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과 연합, 그 자체가 바로 진보입니다

[주장]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의 '소심성'에 대한 반론

등록 2009.12.30 11:51수정 2009.12.30 11:51
0
원고료로 응원
a

지난 9월에 있었던 무소속 임종인 전 의원의 재보선 출마 지지선언에 함께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 ⓒ 남소연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최근 진보대통합과 반MB연합에 대해 '무조건 통합, 묻지마 연합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치셨습니다. 통합이나 연합 자체를 부정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문맥상, 그리고 현실조건상 하지 말자는 것이나 별반 다름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연합의 가능성을 다 닫아놓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진보정당에게 있어서 통합과 연합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김종철 대변인의 고민, 십분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기 어려워 감히 반론을 개진합니다.

진보정당 통합, 구구한 변명 뒤에 숨지 말자

진보정당 통합이 불가하다는 것은 구차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진보정당이 하나로 통합해야 할 명분과 필요성, 그 조건과 가능성은 이미 충분합니다. 아니 원래부터 분열할 필요도 없었다고 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진영의 여러 정치세력이 연합하고 단결해 건설한 정당입니다. 그 힘이 있었기에 5·16쿠데타로 1년 만에 몰락한 여러 혁신정당들, 6월 항쟁 이후 건설되었지만 단명으로 끝난 '민중의 당', '민중당'의 역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97년 다시 척박한 토양 위에서 '국민승리21'의 깃발을 내걸고 모여들었던 것은 평등파만도 아니었고 자주파만도 아니었습니다. 서로의 견해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보의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는 희망과 결의로 뭉쳤습니다.

십수 년에 걸친 이념, 노선 논쟁을 통해서 서로의 차이를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었지만, 진보정당 건설의 큰 뜻으로 결국 하나가 되었습니다. 차이로 인한 갈등과 대립도 있었지만 하나의 정당 안에서 함께 토론하고 행동하면서 오히려 차이를 극복해 협력하고 단결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2000년 민주노동당 창당, 2004년 원내진입이라는 성과의 기초에는 바로 그 단결과 연대라는 든든한 주춧돌이 있었습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이 내분을 일으켜 따로 떨어져나가는 것을 보고 진보도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원도 여럿 생기고 원내에 진출해 정파 간 골육상쟁 하는 것을 보고 기성 정치권이나 다름없다고도 봅니다. 힘을 모아 단결하고 또 단결해도 쉽지 않은데 집안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으니 누가 이런 세력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겠습니까. 억울하겠지만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북관, 통일관이 너무 달라서 분열이 불가피하다고도 하는데, 사소하고 지엽적인 문제입니다. 당내 세력 간 갈등이 너무 커서 하나로 합쳐봐야 잘 안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그럼 초창기에는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사실 마음먹기에 달린 일입니다. 민주노동당 안에서 정말로 노선의 차이가 너무 크고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까?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강령적 정책기조에서 어떤 근본적 차이가 있는지, 그게 등 돌리고 갈라설 정도였는지 누구도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가 6.15 통일행사장에서 6.15공동선언을 따르자고 호소도 하지 않았습니까? 민주노동당은 자주적 평화통일을 중요한 진보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는데, 진보신당의 통일정책은 뭐기에 여기에 함께 할 수 없단 말입니까. 그 밖의 다른 정책들은 사실 다를 게 없습니다. 설사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노동, 농업, 고용, 주택, 환경, 교육 등등 총론을 일치시키고 각론을 상호보완하면 다 되는 것들입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10여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 많이 닮아지지 않았습니까. 97년 당시 자주파와 평등파의 차이가 100이었다면 지금은 고작 10~20에 불과할 것입니다. 지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정국에 대응하고 현안을 대하는 입장에서 대중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우리가 공유했던 가치에서 근본적으로 달라져 함께 할 수 없는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모호합니다. 민주노동당과는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이외에 달리 새로운 것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반MB 진보개혁세력의 대연합, 더 큰 진보로의 새 출발이다

a

ⓒ 권우성


진보는 소수 선각자나 특정 정당, 정파의 독자적 힘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원래 진보란 것이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지향에 따라 끊임없이 '진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발전에는 진보세력의 역할도 있고 개혁세력의 역할도 있습니다. 민주화세력, 개혁세력은 지난날 한국에서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등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향후에는 진보세력의 역할이 점점 더 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진보'는 아직 기회를 얻지 못했고 '개혁'은 어렵게 획득한 기회를 더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진보는 개혁을 수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개혁은 진보로의 발전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내내, 그리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진보의 미래'를 탐구하는 데 몰두했다는 것도 이를 반증합니다.

진정한 진보라면 연합의 변죽만 울릴 것이 아니라 그 주동에 서야 합니다. 진보와 개혁이 연합하면 지난 정권이 그대로 복원되는 정도에 그치겠습니까. 지난 정권의 공과는 우리 국민들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민주화세력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넘어 실제 체험한 것이기 때문에 더욱 뚜렷이 각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도 진보와 개혁이 연합하라는 겁니다. 국민들은 과거로의 복귀가 아닌 더 나은 정치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신당 역시 반MB, 반한나라당 연대연합 실현에 뜻을 달리 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신당은 당면한 지방선거에서의 '반MB, 반한나라당 연대연합'에 대해서는 소극적입니다. 그런데 선거에서 연합 문제를 배제한 채 현실적으로 연대연합을 강화할 길이 있습니까. 우리 국민 다수가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진보개혁적 야당이 함께 힘을 모으라는 것이 현재 국민 다수의 요구입니다.

진보신당이 민주당, 국민참여당과의 연대연합 가능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으면서도, 또 한편으론 현실적으로 당장 합의되기 어려운 연합의 전제조건을 내거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려는 의도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진보도 죽고, 연합도 죽고, 국민들도 죽습니다. 연합을 거부하는 그 어떤 진보정당도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습니다.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결국 작은 것도 잃습니다.

통합과 연합은 진보의 미래를 여는 열쇠이다

진보통합과 반MB대연합은 현 시기 진보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진보세력 강화의 도약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역사는 외세에 의해, 독재세력에 의해 수난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97년 정권교체로 이제 독재의 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으로, 적어도 10여년 전진한 민주주의는 다시 되돌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순진한 생각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한순간에 허물어 버렸습니다.

과거 민주화세력이 제1야당으로 성장해 정권교체를 이루기도 했고 노무현, 노사모 열풍이 불어 정치개혁의 기대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단기간 안에 과연 유일한 대안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어느 하나의 정당, 정치세력이 있습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독재로 회귀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폭압을 막아내고 진보의 전진과 도약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그러자면 통합과 연합 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습니다.

현 시기 진보와 개혁의 대연합은, 야당의 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정치인들만이 아닌 진보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전면적 연합으로 필연코 나아가게 될 것이며, 이것은 향후 진보세력의 확장과 도약에도 귀중한 담보가 될 것입니다. 연합은 단순히 독재를 막기 위한 수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과거 개혁세력이 보여준 한계를 뛰어넘어 진보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출발이자 동력이 될 것입니다. 하여, 현 시기 통합과 연합은 진보의 밝은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분열은 진보와 개혁세력 모두를 패배와 침체의 수렁속으로 밀어 넣게 될 것입니다.

통합과 연합, 그 자체가 바로 진보입니다.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더 이상 통합과 연합을 두려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보의 재구성'은 그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김승교님은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승교님은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입니다.
#진보대연합 #김종철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