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름 둘레길 과오름 둘레길
김강임
제주토박이들에게 올레는 몸부림과 추억의 길
외지인의 눈에 비치는 제주올레와 제주토박이들이 느끼는 제주올레는 다르다. 특히 제주인들에게 올레는 어쩌면 과거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길이기도 하다.
26일, 제주올레 15코스를 제주 토박이 4명과 함께 걸을 수 있었다. 제주토박이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추억담을 듣노라니 제주올레가 참으로 눈물겹고 아름다운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힘들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눈물과 소싯적 추억, 그리고 흙길 올레를 탈출하여 대도시 아스팔트를 걷고 싶었던 섬사람들의 욕망이 올레 속에 숨어 있다. 사단법이 올레 이사장 서명숙씨가 그랬듯이 말이다.

▲과오름 둘레길 과오름 둘레길
김강임

▲자갈길 과오름 자갈길
김강임

▲둘레길 둘레길
김강임
광화문 정동길이 이만큼 아름다울까?과오름 둘레길과 도새기 숲길이 바로 제주 토박이 올레꾼들에게 추억의 아지트였다. 좌우로 난 소나무 숲과 돌담 길은 여느 산골길 같았다.
"우리 어릴 땐 이 소낭잎(소나무 잎)이 땔감였주게! 이걸 짊어 정, 산을 내려 오민 굴뚝에서 연기가 나곤 했어!"누런 솔잎과 잘 버무려진 흙길을 걸으며 제주여인은 말했다. 연료가 귀했던 시절, 아마 과오름 둘레길은 땔감을 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의 천국이었으리라. 소곤거리며 걷는 과오름 둘레길은 서울 광화문 정동길보다도 더욱 아름다웠다.

▲도새기 숲길 도새기숲길
김강임

▲도새기 숲길 도새기 숲길
김강임
도새기 숲길 놀라지 마세요!'도새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위험하지 않으니 안심하고 걸으세요. 그리고 음식은 절대로 주지마세요.'도새기(돼지)가 다닌다는 도새기 숲길에 접어들었다. 제주 '돼지'하면 아직도 '똥돼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지금 제주 똥돼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숲길에 무슨 돼지가 다닌다는 말인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시 애월읍사무소에 근무하는 변동근 계장은 "도새기 숲길 주변에는 돼지를 기르는 축사가 있다고 한다"며 "보통 돼지는 우리 안에 가둬 기르지만, 도새기 숲길 주변에는 축사에서 기르는 돼지를 방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새기 숲길을 걷는 올레꾼들은 간혹 돼지를 만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표지판에 적힌 것처럼 '만약 돼지를 만난다면 놀라지 말고, 음식물은 절대로 주지 말라'는 표지판의 당부를 지켜 줬으면 한다.

▲도새기 숲길 소나무 우거진 도새기 숲길
김강임

▲도새기 숲길 도새기 숲길
김강임

▲도새기 숲길 도새기 숲길
김강임
'생이' 덫 놓던 아지트도 이런 숲이었어!
"우리 어릴 땐 이런 숲에 생이(새) 덫을 놓았었주게! 덫에 걸린 생이(새) 잡아 구워먹던 어린시절 넌 알어?"다부진 제주아낙 올레꾼의 추억담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돌무더기와 해송 숲, 그리고 곶자왈로 이뤄진 도새기 숲길은 가축을 방목하는 야산 상태였다. 나지막한 돌담길은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고, 그 허물어진 사잇길을 '도새기 숲길'이라 이름 지었다.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 제주토박이 올레꾼들은 도새기 길을 걸으며 숲에 대한 추억으로 깔깔 대며 웃었다. 아련한 과거 속 여행이 아닌가 싶었다. 백일홍 길에서 과오름 둘레길을 걸쳐 도새기 숲길까지는 2.5Km, 제주토박이 올레꾼들의 추억이 깃든 산길은 아름답고 소박하며 순수함이 묻어나는 길이었다.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5코스 개장 기사는 갈매기 떼 넘나드는 평수포구와 푸른 들길 대림,귀덕농로, 푹신숙신한 납읍 숲길과 금산공원, 과오름 둘레길과 도새기가 다니는 숲길, 해송과 억새 만발한 고내봉, 그리고 눈물나는 아름다운 배염골 올레와 고내포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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