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법연구회 전 회장 "엄청 울었습니다"

문형배 부장판사, 블로그에 <하모니> 본 소감 올려... "법조인들이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

등록 2010.02.10 12:05수정 2010.02.1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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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와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던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엄청 울었다. 한나라당이나 보수층에서 '우리법연구회'를 문제 삼아서 운 게 아니다. 영화 <하모니> 때문이다.

 

최근 문 판사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착한사람들을위한법이야기)에 올린 글을 통해 "영화 <하모니>를 보고 엄청 울었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에 대해 그는 "줄거리는 단순하다"며 "청주여자교도소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만들어 상처를 치유하고, 인간관계를 회복한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a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 윤성효

문형배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 윤성효

주인공(김윤진)은 가정폭력에 맞서 남편을 살해한 죄로 10년형 선고를 받았다. 교도소에서 아들을 키우던 그녀의 제안으로 합창단이 만들어진다. 지휘자는 자신의 제자와 바람을 피운 남편과 그 제자를 무참히 죽여 사형 선고를 받은 여자(나문희)가 맡는다.

 

문 판사는 "여교도관이 규정을 어기고, 외부 병원에서 아들을 간호하려는 주인공의 수갑을 풀어줄 때 엄청 울었다"며 "주체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는 "아마도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재소자를 배려하는 공무원에 대한 존경심일 수도 있고, 피고인들에게 저 정도의 배려도 못했던 자책감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죄수에게서 뉘우침을 빼앗지 말라던 어느 시인의 시구도 생각났다. 죄를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는 것은 판사의 몫이겠지만, 결국 뉘우치는 것은 피고인의 몫이다. 피고인이 뉘우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 역시 판사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뉘우침이 교화에 앞서는 것이고, 뉘우침은 사랑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으며, 사랑은 스스로 솔직히 드러내는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죄수에게서 뉘우침을 빼앗지 말라'던 시구를 떠올리게 만든 영화

 

그는 "하모니는 합창단 속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도, 교도관과 재소자 사이에서도, 교도소와 이 사회 사이에서도, 어쩌면 존재하는 모든 것 사이에서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고 밝혔다.

 

문 판사는 "재소자들은 겉으로는 가해자로 등장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정폭력의 피해자, 성폭력의 피해자, 불륜의 피해자들이다. 그러니 가해자와 피해자로 양분할 수 없는 만큼 그들 사이에도 하모니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모니는 최소한 상대방이라는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으로 고양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판사는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여곡절 끝에 청주여자교도소 합창단의 합창이 성공리에 끝나고, 사형수(나문희)가 사형집행장으로 가다가 뒤돌아보는 것으로 이 영화는 끝난다.

 

이 장면에 대해, 문 판사는 "아마도 사형제도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 같다"며 "그녀를 죽이지 않고서 그녀의 잘못과 이 사회의 방위 사이에 하모니를 이룰 수는 없을까 하고 말이다"라고 말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부장판사, 부산지방법원 행정부장판사 등을 지낸 그는 "감옥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하고서 피고인들에게 합계 1000년 이상의 형을 선고한 저를 비롯한 많은 법조인들이 한 번 꼭 봤으면 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구치소와 교도소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사형수는 교도소가 아니라 구치소에 수용한다는 점, 사형수는 구치소 내에서도 수갑을 채운다는 점이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고 이 영화에서는 이와 어긋나는 설정이 있지만, 그 점이 이 영화의 흠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영화를 보시면 알 것이다."

 

문형배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직전 회장을 지냈다.

2010.02.10 12:05ⓒ 2010 OhmyNews
#우리법연구회 #문형배 부장판사 #영화 <하모니> #청주여자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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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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