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미읍성 성벽위에 '백호기'가 나부낀다

설, 보름맞이 민속행사 읍성안에서 열려

등록 2010.02.15 11:09수정 2010.02.1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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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해미읍성위에 내걸린 백호기  해미읍성에서 사라져 가는 세시풍습을 재현하고 있다.

해미읍성위에 내걸린 백호기 해미읍성에서 사라져 가는 세시풍습을 재현하고 있다. ⓒ 안서순

▲ 해미읍성위에 내걸린 백호기 해미읍성에서 사라져 가는 세시풍습을 재현하고 있다. ⓒ 안서순

음력 정월 초하루.

돌벽 하나를 두고  세상과 담을 쌓은 해미읍성 성벽위에 호랑이 해인 '경인년'  새해를 맞아 '백호기'가 나부낀다.

 

읍성의 성벽은 여전한 위용을 과시하지만 세월은 비껴갈 수 없기에 그 옛날 완고한 조선의 이념과 호서좌영으로 서슬 퍼렇던 위용과 기개는 사라지고 그 흔적만이 역사로 남아있다.

 읍성벽 마루마다 오방색의 각종 군기가 나부끼지만 이젠 힘을 잃은  관광상품일 뿐이다.

그 옛날에는  창칼을 든 문지기가 있어 잡인을 금하고 하늘을 향해 펄럭이던 오색의 병영깃발은 멀리서 보아도 오금을 저리게 했을 위엄이 있었을 터인데 이젠 그런 엄중함은 없고 뭇사람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무시로 큰 대문을  드나든다.

 

a 해이읍성안과 밖은 과거와 현재가 극명하게 갈린다. 해미읍성에 가면 600년 조선의 역사를 조금은 반추할 수 있다.

해이읍성안과 밖은 과거와 현재가 극명하게 갈린다. 해미읍성에 가면 600년 조선의 역사를 조금은 반추할 수 있다. ⓒ 안서순

▲ 해이읍성안과 밖은 과거와 현재가 극명하게 갈린다. 해미읍성에 가면 600년 조선의 역사를 조금은 반추할 수 있다. ⓒ 안서순

600년 조선의 유물인 해미읍성이 세월따라 쇄락해 가는 것 처럼 우리의 세시풍습도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이젠 설을 맞아도 집집에서 떡메를 치거나, 두부를 하느라 맷돌로 콩을 갈고 큰솥에 장작불을 지펴 끓이고 다시 짜내어 간수를 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야 하는 두부를 직접 하는 집도 드물다.

 

높은 담장안 뒷뜰에서 댕기딴 처녀들이 밖을 힐긋거리기 위해 뛰던 널뛰기도 널따란 마당에 모인 아이들이 옆전을 넣어 만든 제기를 차고 굴렁쇠를 굴리고 심지어 연을 날리는 모습도 이젠 사라진 놀이다. 정초가 되면 마을마다 '농자 천하지 대본'이라고 세로로 쓴 커다란 깃발을 들고  풍물을 잡히고 집집을 돌며 복을 빌어주고 액운을 몰아내던 풍물놀이도 이젠 볼수도 없다. 

 

a 두부를 만들고 있다. 해미읍성에서 세시풍습 재현의 하나로 마을 아낙이 두부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두부를 만들고 있다. 해미읍성에서 세시풍습 재현의 하나로 마을 아낙이 두부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안서순

▲ 두부를 만들고 있다. 해미읍성에서 세시풍습 재현의 하나로 마을 아낙이 두부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 안서순

해미읍성에서 옛날의 전통을 보여주고 함께 체험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읍성안에서 옛날 먹을 거리와 놀이를 직접 보고 만들어볼 수 있다. 옛날 무명옷도 입어보고  떡메도 치고 맷돌에다 콩을 갈아 두부도 만들어 보고 초가집 부엌 장작불을 태운 숯불이 이글거리는 아궁이에다 고구마를 구워 먹어도 본다.

 

너른 마당에서는 널뛰기와 제기차기, 연날리기가 한참이고 저잣거리에는 복조리를 만들어 팔고 짚신도 팔며 갖가지 산나물도 늘어놓인 채 손님을 부르고 있고 장터 한켵에 책력과 토정비결을 펴 놓고 옹송거리고 앉아있는 점쟁이에게 신년운세를 보려는 아낙이 기웃거리고 있다. 

 

a 널뛰기를 하는 모녀  흔하던 널뛰기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널뛰기를 하는 모녀 흔하던 널뛰기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 안서순

▲ 널뛰기를 하는 모녀 흔하던 널뛰기도 이젠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 안서순

이 민속행사는 설을 맞아 서산시가 '우리의 전통을 살리기 위해 기획한 것으로 설 전날인 13일과 설날, 설뒷날까지 3일간 이어졌다가 다시 음력 정월 대보름 때는 열나흘날부터 보름날까지 이틀동안 열리고 '머슴의 날'로 불리던 음력 2월 초하루날에 다시 열린다. 열나흘날과 보름날에는 부럼 깨물기와 귀밝이 술, 달집 태우기, 소원 소지 태우기 등이 설날 행사때보다  보태진다. 

 

세시풍습 행사를 기획한 백종신 서산시청 관광과장은" 우리 삶의 원류는 전통에서 기인하는 것인 만큼 사라져 가는 세시풍습을 보여주고 체험케 해 과거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현재를 사는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느끼게 하기 위해 이같은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a 포교와 포졸이  관광객과 어울리고 있다. 포교와 포졸로 분장한 이들은 성을 관리하는 공무원들로 이들은 설 연휴도 잊고 세시풍습에 참여하고 있다.

포교와 포졸이 관광객과 어울리고 있다. 포교와 포졸로 분장한 이들은 성을 관리하는 공무원들로 이들은 설 연휴도 잊고 세시풍습에 참여하고 있다. ⓒ 안서순

▲ 포교와 포졸이 관광객과 어울리고 있다. 포교와 포졸로 분장한 이들은 성을 관리하는 공무원들로 이들은 설 연휴도 잊고 세시풍습에 참여하고 있다. ⓒ 안서순
2010.02.15 11:09ⓒ 2010 OhmyNews
#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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