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야 울지 마라, DJ마크 달고 평화통일 온단다

김대중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나와

등록 2009.12.22 09:52수정 2009.12.2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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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대중 추모시집 김대중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김준태 외, 화남)가 오랜 산고 끝에 나왔다

김대중 추모시집 김대중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김준태 외, 화남)가 오랜 산고 끝에 나왔다 ⓒ 이종찬


민주야 울지 마라
더디게
더디게
평화는 온단다
더디게
더디게
통일도 온단다
DJ 마크 달고
DJ 마크 달고-35쪽, 서정춘 'DJ 마크' 모두

5차례 죽을 고비와 6년 동안에 걸친 감옥살이… 55차례나 되는 가택연금과 2차례나 치러내야 했던 10년에 걸친 망명생활…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겪어야 했던 세상살이가 너무나 모질고 독하다. 하지만 그는 삶과 죽음이란 위태로운 벼랑 끝에 매달려 있을 때에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김대중. 그 이름 석 자 앞에서는 가슴에 피멍을 지우는 깊은 슬픔도, 뼈마디가 부서지는 지독한 아픔도, 심지어 죽음까지도 꼼짝달싹 할 수 없었다. 왜? 그가 가야 할 길이 저만치 서서 자꾸만 손짓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길은 그에게 한반도 민주주의를 위한 군부독재 청산과 민족통일, 세계평화란 더 큰 화두를 툭툭 던져 주면서 그를 강철처럼 더욱 단단하게 두드렸다.

그는 그렇게 시련과 절망을 살가운 벗으로 삼아야 했다. 그 뒤 몇 차례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진 그에게 이젠 희망이란 낱말은 영원히 보이지 않는 것만 같았다. 절망을 몰랐던 그 또한 절망했다. 그때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조용히 살려고 했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은 그를 그렇게 쉬이 놓아주지 않았다.

그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는 마침내 용트림하며 일어섰다. 그가 일어서자 남북 허리춤을 찌르고 있던 철조망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군홧발에 짓눌려 겨우 숨줄만 붙어 있던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평화가 빛을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가 영원히 그렇게 살 줄 알았다. 그는 한반도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이끄는 불사조처럼 보였다. 세계 평화를 꽃 피우는 신처럼 보였다. 근데, 그런 그도 보통 사람들처럼 죽음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던 날 한반도가 울었다.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사람이 울었다.

그리하여 그는 한반도 하늘이 되고, 땅이 되고, 산이 되고, 들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었다. 비록 몸은 갔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마음은 영원히 남아 이 땅을 지키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키고, 이 땅에 깃든 평화를 지키고 있다. 영원한 삶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김대중, 그 이름 석 자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대명사

"이미 하나의 상식이 되었지만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다름 아닌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일컫는 대명사였습니다. 김대중 선생은 격동과 시련의 한국 최현대사를 온몸으로 맞받아치며, 아울러 일체의 정치보복을 반대하는 비폭력주의 평화운동가, 그리고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된 이 땅의 민주투사였습니다."-'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을 펴내면서' 몇 토막


대한민국 제 15대 대통령 고 김대중 추모시집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김준태 외, 화남)가 오랜 산고 끝에 나왔다. 이 시집은 처음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0일째인 지난 11월 25일(수)에 펴내려 했었다. 하지만 시를 모으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꽤 있었다. 걸림돌이란 다름 아닌 시인들 시가 뒤늦게 '밀물'처럼 자꾸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추모시집에는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소속 시인 157명과 화가,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을 합쳐 모두 162명이 참가해 한반도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세계평화를 이끈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 삶을 다시 부활시켰다. 김 전 대통령 삶이 그림으로, 글씨로, 시로, 회고담으로, 사진으로, 해설로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 참가한 시인은 이기형, 문병란, 임수생, 정희성, 김준태, 이시영, 고규태, 공광규, 김기홍, 김영환, 김희식, 나해철, 맹문재, 박남준, 박상률, 박해전, 방남수, 백무산, 신동원, 심호택, 오인태, 오하룡, 윤일균, 이소리, 이승철, 이원규, 이은봉, 이재무, 이적, 이정록, 임종철, 정원도, 정토, 조성래, 지요하, 차정미 등이다.

