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10~20대들에겐 사치품이죠"

[현장] 대학가 휴대폰 매장 돌아보니... 비싼 기기값·요금제에 '외면'

등록 2010.02.08 15:23수정 2010.02.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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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부천의 한 핸드폰 매장에서 고객이 영업점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부천의 한 핸드폰 매장에서 고객이 영업점 직원에게 상담을 받고 있다 ⓒ 엄민


"스마트폰은 대학생들보다 직장인이 더 많이 찾아요."

서울 신촌 A 휴대폰 판매장. 대학생 등하교 길목에 있는 이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찾는 주고객은 정작 '대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다. 매장 직원은 "스마트폰 기기값도 비싸지만 요금제도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직장인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실제 5일 오후 서울 신촌, 용산과 경기도 부천에 있는 휴대폰 대리점 6군데를 돌아본 결과 스마트폰 구입자는 하나같이 직장인이나 '얼리어답터'들이었다.

용산 아이파크에 있는 B매장의 직원은 "스마트폰은 내비게이션 기능이 필요하고 이동이 잦은 택시기사나 영업직 직원이 많이 찾는다"며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20대 학생들도 찾긴 하지만 대부분 전자기기에 익숙한 얼리어답터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대 대학생이나 40~50대 일반인들에게 스마트폰은 비싸고 친숙하지 않은 사치품일 뿐"이라고 평했다. 

"스마트폰 아무것도 모르는데"... 판매원 "손님, 그냥 피처폰 사세요"

"스마트폰은 특정 기능을 필요로 하는 분이 사시는 거죠. 손님처럼 기능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스마트폰 사는 특정한 목적이 없으면 그냥 일반 휴대폰(피처폰) 사시는 게 나아요."

신촌에 있는 C 매장 직원은 1년 약정이 걸린 피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려고 찾아온 한 20대 소비자에게 '일반 휴대폰을 사라'고 권하고 있었다. 직원은 '아이폰'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에게 "1년 약정이 걸리면 위약금이 보통 10만 원 정도이고 커플요금제를 계속 사용하려면 (60만 원 남짓한) 단말기 보조금은 포기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소비자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 


현재 KT 스마트폰 정액요금제는 기본료만 3만5천 원부터 9만5천 원까지여서 일반 정액요금제보다 최소 2~3만 원 정도 비싼 편이다. 특히 데이터 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마트폰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 비중이 높거나 휴대폰 사용량 자체가 적은 일반 소비자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평소 휴대폰 사용이 많지 않아 월 2~3만 원 정도 내던 사람도 가장 많은 아이폰 가입자가 선택한 i라이트 요금제를 쓰면 2년 동안 매달 5만 원 이상 꼼짝없이 내야 한다. 거기에 기기값 할부금까지 포함하면 매달 6만 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a 아이폰 요금제 아이폰 구입 시 기본요금 3만5천 원부터 9만5천 원까지 정해진 요금제. 이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줄어 60만 원 이상 주고 사야 한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확산되려면 다양한 세대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요금제가 절실하다.

아이폰 요금제 아이폰 구입 시 기본요금 3만5천 원부터 9만5천 원까지 정해진 요금제. 이 요금제를 이용하지 않으면 보조금이 줄어 60만 원 이상 주고 사야 한다. 한국에서 스마트폰이 확산되려면 다양한 세대가 부담없이 쓸 수 있는 요금제가 절실하다. ⓒ 엄민


실제로 매장 영업원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획기적으로 팔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휴대폰 열 대 팔면 그중 한두 대 정도가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다. 

신촌 D 매장 직원은 "오프라인 매장의 주고객은 40대 중년 남성이나 여성인데 그들은 스마트폰을 살 필요를 못 느낀다"고 밝혔다. 기자가 '그래도 10대들은 스마트폰을 선호하지 않느냐'고 되묻자, 이 직원은 "미성년자들은 보호자 허락을 받아야 해 사실상 부모들이 어떤 휴대폰을 살지 결정하는데, 기능이 다양한 스마트폰은 오히려 공부에 방해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국내 상황은 이미 스마트폰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미국과 매우 상반된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에서 김지현 다음 모바일커뮤니케이션본부장은 "뉴욕 센트럴파크 옆에 있는 애플 매장에 가봤더니 인종이나 성별, 연령대가 다양했다"며 "한국에선 아직 30대 직장인이 아이폰 이용자의 대부분이지만 뉴욕 센트럴파크에선 이미 아이폰이 특정 소수의 전유물이 아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20대 "앱스토어가 다 무슨 소용... 난 음악 듣기만 좋으면 돼"

