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에서 찾은 소박하고 맛깔난 음식들

[맛객의 맛] 막걸리, 바지락회무침, 백합, 깨묵, 오뎅과 붕어빵

등록 2010.01.04 12:39수정 2010.01.0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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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 시작되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고상한 민족의 풍미를 담은 냉면이 그렇고요. 몇 해 전부터 맛들인 청어통과메기도 겨울의 미각으로 한자리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접했던 이 겨울별미는 조금은 특별한 감정입니다. 어떤 것일까요? 전북 부안으로 향하겠습니다.


지난 1월 2일, 정읍과 부안으로 새해 첫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저에게 있어 출장은 언제나 음식이 중심입니다. 부안을 찾은 이유는 생합 때문인데요. 아주 큰 것은 대합으로 불리지만 백합이 일반적으로 불리우는 이름입니다. 조개의 여왕이라 칭해도 좋을 정도로 깨끗함이 자랑인데요. 그래서인지 생회로 먹어도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a  조개의 여왕으로 손색없는 백합은 죽, 구이, 회로 즐긴다

조개의 여왕으로 손색없는 백합은 죽, 구이, 회로 즐긴다 ⓒ 맛객


백합, 이 겨울별미를 접할 때면 항상 특별한 감정이 생기는데요. 이는 질 좋은 백합의 주 산지였던 새만금이 파괴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직접 현장을 찾아 백합 캐는 분들과 대화도 나눈 경험 때문인지 백합은 아주 특별한 존재로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만금은 다시 자연으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입니다. 현재는 북한산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어디 갓 캔 백합 맛을 따라 올 수 있을까요. 비록 이날 바다사정이 좋지 않아 자연산 백합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또 다시 맛 볼 기회는 있다고 믿습니다.

a  갖은 양념으로 손맛을 낸 남매식당의 바지락회무침, 막걸리 안주로 아주 그만이다

갖은 양념으로 손맛을 낸 남매식당의 바지락회무침, 막걸리 안주로 아주 그만이다 ⓒ 맛객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백합만큼 부안에서 많이 나는 바지락회무침을 주문했습니다. 살짝 데친 바지락살을 채소를 곁들여 갖은 양념에 무친 요리입니다. 손맛이 없다면 초장 맛만 골 때리게 무쳤을 터인데 이 집의 요리는 제법 양념의 조화를 살렸습니다. 조갯살도 충분히 들어갔고요.

a  바지락이나 굴을 주문하면 식당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바로 깐 싱싱한놈들을 내준다

바지락이나 굴을 주문하면 식당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바로 깐 싱싱한놈들을 내준다 ⓒ 맛객


자매식당 가게 앞에는 바지락 까는 아낙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거기에서 바로 구입하여 만들기 때문에 양과 싱싱함에서 아주 대 만족입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지락살을 조금 길게 데쳤네요. 때문에 식감과 풍미가 살짝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굿입니다.


a  크게 모자라지 않은 맛을 내는 부안 생막걸리. 하지만 직전에 마셨던 송명섭막걸리의 맛에 밀리고 말았다

크게 모자라지 않은 맛을 내는 부안 생막걸리. 하지만 직전에 마셨던 송명섭막걸리의 맛에 밀리고 말았다 ⓒ 맛객


술은 부안 로컬막걸리인데요. 주 재료는 쌀과 소맥분입니다. 크게 단점은 없고 무난하지만, 앞서 마셨던 송명섭 명인의 막걸리로 인해 감흥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부안 막걸리가 때를 잘못 만난 것이지요.

안주가 부족하여 굴회를 주문했습니다. 이것 역시 가게 앞에서 바로 사온 탓인지 양과 싱싱함에서 부족함이 없습니다. 보기보다 양이 많아 절반은 숙회로 청했습니다.


이 식당의 김치에 대해서는 일행이 탄복했습니다. 아삭거림과 시원함, 거기에 전라도 김치 특유의 풍미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맛깔난 상태는 아니지만 도시의 김치와는 사뭇 격이 다른 맛입니다.

a  묵이 고소할 수 있을까? 깨묵을 먹으면 답을 구할 수 있다

묵이 고소할 수 있을까? 깨묵을 먹으면 답을 구할 수 있다 ⓒ 맛객


이 가게에서 눈길을 잡아 끄는 찬이 있었는데요. 생소해서 아짐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깨묵이라고 합니다. 깨묵이라는 요리가 있었던가. 100% 깨로 만들지는 않고 일반 묵에 깨(흑임자)를 첨가한 듯합니다. 맛을 보니 제법 고소합니다.  바지락회무침, 굴회, 막걸리 3통, 쌀밥 2그릇 해서 4만원 나왔으니 가격이 상당히 양호합니다.

a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오뎅국물이 먹고 싶다면 부안시장 앞 노점으로 가시라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오뎅국물이 먹고 싶다면 부안시장 앞 노점으로 가시라 ⓒ 맛객


부안시장 입구에는 오뎅을 파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두 곳인데 제가 방문한 곳은 농협중앙회(부안지부) 바로 앞 점포입니다. 오뎅은 서울 길거리에도 널렸지만 이곳 오뎅은 특별합니다.

언제부터인지 길거리 오뎅은 사먹지 않게 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과도한 조미료때문입니다. 오뎅국물은 멸치와 무, 다시마만 들어가도 아주 시원하죠. 헌데 국물 좋아하는 한국사람 식성 때문인지 국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 다시다나 미원을 첨가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곳의 오뎅에는 그런 조미료가 일절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진짜인가 아닌가 제가 한 번 떠봤습니다.

"쇠고기다시다 얼마나 들어가요?"
"안 넣습니다."
"그럼 미원 써요?"
"조미료 왜 넣습니까? 오뎅에서 맛이 다 나오는데."

오뎅도 맛있고 국물은 아주 개운합니다. 이런 오뎅 국물이라면 매일이라도 먹겠습니다. 오뎅과 함께 붕어빵도 파는데요. 붕어빵에 들어가는 '팥소' 역시 직접 만들어 쓴다고 하네요. 맛을 보니 공산품보다 단맛은 덜 합니다.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백합을 샀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국산은 아닐 것입니다. 백합죽으로 할까? 백합탕을 할까? 아니면 호일에 싸 백합구이를 할까 하다가 일부는 스시를 쥐었습니다. 씨알이 잘기에 스시 한 개에 댓 개 정도의 백합이 사용되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조갯살을 꺼내 내장을 제거한 후 끓는 물에 아주 짧게 데쳐 바로 찬물로 식힌다.
2. 맛간장에 조금 담갔다가 채로 받쳐 물기를 뺀다.
3. 네타(재료)가 완성되었으니 스시를 쥔다.
4. 마지막으로 가쯔오부시(가다랑어포)로 장식을 한다.

a  백합스시의 맛은 표현불가이다

백합스시의 맛은 표현불가이다 ⓒ 맛객


시중에서 백합스시 파는 곳은 없는 듯하니 여러분은 상상으로만 맛을 살펴야 하겠네요. 그 맛을 살짝 귀띔해 드리자면... 아 저도 도저히 설명되어지지 않습니다. 부드럽고 쫄깃하고, 조개의 단맛과 감칠맛에 바다의 풍미까지... 밥(샤리)과의 어우러짐이 기똥차군요. 함께 쥔 아부리 시메사바 스시가 밀려날 정도였습니다. 이상으로 명인의 막걸리와 부안의 소박한 음식들 소개를 맺겠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겨울별미는 무엇인가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합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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