시인 157명…. 생각보다 적은 시인들이 참여했다. 왜? 제16대 대통령이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시집에는 265명이라는 시인들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이번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시집에 시인들이 조금 적게 참가한 것은 너무나 엄청난 충격을 몇 달 사이에 두 번씩이나 받았기 때문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틈이 없었던 탓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모시집에서 시인들은 신작시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 2MB 정권과 검찰을 매질하는 따가운 목소리, 김 전 대통령을 좀더 오래 지켜주지 못한 시인들 자신을 위한 반성, 슬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려는 새로운 희망을 부르는 메시지 등이 담겨 있다.

이번 시집을 기획하고 원고 청탁에서부터 편집, 제작까지 짊어졌던 <한국문학평화포럼>(명예회장 고은, 회장 김영현)은 이번 시집에 참여한 문화예술인들과 이희호 여사(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등을 모시고, 내년 들머리에 출판기념회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 국립묘지 영전에 이 추모시집을 바칠 예정이다.

157명 시인이 DJ에게 바치는 눈물과 다짐

a 김대중 추모시집 이번 추모시집에는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소속 시인 157명과 화가,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을 합쳐 모두 162명이 참가해 한반도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세계평화를 이끈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 삶을 다시 부활시켰다

김대중 추모시집 이번 추모시집에는 한국작가회의와 한국문인협회 소속 시인 157명과 화가, 서예인 등 문화예술인을 합쳐 모두 162명이 참가해 한반도 민주주의와 민족통일, 세계평화를 이끈 지도자 김대중 전 대통령 삶을 다시 부활시켰다 ⓒ 이종찬

아 가시는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하나됨 속에서 용서하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하소서
꽃들이 새로 날고 새가 꽃으로도 피어나는 아름다운
우리나라여 아아 제비꽃처럼 향그런 그날의 위하여
김대중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을 하늘에 바친다!
죽고 못 살도록 그리운 한반도 땅 위에 바친다! -41쪽, 김준태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 되게 하소서' 몇 토막

시인 김준태는 추모시에서 "님이여, 서해바다 연꽃섬 하의도에서 태어나 / 86년 생애를 이 땅 한반도에 바침 님이여"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권양숙 여사 두 손을 잡고 훌쩍훌쩍 울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 김준태는 "그대는 하느님께서 호명한 민족의 지도자"라며 김 전 대통령을 하늘에 바치고 땅에 묻었다.

시인 황지우는 '지나가는 자들이여, 잠시 멈추시라'는 시에서 "그 분이 가셨고, 그 분이 가셨다고 / 어디선가 문자 메시지들이 연달아 들어오고, / 광화문 광장, 꽉 막힌 차량들 사이로 / 잠시 짜증을 멈추고 / 사람들은 인왕산으로 몰려가는 먹구름을 보았다"고 썼다. 황지우는 김 전 대통령을 "하느님 앞에 세상의 눈물을 가지고 가시는 당신"이 아름답다고 읊었다.

시인 강상기는 "인동초의 분재에 핀 꽃이 / 대중과 어울리어 한때 / 세상은 멋진 화환이 되었지만 / 화환을 이룬 그 끈은 보이지 않았다"며 "이제 그 끈을 잘라내는 / 음험한 침입자가 / 고통 속에 이룬 평화를 짓밟고 있는 것을 가만 두고 볼 것인가?"라며, 시인들에게 이제 부끄러운 삶을 버리라는 메시지를 툭 던진다.

시인 신세훈은 "달빛에 / 견줘봐도 / 후광 해무리, // 한겨레 대칸꽃 /// 별빛에 / 비춰봐도 / 호광 달무리, // 황금꽃 당굴꽃. /// 조선깔 쪽빛 하늘 날던 소도새, / 빨강볏 통일꽃."이라고 썼다. 시인 오인태는 "이미, 사관이 기록한 역사를 / 내 어찌 사소한 시로 적으리"라며 "사실, / 그는 한 인간에 대해 가슴 떨리던 내 첫사랑이었다"고 적었다.   

