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에 밀린 멸종위기 '단양쑥부쟁이'의 운명은?

4대강 사업, 여주 도리섬 바위늪구비 습지 '원형보전 계획' 무시

등록 2010.02.06 18:07수정 2010.02.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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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 전 지난해 여름 바위늪구비의 모습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 전 지난해 여름 바위늪구비의 모습 ⓒ 환경운동연합


오래 전부터 경기도 여주사람들은 남한강을 '여강'이라고 불렀다. 여주군과 맞닿아 있는 '여강'은 다른 큰 강에 비해 지역주민들의 거주 공간과 거리가 가깝다. 그만큼 여주사람들은 남한강을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지낸다.

남한강변을 따라 걷는 '여강길'은 자갈길과 모랫길 그리고 억새와 갈대로 유명했다. 겨울이라 억새와 갈대를 볼 거라는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가서 본 여강길에는 억새와 갈대 대신 굴착기, 자재를 싣고 다니는 트럭만이 있을 뿐이었다.

a  바위늪구비습지 공사 현장이다. 저 멀리 굴착기와 죽은 나무를 쌓아올린 더미가 눈에 보인다.

바위늪구비습지 공사 현장이다. 저 멀리 굴착기와 죽은 나무를 쌓아올린 더미가 눈에 보인다. ⓒ 김새롬


지난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소속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4대강 공사가 한창인 여주군 강천면 강천1리 남한강변, 일명 '도리섬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현장을 방문했다. 간단한 브리핑이 끝난 뒤, 공사 현장을 직접 들어갈 수 있었다. 자유롭게 드나들을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공사 현장이라는 이유로 하얀색 안전모와 작업 신발로 갈아 신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바람을 막아줄 것이 없는 도리섬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현장은 매우 추웠다. 강가임에도 흙먼지가 계속 날려 헛기침만 계속 나왔다. 굴착기는 잘려진 나무들과 건조더미들을 높이 쌓아 산을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해까지 바위늪구비 습지를 지키고 있던 나무들과 식물 그리고 흙일 것이다.

환경부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하면 이 지역은 최대한 원형보전을 하는 것으로 계획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2급의 '단양쑥부쟁이' 자생지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이곳은 '삵'과 천연기념물 제330호인 '수달'의 흔적이 발견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졸속' 환경영향평가조차 지키지 않는 '4대강 사업' 현장

a 바위늪구비 습지 2월 5일 공사 후 바위늪구비의 모습 표지판이 들어선 모습과 너머로 공사현장이 보인다

바위늪구비 습지 2월 5일 공사 후 바위늪구비의 모습 표지판이 들어선 모습과 너머로 공사현장이 보인다 ⓒ 환경운동연합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될 당시, 준비 기간이 짧았고, 20년 전의 자료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그 정확성과 타당성을 의심받았다. 그러나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환경영향평가서는 4대강 사업을 진행시키는 기반이 됐다. 환경영향평가서에서는 도리섬 내 단양쑥부쟁이 집중분포지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도리섬 내 단양쑥부쟁이 집중분포지 중에서 샛강 조성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보전토록 계획하였다."

"사업시행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일부 산생지와 샛강조성지에 분포하고 있는 단양쑥부쟁이에 대해서는 생태이식하거나 집중자생지와 유의성이 매우 높은 이식 대체지(보전지역과 복원지역)로 이식할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서의 계획과 달리 도리섬 바위늪구비 습지의 절반 이상은 흙먼지가 날리고 죽은 나무가 쌓여있는 공사현장으로 변해버렸다. 수많은 트럭들이 오고가면서 새롭게 만들어진 길도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낯익은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이날 수자원공사 측 박성순 강천보 건설단장은 홍희덕 의원에게 단양쑥부쟁이의 13%는 보전하고 나머지는 대체 서식지로 이식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 의원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환경운동연합단체 회원들은 "'대부분의 지역을 원형보전 하겠다'는 환경영향평가서의 내용과 다르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a  이항진 여주환경연합집행위원장이 보존 구역에 대해 수자원공사 직원과 논쟁 중이다

이항진 여주환경연합집행위원장이 보존 구역에 대해 수자원공사 직원과 논쟁 중이다 ⓒ 김새롬


이항진 여주환경연합 집행위원장은 수자원공사와 현대건설 측을 향해 "원형보전 지역이면 지금 현재 쑥부쟁이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며 "문서상에 '보존구역'으로 되어 있는 곳에 도로를 내는 훼손이 정당하냐"고 성토했다. 그는 거듭 "'보존구역'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지만, 박성순 건설단장은 "원칙은 쑥부쟁이 보전"이라고만 답했다.

