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수대 아닌 사수꾼... 행정부처 이전하면 나라 거덜"

충청권 찾은 정운찬 총리 발언 논란... 원안사수 단체들 "제발 오지 마시라"

등록 2010.01.17 13:29수정 2010.01.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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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운찬 총리가 17일 오전 대전지역 여성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정운찬 총리가 17일 오전 대전지역 여성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김기석


세종시수정안 발표 이후 두 번째로 충청권을 찾은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원안 건설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사수꾼'이라고 폄훼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오전 8시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대전 여성단체 관계자들과의 조찬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서다.

지난 16일부터 대전과 충남 등을 방문해 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정 총리는 "어제 연기군 남면 진의리에 갔는데 지도층의 마음이 많이 (세종시 수정안으로) 돌아선 거 같아 흐뭇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조치원에 갔더니 원안사수가 아니고 (수정안을) 잘 만들어 달라고 했다"며 충청권 여론이 돌아서고 있음을 강조한 뒤 "원안사수대가 있다. 연기사수대·공주사수대가 그 지역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 사수꾼이더라, 다른 지역과 정당 사람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행정부처가 분할되면 나라가 거덜 날지도 모른다"며 "행정부처를 옮겨와서 폼 잡는 것과 기업과 연구소,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와서 도움 되는 것 중 어떤 게 좋은지 선택할 때에 와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치원 재래시장에서 정 총리를 만난 연기주민들의 '원안을 지켜달라'는 하소연은 이 자리에서 생략됐다.

17일 조찬 간담회에서 정운찬 총리의 모두 발언 뒤에 답사에 나선 '대전여성단체협의회' 김용금 회장은 "여기 계신 분들은 13개 단체 10만 명을 대표한다"며 "역사의 획으로 남을 수 있는 수정안이 됐으면 한다"고 발언했다.


김 회장은 "몇 십년간 된장에 익숙하다가 스테이크를 주니 낯설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고 정 총리를 위로한 뒤 "지금 내놓은 안에서 플러스알파를 더해 백년 후에도 정운찬 총리 이름이 큰 획으로 남았으면 한다"고 그를 치켜세웠다.

하지만 정 총리 등 정부인사들이 바닥 민심보다는 수정안에 찬성하는 인사들만을 주로 만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 16일에 있었던 대전지역 경제계와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기관장 모임에서도 20여명의 참석 인사들은 청주공황 활성화, 대전·세종시간 연계도로 건설의 필요성 등을 제기했으나 원안사수를 주장한 인사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했던 A씨에 따르면 "특히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출연연 기관장들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가장 먼저 지지성명을 발표했다"며 "(세종시 수정안이) 빨리 됐으면 한다는 건의가 있었고 원안추진 발언은 없었다"고 전했다.

정 총리의 '사수꾼' 발언과 관련  김성구 행정도시 사수 연기군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행정도시 원안 건설을 위해 순수한 주민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게 1, 2년도 아니고 4, 5년에 걸쳐 활동을 해 왔는데 총리가 상황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와 총리는 현행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며 "총리가 국정도 바쁠 텐데 충청권을 방문해 주민을 폄훼하는 발언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국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에 대해 총리가 그렇게 비난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정도시 원안 건설을 촉구하며 7일째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당 선병렬 대전시당위원장은 "정 총리는 연기군 사수대책위에 어떤 정당이 관여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며 "정 총리가 충청권 주민들을 이간질 시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세종시 수정안을 주민들로부터 지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더 이상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를 소란하게 하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선진당 '세종시 비상대책위원회' 박상돈 위원장은 "정신 나간 소리로밖에 평가할 수 없다"며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직에 대해 그런 식의 평가밖에 못하는 총리가 무엇 때문에 지역 현장을 자주 찾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상돈 위원장은 "이제라도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 주기를 바란다"며 "총리가 말하는 '지역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그런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지역 여론을 평가하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총리가 되기 이전에는 고향을 오지 않더니, 세종시 수정안 때문에 10여 차례 충청권을 내리 방문하고 있다"며 "총리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는가, 장·차관, 청와대 수석들과 함께 수정안 관철을 위해 올인하는 걸 보면 비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선진당 이재선 대전시당위원장은 "정운찬 총리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며 "행정도시 사수대책위에 정당이 참여했다고 치자, 그게 뭐가 잘못된 것이냐, 정당이란 게 지역민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재선 위원장은 "그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모르는 분이 총리가 됐으니 충청권이 이렇게 시끄럽고 나라까지 들썩거리는 것"이라며 "정 총리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1박2일간의 대전 방문을 마친 정운찬 총리는 17일 오후 행정도시건설청에서 기자들과 간담회 가졌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대전뉴스 (www.daejeon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운찬 #세종시 #사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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