아무런 집착없이 장엄하게 저무는 태양의 마지막 모습이 노을이다. 그 아름다운 노을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물까지 아름답게 물들인다.
사람도 마지막 모습이 아름다운 것을 여러 번 보았다. 그 사람의 마지막을 통해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가를 깨달을 때가 참 많았다.
생명있는 것도 아름답지만 그 생명이 꺼지는 모습도 아름답다. 그것이 진정 노을이 아름다운 까닭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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