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6월 19일 미국 밀워키의 한 지역신문 기사. 클린턴 대통령 딸의 해외방문 동행이 논란거리가 되자 "동행하더라도 세금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백악관에서 해명한 내용을 담고 있다.
Milwaukee Sentinel
<워싱턴포스트> 1993년 6월 17일자에 따르면,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그해 7월 한국·일본 방문 때 외동딸 첼시와 친구들을 동행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이 막상 서울공항에 내렸을 때 그의 옆에 딸은 없었다.
외국 나가는 길에 딸을 동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미국 내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대통령의 한·일 순방 이래 자녀를 해외에 함께 데려간 미국 대통령이 없었다는 '관례'도 클린턴을 부담스럽게 했다.
첼시가 아버지의 외국순방 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클린턴이 임기 후반에 접어든 1998년의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클린턴 부부는 그해 벽두부터 터진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의 혼외정사 스캔들 때문에 최악의 부부관계로 치닫고 있었다.
남편과 함께 언론 앞에 나서는 것이 여러 가지로 불편했던 어머니를 대신해 첼시가 아버지를 수행하는 일이 잦아졌다.
첼시는 2000년 3월에도 힐러리 대신 아버지를 따라 인도를 방문했는데, 당시 힐러리는 미국 대통령 부인으로는 처음으로 연방 상원의원 선거까지 도전한 터라서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접은 상태였다.
미국에서도 대통령 식솔이 외유를 따라가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가족 동행은 국제관례?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이 27일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누가 부인이 아닌 다른 가족을 대동해 정상외교에 가느냐"고 물었다.
그런 사례가 있기는 있었다.
국가기록원 자료를 찾아보니, 박정희 대통령이 1968년 9월 15∼25일 호주·뉴질랜드를 방문할 때 장녀 근혜양(당시 성심여고 2년)을 데리고 간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외국을 방문할 때 자녀가 동행하는 '관례'가 지난 40년간 외부에 알려진 예는 없다. 폭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 대통령조차 아들들을 대통령 특별기에 태워 외국에 데리고 나간 기록을 찾아볼 수 없다.
역대 대통령들은 크고 작은 친·인척 비리로 곤욕을 치렀지만, 적어도 가족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지도자'를 바라는 국민들의 정서를 거스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