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몇 개짜리 도토리인가

세종시 교육과학중심도시계획은 합리적인가

등록 2010.01.15 17:55수정 2010.01.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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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삼모사. 보통 '눈앞에 보이는 차이만 알고 결과가 같은 어리석음'을 가리킬 때 쓴다. 이것을 주체적인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남을 농락하여 자기의 사기나 협잡술 속에 빠뜨리려는 행위'를 말하기도 한다. 지난 11일 정운찬 총리는 세종시 교육과학중심도시 개발 플랜을 발표하였다. 국토 지역발전 이전에 자족기능이 우선이라는 이유였다. 과연 수정안이 4개짜리 도토리일지 3개짜리 도토리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60년대 20% 전후의 인구밀도는 90년대 들어와 40%를 상회하였다. 이런 지나친 과밀화는 집값상승, 교통대란, 환경문제 등의 내적 문제를 넘어서 농촌 해체 가속화, 도시의 지나친 집중현상을 낳았다.

 

세계 주요 도시 중 인구밀도가 높은 축에 속하는 동경도 27%인 것을 감안하면, 서울의 경우는 비정상적이다. 이는 집값상승, 교통대란, 환경문제 등의 도시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농촌 해체 가속화, 도시의 지나친 집중현상 등 전 국토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80년대부터 수도권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신도시를 세우는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일산과 분당의 경우에서 보듯 별다른 성과 없었고 전체 인구의 반이 전 국토의 10분의 1 위에 살게 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중앙행정기관은 모두 서울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계획은 수도권 과밀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첫 시도인 것이다.

 

수정안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원안은 지난 5년간 학자들과 함께 100여 차례 토론을 거치며 여야가 합의하였다. 반면 수정론은 지난 4달 동안 민관협의회에서 9차례 회의한 후 나온 결론이다. 여야는 고사하고 당내에서도 제대로 합의조차 되지 않았다. 특목고, 사립고 등의 교육특성화전략 역시도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현재의 교육방향과 맞지 않는다. 기업유치를 위한 지나친 인센티브로 다른 혁신도시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계획된 세종시가 '지역균형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교육과학중심도시의 모태는 기업도시이다. 주체가 민간이기 때문에 도시의 성패는 수익성이 좌우한다. 개발 시작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채 3%도 진행하지 못한 원주의 경우를 보더라도 민간에서 공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움을 알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재정경제부의 자료에 따르면 수정안은 수도권의 교통혼잡 비용, 환경오염비용, 땅값문제 해소 효과는 없었다. 반면 지방 인구의 유입으로 충청권의 공동화를 야기할 수 있다. 결국 수정안은 알맹이 빠진 도토리였던 것이다.

 

1960년대 영국은 런던의 비용절감 및 정부 조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효과는 컸다. 지난 40년 동안 런던의 공직자 수는 반으로 줄었고 2002년에 이전한 통신 서비스국은 10년 내외로 이전비용을 회수할 정도의 수익이 났다.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국토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행정 이전을 추진 중이다. 행정기관 이전이 지역균형발전의 핵심이 됨을 보여주는 예이다. 행정기관이전이 빠진 수정론은 알맹이 없는 도토리다. 진정 백년지대계를 생각한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밀어부치기식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 국민은 원숭이가 아니다.

2010.01.15 17:55 ⓒ 2010 OhmyNews
#세종시 #교육과학중심도시 #행정부처이전 #지역균형 #수도권과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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