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소통 부재의 감옥에 갇혀 있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12강]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록 2009.12.30 09:45수정 2009.12.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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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29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 공동 특별강좌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에서 '민주주의, 시민의 일상에서 시작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박원순이라는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할 정도로 (권력을) 남용할 권리가 국가에 있는가? 국가정보원은 고소한 뒤에도 내가 광주를 내려가는데 같이 있는 간사에게 국정원 직원이라면서 '오늘 광주 내려가는 것 맞느냐'고 전화를 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또 전화가 왔다. '정말 광주 가고 있는 게 맞느냐'면서. 그렇게 할 일이 없어서 국민의 세금으로 나 같은 시민운동가 한 사람을 감시하고 다닐 만큼 여유가 있는가? 나는 졸지에 국가안보와 동격이 되어버렸다."

대표적인 시민운동가 박원순(희망제작소 상임이사·희망과 대안 공동위원장) 변호사는 자신에 대한 국정원의 고소사건을 "멀쩡히 길을 가는 사람 뒤통수에 돌을 던져 놓고, 돌아보니 '가던 길 그냥 가라'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일"이라고 규정했다.

29일 저녁 7시 30분 <오마이뉴스>와 도서출판 휴머니스트가 공동 기획한 특강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의 12번째 강사로 나선 박 변호사는 '민주주의, 일상에서 출발하자'는 주제로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박 변호사는 19세기 말 독일의 스파이로 몰려 억울하게 수감되었던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 당시 정치인 클레망소가 한 말을 소개했다.

"국가이익, 그것이 법을 위반할 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법에 대해 말하지 말라. 자의적인 권력이 법을 대신할 것이다. 오늘 그것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자를 칠 것이며, 국가이익은 이성을 잃은 채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반대자를 비웃으며 쓸어버릴 것이고, 군중은 겁에 질린 채 쳐다만 볼 것이다. 정권이 국가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마련이다. 만약 그것이 드레퓌스에게 적용된다면 내일 다른 누구에게 적용될 것이 분명하다."

박 변호사는 용산참사를 예로 들면서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법치주의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잊지 않았다.

"그런 참혹한 재개발의 상황에서 누군들 저항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법치주의란 것의 핵심은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의미는 힘 있고,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이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왜냐하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금방 응징을 받고 감옥을 가는데 안 지킬 도리가 있는가? 그런데 늘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은 권력자와 돈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정부기관이, 재벌이 법을 제대로 지킨다는 것에 법치주의의 의미가 있다."


영국 수상 웹사이트에 올라온 공개 진정, "사임하시오"... 한국이었다면?

"훌륭한 정부일수록 시민과 소통하는 정부"라고 규정한 박 변호사는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확대 문제로 촉발된 수백만 인파의 촛불시위에 맞서 '명박산성'을 쌓은 이명박 정부가 "소통 부재의 감옥에 갇혀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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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권우성

"민주주의란 것은 결국은 소통이 아닐까 풀이해 본다. 국민 상호간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와 국민 사이에도 늘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고든 브라운 영국 수상의 공식 웹사이트에 가면 가장 인기 있는 공개진정 5개가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 제일 첫 번째가 '고든 브라운 수상, 당신 사임하시오'란 진정이다. 영국 수상의 공식 웹사이트에 수상 사임하라는 진정 내용이 공식적으로 올라가 있다는 거다. 만일 우리 청와대 공식 웹사이트에 'MB아웃', 이러면 아마 수백만 명이 서명할 텐데, 그래도 그걸 남겨 놓을 수 있는 관용, 용기 이런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있을까?"

이어서 그는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대안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정치는 바로 생활이고 우리의 삶"이라고 말한 박 변호사는 그 대안은 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가나카와현에는 회원 60만 명의 '생활클럽 생협'이 있다. 그런데 이 회원들이 보기에 정치인들이 정치를 너무 개판으로 하는 거다. 정치란 게 뭔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렇다면 유기농으로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또 도로를 어떻게 놓을 것인가 하는 것과 같이 삶과 직결된 문제들이다. 그러니까 주부들이 '생활자가 누구냐. 그것은 남성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살림을 살아본 우리들이다' 하고 지방의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생활자 네트워크'인데 이렇게 해서 가나카와현 의회와 요코하마시 등 시의회에 진출한 사람이 한때 90명에 이르렀다. 일종의 지역정당이 만들어 진 것이다. 깨어 있는 시민들이 각자의 생활공간 내에서 참여하면 세상이 바뀐다."

또 박 변호사는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거나 삼성그룹에 들어가는 것만 원한다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다"며 "젊은이들이 새로운 세상을 꿈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돌아보면 세상에는 얼마든지 이웃을 위해 사는 다양한 길들이 열려 있다.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국가마다 자본주의의 색깔이 다르고 민주주의의 온도가 달랐다. 북유럽과 영국이 달랐고, 영국과 프랑스가 달랐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절대로 공짜는 없다. 그나마 민주주의가 이렇게까지 올 수 있었던 데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있었는가. 세상은 노력하는 만큼 바뀔 수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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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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