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당신은 누구신가요?

전주서 10년째 남몰래 선행...28일에도 8천만원 놓고 가

등록 2009.12.29 09:09수정 2009.12.2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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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그분이 찾아 왔다.  전북 전주시의 '얼굴 없는 천사'로 알려진 한 남자의 선행이 10년째 이어졌다. 전주시민들이 매년 이맘때면 40대로 짐작되는 남성의 선행 소식을 기다릴 만큼 그의 선행은 지역 화젯거리다.
 
a 얼굴 없는 천사, 당신은 누구신가요? 전주시 노송동 동사무소 직원들이 28일 오전 11시 55분께 얼굴없는 천사가 공터에 놓고 간 박스안에서 꺼낸 8000여만원의 현금을 세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 당신은 누구신가요? 전주시 노송동 동사무소 직원들이 28일 오전 11시 55분께 얼굴없는 천사가 공터에 놓고 간 박스안에서 꺼낸 8000여만원의 현금을 세고 있다. ⓒ 윤동길

▲ 얼굴 없는 천사, 당신은 누구신가요? 전주시 노송동 동사무소 직원들이 28일 오전 11시 55분께 얼굴없는 천사가 공터에 놓고 간 박스안에서 꺼낸 8000여만원의 현금을 세고 있다. ⓒ 윤동길
 
'얼굴 없는 천사', 10년째 몰래 후원...올해도 8천만원 보내와

 

12월 28일 오전 11시 55분, 전주시 노송동사무소에 한 중년의 남성이 전화를 걸어와 "동사무소 인근 세탁소 옆 공터에 박스(A4용지 박스)를 가져다 놨으니 가보세요"라는 말만 남기고 끊었다.

 

전화를 받은 공무원은 순간적으로 '얼굴 없는 천사'라는 것을 직감했으나 짧은 한마디가 그가 남긴 전부였다. 직원들이 공터에 황급히 달려갔을 때 그곳에는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 쪽지 하나가 들어있는 작은 박스만 있었을 뿐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놓고 간 돈은 돼지저금통에 담긴 동전 26만 5920원과 1만원 권 및 5만원 권 현금 8천만 원 등 총 8026만 5920원이라는 큰 돈이었다.

 

지난 2000년부터 10년간 그가 남몰래 놓고 갔던 기부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지난해 2038만 원 보다 4배 이상 많았다.

 

'얼굴 없는 천사'는 자신의 존재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연말 1주일 전쯤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성금을 남몰래 놓고 가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전달한 기부액은 1억 6천만 원 이사이지만, 지난 10년간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가 박스 안에 남긴 작은 메모에는 아래와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대한민국 모든 어머님이 그러셨듯이 저희 어머님께서도 안 쓰시고 아끼시며 모으신 돈입니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셨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든다는 표현을 쓴 것을 미뤄볼 때 어렵게 어머님이 모아 물려준 유산을 유지에 따라 이번 기부액에 보탠 것으로 추정된다.

 

선행은 해피 바이러스처럼...제2, 제3의 '얼굴 없는 천사' 속속 등장

 

동사무소 측은 이 성금을 불우이웃들에게 쓸 예정이다. 전주시는 그의 선행을 기리고자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구의 기념 표지석을 제작해 조만간 노송동사무소 옆 화단에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런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해피 바이러스처럼 전파되고 있다.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나기 1시간 30분 전에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80대 노인이 100만원 권 수표 30장이 들어있는 3천만원 봉투를 직원들에게 건네며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사무실을 황급히 떠났다.

 

이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진안읍사무소 현관에 밤새 익명의 기부자가 쌀 50포대와 '어려운 분들을 도와달라, 많이 못 드려 죄송하다'는 메모만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지기도 했다.

 

시민 최정훈씨는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수천만원의 돈을 남모르게 기탁하는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따뜻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올해에도 어김없이 나타난 얼굴 없는 천사들이 이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나눔과 베품'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2009.12.29 09:09ⓒ 2009 OhmyNews
#얼굴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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