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똥꾸'스런 삼성공화국, 만세~

[주장] 올림픽유치 위해 법치도 희생할 수 있다는 이 대통령

등록 2009.12.30 11:33수정 2009.12.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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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2항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난해 촛불시위 현장을 뜨거운 절규로 물들이기도 했던 이 말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명명박박'한 거짓말입니다. 

바르게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삼성으로부터 나온다"고 해야 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이건희씨가 형이 확정된 지 겨우 100여일 만에 '국익'을 명분삼아 특별사면되는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어집니다. 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정상적인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습니까.

아다시피, 이건희씨는 경영권을 불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차명계좌 운용 등 각종 편법과 탈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 하여 지난 8월 '배임 및 조세포탈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은 중대한 경제사범입니다. 대한민국을 정경유착의 악취로 오염시킨 'X파일'의 주범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입만 열면 '법과 원칙'을 떠벌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에게 특별사면이라는 은전을 베풀었습니다. UAE에 원전 수출이라는 대성공을 거둔 '위대한 대통령'이 오로지 '국가 이익' 하나만 보고 실행에 옮긴 일이니만큼, 국민은 그저 박수치고 따라만 오면 된다는 것일까요? 

무지렁이 국민들은 어지럽고 혼란스럽습니다. 불과 1주일 전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 "국민들에게는 법을 지키라고 하고 정작 위에서는 범죄가 저질러지면 국민들이 어떻게 보겠느냐" "지도층부터 공직자, 고위직, 지도자급의 비리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일갈하신 이 대통령의 노기 띈 음성이 아직 귓가에 쟁쟁한 탓입니다.

도대체 그 놈의 '국가 이익'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고 '법과 원칙'을 능멸하면서까지 이씨를 특별사면해야 하는 것이랍니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가적 관점에서 결심했다"구요? 아니, 실형도 아니고 집행유예인데, 그 몸으론 집밖도 못 나가고, 외국인도 못 만난답니까? 

그 이전에, 이씨를 내보내면 동계올림픽 유치에 큰 도움이 된다는 허황된 믿음은 어디서 온 것입니까? 이씨가 멀쩡한 몸으로 두 차례나 뛰어 다녔을 때도 한국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거듭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조건 된답니까? 


설사 유치된다 해도 문제입니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선 "이건희 사면해서 성사될 동계올림픽이라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말이 돌고 있습니다. "조세포탈자가 유치하는 올림픽이 떳떳하냐?" "올림픽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강호순도 사면해줘야 되나?" 하는 시니컬한 냉소가 소리없이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절망 위에서 치러지는 동계올림픽이 무에 그리 자랑스러울까요?

작금의 특별사면으로 이 대통령이 평소 노래불렀던 '국격'은 땅바닥에 곤두박질쳤습니다. "법 앞에 평등"이란 헌법조항도 우스갯소리로 전락했습니다. 실낱같은 생명으로 겨우 겨우 연명하던 '법치'도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서민들에게만 법을 강요하고 힘있는 자들에겐 초법적 은전을 베푸는 이 대통령의 무소불위한 통치행위가 초래한 결과가 이러합니다. '빵꾸똥꾸'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습니까?

2009.12.30 11:33 ⓒ 2009 OhmyNews
#이건희 특별사면 #이명박 정부와 '법치' #빵꾸똥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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