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가 될 우리의 아이들

[나는 희한하고도 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③]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소식을 듣고

등록 2010.01.18 17:52수정 2010.01.1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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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취업후 상환제 전면수정과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며 13일 오후 국회앞에서 기습농성을 벌이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취업후 상환제 전면수정과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며 13일 오후 국회앞에서 기습농성을 벌이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 남소연

취업후 상환제 전면수정과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요구하며 13일 오후 국회앞에서 기습농성을 벌이던 대학생들이 경찰에 강제연행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반대편을 지지했던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심심찮게 터져 나왔다.

 

"두고 봐라. 이제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오늘의 선택을 땅을 치며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를 가뿐히 돌파했고, 무엇이든 못할 게 없는 거대 여당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실제로 무엇이든 해낸다. 의심할 나위 없이 민심은 정부 여당의 편이다. 반대편에 서 있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이든 간에 이제는 민심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민심이 만들어갈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 준비는 반대편을 지지했던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해야 할 준비다.

 

때마침 대학교 등록금이 핫이슈다. 서민 생활고의 50%를 차지하는 교육비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등록금 논란의 핵심은 '살인적인 등록금 인상률을 법적으로 제한하느냐, 마느냐'다.

 

야당은 법적으로 제한하자는 입장, 정부 여당은 대학의 발전과 교육의 질을 위해 현행대로 등록금 인상을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 물론 지금껏 그래왔듯 이 싸움의 승자도 당연히 여당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좋은 정책처럼 보이나

 

a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 12월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저소득층 두번 울리는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 12월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저소득층 두번 울리는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등록금 대책을 위한 전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등록금넷)회원과 대학생들이 지난 12월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에서 '저소득층 두번 울리는 <취업 후 상환제> 수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그렇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난 10년간 대학 등록금은 2~3배 올랐다. 그 결과 지금은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다. 이대로 10년이 흐른다고 생각해보자. 현재 초등학교 2, 3학년인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즈음, 한 학기 대학 등록금은 2~3천만 원이 된다. 1년에 4~6천만 원씩, 졸업할 때까진 1억6천~2억4천만 원을 내야 한다는 소리다.

 

너무 단순한 계산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누가 그 돈을 내고 대학을 가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2000년도에 우리 역시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등록금 2, 3천만 원 시대를 상상하지 못하듯이 말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 엄청난 금액을 온 국민이 지불할 수 있도록 대안까지 마련해놓았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정부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빌려주면 학생들은 졸업 후에 돈을 벌어 평생에 걸쳐 조금씩 갚으면 된다.

 

듣기 좋은 말이지만 바꿔 말하면 1,2억 원의 빚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소리다. 게다가 아이들이 져야 할 빚은 비단 이것뿐이 아니다.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 또 다시 주택자금대출을 받아야 할 테니까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말 그대로 평생 빚을 갚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압도적으로 특출한 인재들은 이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나겠지만 말이다.

 

우리는 저마다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한다

 

공부의 무한 경쟁으로 내밀려 각박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졸업하고 나서는 빚을 갚기 위해 평생 투 잡, 쓰리 잡을 해야 하는 삶. 그게 바로 지금의 민심이 우리 아이들 세대를 위해 마련해 놓은 미래라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낮은 등록금 대신 빚을 얻어 비싼 등록금을 내기 바라는 민심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닥쳐올 현실은 개개인의 이해와 무관하다. 민심의 큰 흐름 속에서 세상은 이미 그렇게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세대가 만든 세상에 대한 책임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저마다 미친 듯이 돈을 벌어야 한다. 밤잠을 줄이든, 일요일에도 부업을 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 아이가 져야 할 빚을 조금이라도 줄여주어야 한다. 그게 바로 지금의 민심에 대한 우리 세대의 합당한 책임일 것이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선택한 적이 없다.

2010.01.18 17:52ⓒ 2010 OhmyNews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대학 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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