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가 별건가? 알리오 올리오 나도 만든다

드라마 <파스타>와 책 <보통날의 파스타>

등록 2010.02.02 15:17수정 2010.02.0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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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디서나 접할 수 있고 아이들이 외식메뉴의 하나로 당당히 피자, 돈가스, 햄버거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스파게티가 대중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과거에도 일부에게 기호음식이긴 했지만 200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중음식으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중국집 정도나 흔하지는 않고 배달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자장면보다 높이 쳐주지 않나. 이탈리아 스타일의 소스 국수를 일컽는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한 종류이다. 네발 짐승 아래 개, 사자, 고양이가 분류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스타 밑에 스파게티, 라쟈냐 등이 위치한다는 것이다. 파스타(이탈리아어 Pasta)는 밀가루 반죽과 물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탈리아의 국수 요리로, 피자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이탈리아의 요리이면서 이탈리아인들의 주식이다.


a 드라마 포스터 주방의 네 주인공

드라마 포스터 주방의 네 주인공 ⓒ MBC


요즘 MBC 드라마 <파스타>를 즐겨보고 있다. 요리사의 꿈을 위해 억센 남자들이 득시글한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억척여성 서유경(공효진 역)과 요리사와의 사랑에 실패하고 주방여성(?)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마초 셰프 최현욱(이선균 역)의 러브라인이 흥미로운 드라마다.

여기에 물론 사장 김산(알렉스 역)과 오세영 셰프(이하늬 역)의 사랑과 욕망이 얽혀서 갈등을 조장한다. 드라마는 '맛'으로 시청자를 유혹한다. 매회 등장하는 파스타의 먹음직스러운 모습, 요리사로서의 자아성취를 위한 노력, 사랑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인간, 돈과 명예를 위한 부정행위 등의 조화. 삶의 '맛'이다. 주방에서는 요리도 만들어지고 사랑도 만들어진다.

파스타의 종류가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파스타는 큰 요리의 명칭이며 하위 분류로 들어가는 것이 '스파게티'라는 사실을 알고 살짝 부끄러워졌다. 나는 스파게티와 파스타로 면요리를 분류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파스타가 피자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라 한다. 하긴, 먹어 봤어야 알지. 기껏 나는 '스파게티'라는 단어가 포함된 간판을 가지고 있는 가게만 다녀봤지 '파스타'가 전면에 내세워진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구경을 해보지 못했단 말이다(시골살이 6년째다).

기껏 신문 잡지에서 나오는 요리 코너에 관심을 가지고 혹시 촌스러움을 티내지 않기 위해 와인의 구분법을 입으로 중얼거리거나 새롭게 부상하는 일본라멘과 동남 아시아계 요리들의 발음도 안 되는 요리들의 명칭을 머리에서 열심히 굴리기도 했었다.

a  책표지

책표지 ⓒ 나무[수:]

<보통날의 파스타>(나무수 펴냄)는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배워온 박찬일 셰프가 쓴 글과 레시피가 들어있는 파스타에 관한 에세이다. 맛은 보지 못했지만 정평이 나있는 그의 파스타솜씨만큼이나 글이 '맛'있다. 벌써 와인, 이탈리아 요리수업에 관한 내용에 이어 3권째 책을 내는 글쟁이란다.


피클은 없는 이탈리안 파스타, 봉골레 스파게티에 쓰이는 바지락과 모시조개, 마늘과 면만 가지고 만드는 알리오 올리오 이야기는 드라마 <파스타>에서 직접 인용되어 드라마 소재로 쓰였다. '알리오 올리오'에 관한 한편, '봉골레'에 관한 한편, 이런 식이다. 이탈리아 유학파와 국내파로 양분된 주방의 전쟁터 같은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데에 책의 저자가 자문 역할을 했다고 한다.

봉골레 스파게티는 스파게티 삶는 물에 넣는 소금과 조개 고유의 소금이 만나 절정의 맛을 낸다. 당신이 최고의 봉골레 스파게티를 만들려면, 좋은 조개를 사고 그 다음으로는 좋은 소금을 구해야 한다. 시칠리아의 천일염도 좋고,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게랑드 소금도 좋다. 그렇지만 한국의 서해안, 세계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의 토판염을 써도 좋다. -본문 중


요리사는 장인(匠人)이 되어야 한다. 재료를 고르는 데에 재료를 다듬는 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마지막으로 접시에 올리고 나가는 순간까지 매만지기에 정성을 다한다. 소금 하나도 허투루 쓸 수 없는 것이 맛을 중요시 하는 프로 요리사의 사명이다. '절정의 맛'은 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요리의 재료가 중심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요리행위에 관한 철학도 중요하다. 레시피를 고집하는 사람과 손님의 기호에 맞추어 음식을 내는 이중 누가 더 좋은 요리사인가.

