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퇴각을 하신 어머니 신발엔 눈이 묻어 있다.
전희식
"희식아. 안 되것다. 한동댁 한테 가서 니가 그래라. 내일 가믄 안 되겠냐고."
"안 돼요. 오늘 가요. 나선 김에 어서 가요.""이러다가 눈에 빠져 죽는다. 한동댁 한테 가봐아. 내일 간다고 그래봐아.""눈 좀 왔다고 안 가면 어떡해요? 가요 어무이."짓궂은 내 고집(?)에 어머니는 늘 나 보다 한 수 위시다.
"한동때액~~~~~"말을 듣지 않는 아들을 제치고 직접 대화를 시도하셧다.
"내일 가믄 안 되것소? 내가 내일 갈게. 내일~~"혼자 몇 번 소리치시던 어머니가 환한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한동 할매가 지금은 바빠서 오늘은 못가니 내일 쑥 뜯으러 가자고 그러신다는 것이다.
"내일 가도 된다고? 알았소. 그라믄 그리 합시다."한마디 더 산 쪽으로 고함을 치시고는 나더러 가자 가자, 집으로 가자 하신다. 방으로 돌아 온 나는 눈에 젖고 흙투성이가 된 어머니 옷을 벗겨 새 옷을 갈아 입혀 드리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바람을 쐬러 가야겠구나 생각했다. 그게 새해맞이 여행을 하게 된 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