<한국문학평화포럼> 이승철(시인)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선생께서 지난 2009년 8월 18일 서거하셨다"며 "그 이전 2009년 5월 23일, 우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통한 죽음을 참담한 마음으로 목격하였고, 석 달도 채 못 되어 한국 민주주의와 세계평화의 상징인 큰 어른의 서거 소식을 들었다. 그때 우리는 참으로 망연한 심정을 가눌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선생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오직 국민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사인여천(事人如天),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치적 삶을 이룩한 한국 민주주의의 위대한 실천가였다"라며 "비록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나가셨지만 타계 직전까지 우리에게 강조하고, 유언으로 남긴 이 땅의 민주회복과 화해와 용서, 한반도의 상생평화, 민생 및 인권확장이라는 화두는 우리 모두에게 미완의 숙제로 남겨졌다"고 덧붙였다.

a 김대중 영결식장에서 시집 곳곳에 눈물방울처럼 박혀 있는 DJ 혼백

김대중 영결식장에서 시집 곳곳에 눈물방울처럼 박혀 있는 DJ 혼백 ⓒ 이종찬


시집 곳곳에 눈물방울처럼 박혀 있는 DJ 혼백

내 마음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구나
자유를 갈망하는 동지들의 신음소리가
남산과 서대문에 잠겨 있고
마산 의거탑이 검은 두건을 쓰고
수유리 영령들이 통곡하고 있는데
내 마음의 눈물은 어이하여 멈추지 않는가

내 마음의 눈물은 멈추지 않는구나
굶주린 아이들이 교실마다 넘치고
메마른 여공들이 피를 토하고
꽃다운 어린 딸들의 육체를 갉아먹는데
내 마음의 눈물은 어이해 멈추지 않는가 -김대중, '내 마음의 눈물' 모두

이번 추모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서전 등을 통해 언뜻 언뜻 물밑으로 알려지고 있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자작시 '내 마음의 눈물'과 '세월이 오며는', '옥중단시', '인제 가면'이란 4편과 이승철 시인이 쓴 김대중 전 대통령 자작시 해설 '뜨거운 조국애와 민주회복의 의지를 노래하다'이다.

소설가 현기영이 쓴 회고담 '영구불망의 상징으로 우뚝 서 계시라'와 시인이자 소설가 김영현이 쓴 회고담 '1992년 겨울, 중국집의 추억'도 눈에 띈다. 여기에 화가 박방영, 판화가 류연복, 서예인 여태명이 그리고 쓴 추모작품과 김 전 대통령 인생을 담은 사진 등이 시집 곳곳에 눈물방울처럼 박혀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저리게 만든다.

황현산 문학평론가(고려대 교수)는 추천사에서 "김대중 선생은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을 뿐만 아니라 시인공화국의 지도자였으며, 이 점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며 "선생의 말과 그 말을 가능하게 한 신념은 이 땅에서 자라나는 시의 영감이었다…. 선생은 정치적 역경의 고비마다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다"고 썼다.

글쓴이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조시를 한 편 바쳤다. 글쓴이는 이 시에서 대한민국 제15대 김대중 대통령을 대한민국 제1대 민주 대통령이라 썼다. 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서거하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이 아직 제대로 삭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시가 영 어중개비(어정잡이)처럼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셔요... / 그렇게 가셔요... / 아무리 쓰라린 가슴 피멍 진하게 들어도 / 이승과 저승 매듭지을 수 없으니 / 어쩌겠습니까... 어쩌겠습니까...어쩌겠습니까... / 이제 고문 없는 그 나라에서는 / 더 이상 다리 저는 일은 생기지 않을 거여요 / 이제 삶도 죽음도 없는 그 나라에서는 / 더 이상 사형선고 받는 일은 없을 거여요"(이소리, '김대중 대통령님이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하늘나라 김대중 전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 몇 토막)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덧붙이는 글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님이여, 우리들 모두가 하나되게 하소서 - 대한민국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추모시집

김준태 외 지음,
화남출판사, 2009


#김대중 추모시집 #화남 #님이여, 우리들 모두 하나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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