또 20대들이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활용'을 중시하는 30대 직장인들과는 달랐다. 스마트폰 이용 경험이 없는 20대들은 스마트폰의 한두 가지 핵심적인 애플리케이션에 꽂혀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CPA 준비생인 윤아무개(25, 서울 양천구)씨는 "어느 날 지하철로 오갈 때 스마트폰을 이용해 인터넷 강의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스마트폰을 써본 적 없는 나로서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운영체제(OS)가 어디가 좋다는 언론 보도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자 기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밝힌 권아무개(25, 서울 동대문구)씨도 "스마트폰이 있으면 MP3를 내려받을 필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해 음악을 들을 수 있다(스트리밍 방식)는 말을 듣고 스마트폰에 관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서아무개(31, 서울 구로구)씨는 아이폰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은 부족하지만 값이 저렴하고 커플 요금제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노키아 스마트폰을 살까 하고 고민 중이다. 그는 "애플 아이폰은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하고 기능은 좋지만 비싼 편이고 삼성 옴니아2는 운영체제가 불편해 노키아를 선택하는 사람도 꽤 있다"며 "스마트폰은 자신에게 맞는 한두 가지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 안드로이드폰(왼쪽)과 애플 아이폰

삼성 안드로이드폰(왼쪽)과 애플 아이폰 ⓒ 김시연


삼성 VS. 애플... 브랜드 충성도, 스마트폰 선택에 큰 영향

이밖에 기존에 자신이 쓰던 제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충성도 역시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중요 기준이다.

김아무개(31, 부천)씨는 스마트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최근 인터넷을 살폈다. 그가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제품 이미지. 그는 삼성 휴대폰에 대해 '튼튼하고 A/S가 편하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김씨는 "휴대폰을 종종 떨어뜨리는데 삼성제품은 고장나지 않아서 좋다"면서 "다만 쓰던 휴대폰에 아직 약정이 걸려 있고 기기값도 만만치 않아 스마트폰 구입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의 한 백화점 영업직원으로 일하는 임아무개(25, 부천)씨는 삼성 제품보다 애플 '아이폰'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임씨는 "아이팟을 쓰던 지인들이 아이폰을 구입하는 걸 보고 애플 이미지가 좋아졌다"면서 "한 회사 제품에 대해서 긍정적인 경험이 있으면 그 이미지 때문에 같은 회사 제품을 사게 되는 편"이라고 자신의 구입 성향을 밝혔다. 

다시 스마트폰을 선택하라면? "애플 VS. 구글 경쟁"

이미 스마트폰 구입이 두 번째라는 한아무개(27, 마포구)씨는 "애플리케이션이 다양하고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스마트폰을 선호한다"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안정적인 운영체제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아이폰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다시 스마트폰을 산다고 해도 소프트웨어, 특히 운영체제가 최적화된 제품을 고르겠다"고 밝혔다.   

곧 국내 출시 예정인 구글 안드로이드폰에 호감을 보이는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있었다. 현재 옴니아2폰을 이용하고 있는 조아무개(36, 수원)씨는 "출퇴근 시간이 길어 동영상 촬영 또는 영화 감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이 잘 갖춰진 옴니아 2를 구입했다"면서 "멀티미디어 기능은 만족스럽지만 운영체제가 매끄럽지 않아 불편함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조씨는 "앞으로는 인터넷 브라우징이 최적화돼 있는 제품을 고를 것"이라면서 "현재 아이폰도 고려 중이지만 모토로이나 넥서스 원과 같은 안드로이드폰에 더 많은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국내 첫 스마트폰 모토로라 '모토로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채택한 국내 첫 스마트폰 모토로라 '모토로이' ⓒ 김시연

덧붙이는 글 | 엄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엄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아이폰 #스마트폰 #휴대폰 #옴니아2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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