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태어난 아이들은 25시간을 산다

[리뷰] 스콧 웨스터펠드 <미드나이터스>

등록 2010.01.12 14:25수정 2010.01.12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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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이터스> 3부작 1편 : 비밀의 시간 ⓒ 사피엔스21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다. 서머타임으로 한 시간 당겨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스물네 시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정말 하루가 스물네 시간일까? 혹시 우리가 모르는 시간이 어딘가에 감춰져 있는 것은 아닐까?


미국의 작가 스콧 웨스터펠드에게도 이런 질문이 떠올랐을 것이다. '무슨 터무니 없는 생각이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으로부터 재미있는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미드나이터스>가 바로 그 작품이다. <미드나이터스>에서 하루는 스물네 시간이 아니라 스물다섯 시간이다.

그중 한 시간은 말려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 지금의 우리들처럼. 특별히 선택받은 몇몇의 사람들만이 그 한 시간을 보고 그 시간 속에서 살 수 있다.

자정 이후에 감춰진 한 시간

작품의 무대는 미국 오클라호마의 작은 마을 빅스비. 이 마을의 고등학교로 열다섯 살의 제시카 데이가 전학온다. 대도시 시카고 출신인 제시카에게 빅스비는 낯설기만 하다. 물맛은 이상하고 학교 건물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트레일러에서도 수업을 받는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빅스비에는 통금시간이 있다. 밤 11시 이후에 열여덟 살이 안된 애들이 돌아다니면 경찰에 체포된다. 마을 외곽의 황무지에서 사라진 보안관의 전설이 떠돌고 수많은 뱀들이 우글거리는 뱀소굴의 이야기도 있다.

이런 모든 것들보다 더욱 이상한 일이 밤 12시에 제시카에게 일어난다. 잠자리에 들었던 제시카가 12시에 잠에서 깨자 세상이 변해있는 것이다. 하늘에는 검은 달이 커다란 UFO처럼 떠있고, 사방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제시카는 그 푸른 빛의 정체를 알아낸다. 그것은 빛나는 어둠이자 굶주린 공허다. 푸른 빛은 검은 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차갑고 생기없는 그것은 검은 달이 모든 빛을 흡수해 녹여버리고 난 뒤에 남은 빛의 잔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꿈인것 같다. 세상은 쥐죽은 듯이 고요하고 동생과 부모님은 잠든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것 같다. 푸른 빛으로 얼어붙은 세상에 자기 혼자만 깨어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며칠 동안 반복되면서 제시카는 푸른 시간에 깨어있는 다른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모두 같은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다. 수년 동안 푸른 시간을 경험한 친구들은 제시카에게 진실을 말해준다.

원래 하루는 25시간이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한 시간을 인식못해. 우리 '미드나이터스'들만이 그 시간에 깨어있는 거야. 그 한 시간동안 세상은 우리 거야.

미드나이터스들에게는 각자 재능이 있다. 고대의 전승을 볼 수 있는 사람,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 하늘을 날 수 있는 사람, 숫자와 수학에 천재인 사람 등. 제시카는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푸른 시간에 황무지에 있는 뱀소굴로 가야 한다. 제시카는 어떤 이유로 선택받은 미드나이터스가 되었을까?

다클링과 대결하는 미드나이터들

한 시간 동안 세상을 차지한다는 것이 다소 낭만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제시카는 푸른 시간에 친구와 손을 잡고 하늘을 날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판타지 소설에는 주인공을 위협하는 적들이 출현하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푸른 시간동안 세상을 차지하는 것은 미드나이터스들만이 아니다.

'다클링'이라고 이름 붙여진 괴물들도 그 시간에 세상을 어슬렁 거린다. 다클링들은 하늘을 날거나 바닥을 기어다니며 미드나이터스들을 위협한다. 친구들은 요즘 들어서 다클링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하며 점점 그들을 제압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불안해 한다. 일반인들이 25시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처럼, 다클링들은 다른 스물네 시간에는 들어오지 못한다.

미드나이터스들은 모두 자정에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정이 지나고 일 초 이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4만3200명 중 한 명의 확률로 태어난 사람들이다. 많은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정확히 자정에 태어난 이들은 유령을 볼 수 있다고 믿는다. 미드나이터스들이 보는 것은 유령이 아니라, 푸른 시간과 그들을 위협하는 다클링들이다. 다클링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 푸른 시간에 굳어있는 일반 사람들을 공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대를 배경으로하는 판타지는 대부분 비밀의 장소를 통해서 새로운 모험의 세상이 열린다. <미드나이터스>에서는 비밀의 시간을 통해서 바뀐 세상이 나타난다. 환상적인 경험으로 시작된 시간속에서 이제 세상을 구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주인공은 나름대로의 대가를 치른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정에 태어난 특별한 운명의 아이들이니만큼, 세상을 구하건 못구하건 남들과 같은 평범한 인생을 살지는 못한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시계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는 것을 무심하게 보지는 못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미드나이터스> 1, 2, 3.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 박주영, 정지현 옮김. 사피엔스21 펴냄.


덧붙이는 글 <미드나이터스> 1, 2, 3.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 박주영, 정지현 옮김. 사피엔스21 펴냄.

미드나이터스 세트 - 전3권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박주영.정지현 옮김,
사피엔스21, 2009


#미드나이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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