뜨거운 프라이팬에 신선한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 한 쪽을 으깨 넣는다. 그리고 마늘이 잘 구워지도록 기다린다. 마늘이 맛있게 구워지면 모든 해물을 넣고 재빨리 볶는다. 수분이 마르기 전에 화이트와인을 붓는데, 생각보다 많은 양이 들어간다. 일인분이라면 반 컵의 와인이 필요하다. 이때 어떤 와인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해물 향을 확 살려주고 바다 한가운데로 먹는 사람을 이끌어가려면 이탈리아의 화이트와인을 넣어야 한다. 품종이나 지역은 상관없다. 이탈리아산만 지키면 된다. 당신이라면, 맛있는 된장찌개를 끓이면서 일본 된장을 넣겠는가.-본문 중

'정통'을 강조하는 요리계에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위해서 재료를 이탈리아에서 공수하는 일은 신선도와 가격 문제가 걸린다. 물론 박찬일 요리사는 우리 시장에서 고른 재료로 요리하는 것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탈리아 스승에게 배운 철학이라나. 물론 예외는 있는 모양이다. 이탈리아 와인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a 드라마 <파스타>중 '알리오 올리오'로 경연하는 장면

드라마 <파스타>중 '알리오 올리오'로 경연하는 장면 ⓒ MBC


사실 그림만 보면 별것도 아닌 '알리오 올리오'. 이 메뉴는 요즘 드라마 덕택에 엄청 인기를 누리고 있다. 처음 접하는 이들이 오히려 토마토, 크림소스가 가득 담겨서 풍부함을 뽐내는 스파게티가 우리에겐 익숙하다. 무색의 매끈한 면만을 자랑하는 파스타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게다가 마늘은 우리가 잘 먹고 좋아하는 양념중 하나 아니던가. 적은 재료로 훌륭한 맛을 내는 파스타.

수산시장에서 고등어를 사는 건 때로는 약간의 흥분이 동반된다. 푸른 등줄기와 미끈한 몸통, 새침한 입 꼬리의 그 생선은 싱싱하면 침을 꼴깍 삼킬 만큼 멋지지만, 종종 빠른 부패 때문에 나 같은 얼치기 요리사의 뒤통수를 친다. 늦잠을 자다 늦어서 새벽이 아닌 아침에 들르면 등판의 선명한 물결무늬가 활력을 잃은, 막 부패를 시작한 녀석들이 내 몫이 되고 마는 것이다. 아니, 생선은 잡혀서 죽는 순간부터 부패한다. 그 부패를 늦추기 위해 인간은 얼음과 냉장고를 이용한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도 시간은 이기지 못한다. 그래서 좋은 식당의 요리사나 구매 담당자는 새벽잠이 없어야 한다.-본문 중

고등어. 고등어 파스타라고? 고등어 김치찌개면 몰라도 고등어로 파스타를 요리하다니 고등어의 비릿한 바다 향과 파스타의 둥근 면발이 조화될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몇 만 가지의 종류를 가진 파스타는 그야말로 상상하는 데로 만들어진다. 어떤 소스와 어떤 부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파스타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한다.

자 파스타의 기본적인 종류를 알아보자. 스파게티, 스파게티니, 카펠리니, 페투치네, 탈리아텔레, 라지아니테, 라자니에, 파파르델레, 루오테, 콘길리에, 타야린, 라비올리, 토르텔리니.......끝도 없다. 대충 세어 봐도 2백종은 넘는 것 같다. 이게 전부냐? 그렇지 않다. 조리법과 소스에 따라 각 파스타가 분화하기 때문이다. 스파게티만 봐도 소스의 종류에 따라 2,3백 종은 되는 것 같다.-본문 중

아, 머리 아프다. 그렇게 많은 종류를 다 외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맛있는 파스타 몇가지만 외워서 머릿속에 넣고 다니면 되겠지. 오늘, 저녁은 스파게티면을 삶아다가 마늘, 고추와 볶아서 '알리오 올리오'를 시도해 봐도 좋겠다.

알리오 올리오
준비물:스파게티면, 마늘, 올리브유, 소금

1.면을 삶아서 채반에 건져 놓는다(삶을 때 소금으로 간을 한다)
2.마늘을 올리브유와 볶는다
3.면을 넣어서 같이 빨리 볶아서 접시에 낸다

*주의: 맛은 양념의 양과 볶는 시간, 소금간에 따라 달라질겁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나만의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보세요.

덧붙이는 글 |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저/ 나수[수:]/ 12,000원


덧붙이는 글 보통날의 파스타/ 박찬일 저/ 나수[수:]/ 12,000원

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체험한 진짜 파스타 이야기, 개정판

박찬일 지음,
나무수, 2011


#파스타 #박찬일 #드라마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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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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