이에 대해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보존구역'의 의미는 '습지로의 보전지역'을 말한다"며 "단양쑥부쟁이가 없다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 공사가 진행 중인 지역도 단양쑥부쟁이의 산생지이기 때문에 공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바위늪구비 습지의 생태계에 영향을 최소화한 샛강조성으로 폭 50m 내외, 연장 1750m의 생태습지형 친수공간 조성 및 한강 본류의 수질개선 효과 기대"라고 적시돼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6일 환경부는 "단양쑥부쟁이 등의 경우 서식지가 대부분 원형 보전됨에 따라 (공사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박성순 건설단장은 "홍수대비 단면 확보를 이유로 샛강 규모를 상류 폭 200m 하류 폭 100m로 확대하여 공사를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대안정책국장은 "공사 규모가 넓어지게 되면 단양쑥부쟁이 파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평가됐다'는 환경부의 발표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환경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강유역환경청의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그(샛강조성 확대 공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급히 만든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표지판

a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현장 안에 설치되어있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안내 표지판이다

바위늪구비 습지 공사현장 안에 설치되어있는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안내 표지판이다 ⓒ 김새롬


공사 현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한쪽에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라고 적힌 표지판과 함께 주변으로 테두리가 둘러져 있었다. 테두리 안쪽 바닥에는 모래와 사람 주먹 정도 크기의 자갈들이 깔려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는 단양쑥부쟁이를 만날 수 있었다. 단양쑥부쟁이는 겨울이라 아직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었지만 야생초처럼 꿋꿋하게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

지난 4일 현장을 방문한 여주환경연합의 한 관계자는 "방문 당시에는 이 표지판과 테두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표지판과 테두리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급히 세워졌다는 말이다.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단양쑥부쟁이를 대체서식지로 이전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서식지로 지정된 느티나무 군락지는 물이 차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며 "사람으로 치면 신장과 심장을 없애고 기계로 만드는 것과 똑같다"고 강조했다.

a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표지판이 설치된 곳 안에서 본 단양쑥부쟁이. 겨울이라 아직 꽃을 피지 않은 모습이다.

단양쑥부쟁이 군락지 표지판이 설치된 곳 안에서 본 단양쑥부쟁이. 겨울이라 아직 꽃을 피지 않은 모습이다. ⓒ 김새롬


이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단양쑥부쟁이는 영양물질이 없어진 자리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고 자갈과 모래밭이 마련되어야 하며 계속해서 물이 차있는 공간에서는 자랄 수 없는 식물이다.

그는 특히 "가만히 놔두면 자라는데, 건드리는 순간 (단양쑥부쟁이는) 사라진다"며 "우리나라에 단약쑥부쟁이가 얼마 없는 이유는 하천이 그만큼 자연하천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준설토 판매수익금, 주민들에게 돌아갈까?

a  5일 홍희덕 의원과 수자원공사 직원과의 브리핑 중 동행한 환경단체회원들에게 항의하는 동네 주민

5일 홍희덕 의원과 수자원공사 직원과의 브리핑 중 동행한 환경단체회원들에게 항의하는 동네 주민 ⓒ 김새롬


"탱크 들어와서 짓밟을 때는 이야기 없다가, 이제 와서 이거(4대강 사업)한다고 인센티브 좀 받겠다는데, 여기 와서 왜들 이래?"

박성순 건설단장이 홍희덕 의원에게 도리섬과 바위늪구비 지역에 대한 브리핑을 하는 도중 한 마을 주민이 갑자기 환경단체 회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마을 주민이 언급한 '인센티브'는 '공사 중 발생한 준설토(골재)의 판매수익금 50%를 지방자치단체에게 배분하겠다'는 수자원공사와 여주군 간의 협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대해 한숙영 한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간사는 "그 돈이 과연 일반 군민, 시민들에게 돌아가겠느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숙영 간사는 "'제주도 올레길'처럼 여기도 '남한강 올레길'과 같은 생태관광으로 자리 잡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장기적으로 좋은 것을 주민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지난해 여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남한강변의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홍희덕 의원은 "국회로 돌아가면 환경부와 연락하고 관련부처와 논의 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환경부와 민간환경단체가 함께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김새롬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새롬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단양쑥부쟁이 #바위늪구비습지 #여주군 #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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