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린 우리 말투 찾기 (35) 얄궂은 말투 10

[우리 말에 마음쓰기 828]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일익을 담당' 다듬기

등록 2009.12.31 11:04수정 2009.12.3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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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 동료이자 가족인 임소희 님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  <김홍모-소년탐구생활>(길찾기,2006) 143쪽


'동료(同僚)'는 그대로 두어도 괜찮으나, "함께 일한 사람이자 한식구인 임소희 님"으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또는 "일동무이자 한식구인 임소희 님"으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전(傳)합니다'는 '보냅니다'로 손봅니다.

 ┌ 심심(深深) : 깊고 깊다
 ├ 감사(感謝)
 │  (1)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   - 감사 편지 / 감사를 올리다
 │  (2) 고맙게 여김
 │   - 감사의 뜻을 표하다 /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 감사의 인사를 올리다
 ├ 정(情)
 │  (1) 느끼어 일어나는 마음
 │   - 신뢰의 정을 쌓다
 │  (2) 사랑이나 친근감을 느끼는 마음
 │   - 정이 많은 사람 / 정이 들다 / 정이 떨어지다
 │
 ├ 심심한 감사의 정을 전합니다
 └ 深深한 感謝의 情을 傳합니다

그리 오래지 않은 예전에는 "深深한 感謝의 情을 傳합니다"처럼 적던 우리 지식인입니다. 한문을 배웠을 뿐 아니라, 한문으로 글살이를 했던 분들은 으레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제는 이와 같이 한자를 통째로 드러내면서 글을 쓰지 않습니다. 이제는 한글로만 글을 씁니다. 다만, 한글로 글을 쓰기는 하지만 속살은 온통 한문이라 할 만합니다.

 ┌ 더없이 고마운 마음을 보냅니다
 ├ 더없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무척 고마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 무척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 참으로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습니다
 └ …

우리는 우리 삶을 우리 말로 슬기롭게 담아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우리 글로 알맞게 실어내야 합니다.


고맙다고 느꼈으면 '고맙다'고 말하면 됩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더없이 고마웠기에 "더없이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우리가 느낀 고마움을 꾸밈없이 드러내 줍니다. 우리가 받아들인 고마움을 있는 그대로 풀어냅니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반갑고 기쁜 느낌을 하나둘 보여줍니다.

 ┌ 소희야, 참으로 고맙구나
 ├ 소희야, 참 고맙다
 ├ 소희야, 참말 고마웠어
 └ …

일동무이면서 식구이기도 한 소희 님한테 들려주고 싶은 '고마움'이라 한다면, 한 마디로 적을 수 있습니다. 일동무이면서 한식구인 사랑스러운 소희 님한테 이야기하고픈 '고마움'이라 한다면, 좀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 사랑스럽고 고마운 임소희 님이 있어서 이 책이 나왔습니다
 ├ 사랑스럽고 고마운 임소희 님이 도와주었기에 이 책이 나왔습니다
 ├ 사랑스럽고 고마운 임소희 님과 함께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 …

고마운 마음을 더 깊이 나타내고 싶다면, 어떻게 적바림해야 내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는지를 곰곰이 헤아려 주소서. 사랑한다는 말을 더 또렷이 드러내고 싶다면, 어떻게 적어 놓아야 내 사랑을 한결 따사롭게 나눌 수 있는지를 찬찬히 곱씹어 주소서. 사이사이 꾸밈말을 넣어 볼 수 있습니다. 앞뒤에 살을 붙일 수 있습니다. 찬찬히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하나하나 살피기 나름입니다.

ㄴ. 일익을 담당

.. 이 교육비 지출이 농민을 죽이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천주교사회문제연구소-분단시대의 성찬과 평화>(일과놀이,1990) 18쪽

"교육비 지출(支出)이"는 "교육비로 나가는 돈이"나 "교육비로 쓰이는 돈이"로 손봅니다. 또는 "가르친다며 쓰는 돈이"나 "가르치는 데에 드는 돈이"나 "아이를 가르칠 때 들어가는 돈이"로 손질해 봅니다.

 ┌ 일익(一翼)
 │  (1) 중요한 구실을 하는 한 부분
 │   - 국방의 일익을 맡다
 │  (2) 조그마한 도움
 │   - 미력하나마 제가 그 일에 일익이 된다면 힘껏 일하겠습니다
 ├ 담당(擔當)
 │  (1) 어떤 일을 맡음
 │   - 담당 검사 / 담당 구역 / 담당 기관 / 담당 선생
 │  (2) = 담당자
 │   - 제가 이 일의 담당입니다 / 오늘 청소 담당이 누구냐?
 │
 ├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 한몫하고 있습니다
 │→ 한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 크게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 …

국어사전을 살펴보니, 한자말 '일익'을 풀이하며 붙인 보기글에 "일익을 맡다"가 있습니다. 한동안 이 보기글에 눈을 박습니다. 그러게. 어느 한편으로는 이처럼 옳게 쓸 줄도 아는데. 우리 말 '맡다'가 버젓이 있으니 구태여 한자말 '담당'을 불러들여 쓸 까닭이 없는데. 이 보기글에서는 국어사전만큼이라도 마음을 기울여 '담당'이 아닌 '맡다'를 넣어 주면 좋았을 텐데. 여기에서 조금 더 마음을 쏟을 수 있으면, '일익'을 '한몫'으로 손질할 수 있었을 텐데.

 ┌ 한몫 ← 한(一) + 몫(翼)
 └ 맡다 ← 擔當

그러고 보면, 쉽게쉽게 쓰면 될 말을 쉽게쉽게 안 쓰는 가운데 나타나는 "일익을 담당하다"가 아닌가 싶습니다. 관용구처럼 쓰거든요. 한 가지 몫을 맡는다고 하면 "한 가지 몫을 맡는다"고 말하면 되고, 한 마디로 줄이면 '한몫하다'입니다. 우리 깜냥껏 말을 하고, 우리 슬기를 모두어 우리 말투를 빚어내면 됩니다. 이러는 가운데 '한몫하다' 같은 토박이말 하나 엮어낼 수 있는 한편, 가지를 치면서 '두몫하다'나 '세몫하다'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 국방의 일익을 맡다 → 나라 지키는 한몫을 맡다
 ├ 그 일에 일익이 된다면 → 그 일에 도움이 된다면
 ├ 담당 검사 → 맡은 검사
 └ 제가 이 일의 담당입니다 → 제가 이 일을 맡았습니다

옳게 쓰려고 애써야 옳게 쓸 수 있습니다. 살갑게 쓰려고 힘써야 살갑게 쓸 수 있습니다. 사랑스럽게 다가서려고 마음써야 사랑스럽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믿음을 나누려는 몸가짐이 되어야 비로소 믿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알려고 하는 사람이 알 수 있고,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 지킬 수 있으며, 나누려고 하는 사람이 나눌 수 있습니다. 말 한 마디 알맞게 쓰려는 마음이 없고서는, 제아무리 말지식이 그득그득 넘친다 한들 알맞게 쓰지 못합니다. 글 한 줄 올바르게 쓰려는 매무새가 없고서는, 제아무리 가방끈이 길고 책 많이 읽었다 한들 올바르게 쓰지 못합니다.

내 몫과 내가 맡은 자리를 곰곰이 되짚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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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익히기 #글다듬기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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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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