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 노동 당사에서 ⓒ 송유미
함경북도 청진 태생
이산가족 우리 어머니
나 어릴 적 두 갈래
머리를 묶는 거
유독 싫어하셨지
사과 따위를 쫙 둘로 갈라
나누어 먹는 것도
끔찍히 싫어하셨지
나라의 몸이
두 동강 난 마당에
너가 정신이 있느냐 없느냐,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들까지
싸잡아 회초리 때리며
나무라셨지.
자나깨나 통일을 기다리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한번 와보지 못한,
북한 땅이 코 앞인
노동당사에 혼자 와서
생각한다는 것이,
저 북녘땅에서 비행기 조정사로
일하고 있다는 외삼촌에게
보낼 수 없는
길고 긴 편지를 쓰게 한다.
북한(北韓)이라고
한문으로 써진 팻말과
코리아(KOREA)라고 영문으로
써진 저 두 팻말 사이는
고작 얼마의 거리가 될까.
물밀듯이 뒤로 뒤로 후퇴하는
백마고지 전사들의 피비린내가
아직도 물씬 풍겨오는
철원, 초토의 노동당사 !
나는 그 노동당사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무궁화 꽃 한송이 들고
유리창 하나 없는
노동당사 3층 창가에 선다.
연필에 침을 묻혀 꼭꼭
어머니 태산 같은
고향의 그리움을
보낼 수 없는 편지지에,
평생 성경처럼 옮겨 적듯이…
북녘 하늘 환히 보이는
앙상한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 하늘 창문에다
보고 싶다...보고싶다... 쓴다.
보낼 수 없는 편지의 우표는,
저 쿡쿡 태극 마킹 찍힌
태극가창오리 떼들의
소나기처럼 시원한 군무 ! 군무 !
까맣게 하늘에다
통일의 해원굿을
한판 펼친 태극 가창오리떼들
시퍼렇게 녹이 슨 가시철책을
콕콕 매서운 부리로
끊어 먹으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아직도 한민족 형제가
총뿌리를 겨누고 있는,
저 경계 없는
넓고 푸른 하늘 속으로
수천 수만의 태극가창오리떼들,
월드컵 그날처럼
함성의 스크럼 짜며
일렬횡대로
일제히 날아오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