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흘겨보는 <조선> 눈길이 왜 안 좋은가 했더니

5일자 '조선데스크' 11일자 '태평로' 칼럼 통해 '아바타' 연속 비판

등록 2010.02.11 13:16수정 2010.02.11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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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의 흥행기록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눈길이 곱지 않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폭격을 은유적으로 비판한 반미영화라는 소문 때문일까요. 지난 5일 "한국인들은 영화를 보지 않기 때문에 아바타를 본다"며 <아바타 열풍의 뒤안길>을 꼬집는 칼럼을 싣더니, 11일 다시 '태평로' 칼럼을 통해 <'아바타'엔 벌벌 떨고 '디워'는 조롱>한다며 아바타에 열광하는 한국 관객들을 손가락질하고 나섰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라는 것일까요?

한현우 엔터테인먼트부 차장대우는 <아바타 열풍의 뒤안길>에 영화 자체에는 무관심하면서도 '대박 영화'에만 열광하는 바람직스럽지 않은 문화가 있다고 말합니다. "평소에는 영화를 보지 않다가 뭔가 '대박'이 난 영화라면 '그런 영화쯤은 봐 줘야지' 하는 심정으로 극장에 가고, 일반 극장에서 본 사람이 3D로도 보고 아이맥스로 또 본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가설 말고는 전체 인구의 5분의 1 이상이 한 영화를 보는 이 놀라운 '사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천만 관객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숱하게 제기돼 왔던 지적에 불과합니다. <아바타 열풍의 뒤안길> 뿐만 아니라 <실미도>나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왕의 남자> <해운대>같은 대박 영화들 열풍의 뒤안길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뻔한 '설명'이라는 말이지요. 시장의 논리에 떠밀려 사장되는 독립영화들의 소리없는 비명이 어제 오늘의 일이랍니까.
 
"모든 게 아바타 탓"이라는 한 씨의 논리는 다음 단락에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우리는 영화뿐 아니라 연극도 잘 보지 않고 콘서트에도 잘 가지 않으며 박물관, 미술전시회 방문횟수도 극히 적다"면서, "그 모든 문화 예술을 안방에서 TV로 소비"하고 "TV를 봤을 뿐인데 문화 예술 분야를 안다고 생각"하며 "TV 프로그램 '영화가 좋다'를 보고 영화를 안다고 생각"하는 저급한 사람들이 있다고 냉소를 날린 것입니다.

확실히! 일국의 총리라는 사람부터 대정부 질의 시간에 "집에서 아바타를 봤다"고 답하고 그게 문제가 되자 "TV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봤다는 뜻으로 답변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마당이니, 한 씨의 입에서 이런 비아냥거림의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썰렁하게 비어 있는 다른 영화관, 연극 극장, 콘서트장, 박물관, 미술 전시회" 풍경까지 아바타 탓인냥 뒤집어 씌우는 건 그야말로 '오바의 극치' 아닐까요?

 

a  2월 11일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

2월 11일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 ⓒ 조선일보

2월 11일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 ⓒ 조선일보


박정훈 사회정책부장이 쓴 '태평로' 칼럼 <'아바타'엔 벌벌 떨고 '디워'는 조롱>에 이르면, '아바타'에 대한 조선일보의 혐오 내지 적의는 한결 심화됩니다. 박 씨는 "놀라운 테크놀로지와 거대한 스케일"로 한국 영화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놓은 아바타의 공습 앞에서 뜬금없이 '디워'의 감독 심형래를 소환합니다. 그이 역시 "아바타 쇼크에 시달리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겁니다.

그러나 박 씨가 심형래를 소환한 까닭은 단순히 그 때문만이 아닙니다. "2년 전 SF영화 디워를 들고 미국이라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 2277개 개봉관에서 필름을 돌렸"을 정도로 "심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할리우드의 '성공 방정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사람"이지만, 그러나 '아바타'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한국 영화의 살 길을 찾으려 하는" 심 감독과 '디워'에는 가차없이 몰매질을 해댔다는 것이지요.

박 씨는 '디워'가 홀대받는 이유를 간단하게 '이념 탓'으로 정리합니다. "반미 코드에 젖은 그룹으로부터 '쓰레기 같은 영화'라는 저주를 받았고, 평론가 진중권씨는 작심한 듯 '심형래 스토커'로 활약 중이다"는 겁니다. "스토리와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혹평"은 받았지만 "CG가 21세기 영화산업의 핵심 경쟁력"이고 "용이 꿈틀거리는 컴퓨터그래픽(CG)만큼은 대단"했으니, '디워'를 '닥치고 찬양'해야 한다는 것일까요?

'아바타'를 보면서 '디워'를 떠올리는 박 씨의 놀라운 상상력에는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것을 '친미'와 '반미'로 가르는 조선일보 출신 아니면 어느 누가 이렇듯 기발하고 발칙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그렇더라도 시장경제와 무한경쟁을 무오한 경전처럼 떠받드는 조선일보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닐까요? '애국' 딱지 둘렀다고 의무적으로 단체관람하는 시대도 아니고 말에요.

2010.02.11 13:16ⓒ 2010 OhmyNews
#'아바타'와 '디워' #조선일보와 '아바타' #'아바타' 흥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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