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졸업식 뒤풀이, 십대들의 장난인가?

비행 청소년들의 학대행위인가?

등록 2010.02.15 14:52수정 2010.02.1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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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에 몇 장의 다소 충격적인 사진들이 떴는데 지금쯤이면 많은 분들이 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에서는 실외에서 발가벗고 있는 어린 남녀 학생들 한 무리가, 하얀 비옷을 입고 얼굴엔 의료용 마스크를 쓴 다른 학생들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여러 다른 신문사들의 기사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진은 중학교 졸업을 기념하기 위한 그들만의 축하식을 하며 찍은 것이라 합니다. 선배들이 중학교를 갓졸업한 학생들을 공터로 데려가서 축하식을 했다네요. 그 내용은 대략 15~16세 정도의 학생들을 발가벗게 하고 케첩과 밀가루, 날달걀 등을 그들의 몸에 던지는 것과 인간 피라미드를 쌓게 했다는 것인데 참 무섭고 섬뜩하게도 마지막 것은 우리 기억속에 아직도 똑똑히 각인되어 남아있는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 학대 사건과 닮아있습니다.

몇몇 선배들(17~18세 사이의)이 이런 장면을 담은 사진을 찍어 한국의 가장 인기있는 소셜 네트워킹 페이지인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올렸습니다. 피해자들 몇몇의 실명이 사진과 함께 거론되었습니다.

신참 곯리기와 입회식은 미국 대학교, 특히 대학 남학생 동호회 등에선 드문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사진들을 보고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첫째로, 여기 학생들을 명백히 성인인 대학생들이 아니라 어리게는 15살까지 포함한 미성년자들로, 남녀가 섞인 다른 학생들 앞에서 그들의 옷을 벗게 만드는 것은 참으로 부적절한 행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대형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 아동 포르노그라피를 공개로 올리는 것 역시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이며, 싸이월드도 이제 불법 혹은 포르노그라피적 내용을 담은 게시물들을 걸러내려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신문들도 그 부적절한 사진들을 좋다고 이용하여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일을 자제하길 바랍니다.


둘째로, 이 '선배'들이 적지 않은 범죄적 기질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왜냐면 이 일은 몇몇 젊은 어른들이 파티에서 과음을 하고 자진해서 미친짓을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냉정하게 사전에 계획되고 실행된 일입니다. 인적이 드문 공터라는 장소 선정과 단체로 맞춰 입은 흰색 비옷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사진에서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선배들이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 역시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범죄적 기질'이 보인다고는 해도, 이 행위가 실제로 범죄인지 아닌지, 가해자들을 기소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의문으로 남습니다. 십대들이 자의로 다른 십대 친구 앞에서 옷을 벗는 것이야 불법일 수 없겠지만, 다른 이를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것은 또 다른 얘기이지요.

그러나 쉽게 예상 가능한 것은, 경찰이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후배들은 선배들을 '찔러 넣기' 보다는 자의로 했다고 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중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반 애들 앞에서 발가벗고 있는 것이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하실 분이 얼마나 계실까요. 개인적으로는 악몽같은 일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말이죠,

특히 여자애들에겐 더하겠죠. 그래서 이 일은 자발적 행동이 아닌 강요받은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당국이 이 사건을 맡아서 제대로 수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 행동은 한국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본보기로 보여주기 위해서라도요.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이 다음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이 사건에 대한 자세한 사항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기를 짐작하는 것이 크게 힘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연장자를 존중하고 선배를 존경하는 한국의 문화에 좋은 점이 있듯 나쁜 점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몇 주 전에 한 판사가 연상의 원고에게 정중하지 못하게 이야기 한 일로 젊은이들이 점점 무례해지고 있으며 한국의 가치가 쇠퇴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면서 이야기해야 한다는 점에는 물론 동의하지만, 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과 정중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연장자들만이 아니며, 사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과 적은  두 사람을 놓고 보았을 때 나이가 어린 쪽이 더 존경을 받을만한 사람인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결국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할 때 제일 빠른 방법으로 나이가 선택되는 것 뿐이죠. 이는 사회적 문제들을 단순화 시키고 빠르게 어떤 것이 적절한 행동일지 생각해내는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역시 다른 편견들(역시 우리의 삶을 단순화 시키는)과 아주 비슷하며 성, 인종, 국적 등의 요소과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성, 인종, 국적 등의 요인에 기초하여 다른이들을 대하는 것은(긍정적인 태도로든 부정적인 태도로든) 정당화하기 더 힘들 뿐이죠.

그리고 연장자들, 선배들을 존경하고 공손히 대하는 문화의 양면성은 한국에서 항상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름하여 연장자들의 권력남용입니다. 군대, 직장, 그리고 가족 내에서까지 나이 어린 이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살펴보면 이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특히 근거 없이 너무 막강한 권력을 주게 되면, 종종 그 힘이 악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이 사건에서의 후배들이 현실적으로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했다면, 아마도 그렇게 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악용은 보통 영구적으로 "내가 당해야 했던 일, 너도 당해봐야지"라는 모토에 따라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이 사진들이 또 다른 분별없고 잔인한 학대 사이클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나이 #악용 #학대 #축하식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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