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통제해도 자전거는 무사통과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15)가 열리는 코펜하겐 시내에서 시위대의 행진 때문에 경찰이 교통을 통제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다.
김당
코펜하겐에서는 자정이 가까운 늦은 밤 시각에도 자전거를 탄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띈다. 서울로 치면 용산역이나 신도림역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집에 가는 여성을 떠올리면 되겠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안전과 치안을 감안하면,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가 들끓고, 밤늦게 혼자 귀가하는 여성이 곧잘 범죄의 표적이 되는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100년 전 세계 최초로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 나라가 덴마크라는 사실을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코펜하겐의 유서 깊은 자전거도로는 서울의 자전거도로처럼 전시행정 목적으로 혹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급조된 것이 아니다.
코펜하겐이 자전거 왕국이 된 것은 자출사(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교통환경을 꾸준히 개선해온 덕분이다. 특히 70년대 2차에 걸친 오일 쇼크를 계기로 덴마크 정부와 코펜하겐시는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자전거를 좀 더 안전하고 편안한 교통수단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자전거 천국으로 만든 '그린 웨이브'2년에 한 번씩 코펜하겐시에서 발행하는 '코펜하겐 자전거 어카운트 2008'에 따르면, 코펜하겐시는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자전거 도로와 도로 연결망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시민들은 자전거로 차나 버스보다 더 빠르게 도심에 접근할 수 있고, 실제로 라이더의 54%가 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 통계는 코펜하겐의 자전거 도로연결망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