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 1백만원짜리 소주를 마시다

그날 나는 완전히 미친 놈이었다!

등록 2009.12.30 11:40수정 2009.12.3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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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은 '있을지도 모르는 뜻밖의 경우'를 이른다.

그래서 이 표현은 "만일 그 때 내가 그 짓(행위)을 안 했더라면?"이라는

자문자답과도 쉬 부합된다.

 

하지만 엎질러진 물을 보고 그런 후회를 해 봤자 이는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 버리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말짱도루묵'에 다름 아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어떤 반면교사의 차원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교훈의 다짐 연장선상에서

지난날의 내 아둔했던 음주운전의 어리석음을 다시금 곱씹는 건

이 땅의 주당들에게 약간의 울림이 없지 않을 듯 싶어 고백한다.

 

그날 나는 소주를 무려 세 병이나 마시고 운전을 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짓거리를 할 리는 만무였다.

그랬다.

 

그날 나는 완전히 미친 놈이었다!

그리곤 핸들을 잡곤 한적한 도로도 아닌, 하나같이

쏜살같이 마구 달리는 고속도로에까지 진입한 것이었다.

 

만취한 본인은 인지하지 못 할지라도 그가 운전하는 차량은 운전자를 빼닮는 것이다.

후에 경찰조사에서 들은 얘긴데 나와 함께 좌우로 마구 흔들리는

내 차를 본 어떤 운전자가 내 차의 뒤를 따라 붙더니 경찰에 신고를 했단다.

 

경찰차 두 대가 날 에스코트(?)하여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아니 '끌고 갔다'는 표현이 제격이겠다.

왜? 나는 그날 분명 '현행범'이었으므로.

 

그리곤 음주운전 사실확인서인지 뭔지를 쓰고

인장을 내놓고 지문(指紋)까지 찍으라고 했다.

지은 죄가 명백했으므로 구질구질하게 변명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담당 경찰관의 추궁이 이어졌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자그마치 이 정도나 되는데 어쩌자고 그처럼

무모하게 운전을 했단 말요? 죽으려고 작심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맞습니다! 세상을 살기가 싫어서 죽으려고 환장을 했던 겁니다."

"......."

 

천만다행으로 사고를 냈거나 어디에 추돌한 것도

아니었기에 벌금은 3백만 원이 부과되었다.

운전면허는 당연히 취소가 되었고.

 

그러니까 당시에 나는 한 병에 무려 1백만 원이나 하는 소주를 세 병 마신 꼴이었다.

술을 마시면 덩달아 간도 붓는다는 표현이 참으로 적절한 비유다 싶었다.

 

이후 여건도 안 되고 하여 여태껏 운전면허는 따려는 맘이 없다.

자동차 10년 타기 시민운동연합에 따르면 소주 한 병을 마시고

혈중 알코올 농도 0.14%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전치 4주 이상의 인사사고를 냈다면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최소 2천 3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한다.

 

이제는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얼추 정착단계이지 싶다.

그러함에도 음주운전을 하는 이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민운동연합의 자료 발표처럼 소주 한 잔에 무려

330만 원짜리(소주 한 병은 통상 일곱 잔이 나온다)라고

한다면 과연 뉘라서 감히 그걸 마실 수 있으랴!

 

연말연시는 더 더욱 술자리가 많은 즈음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땅을 치며

후회하기 마련인 음주운전은 애당초 안 하는 게 상책이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2009.12.30 11:40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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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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