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0.02.18 19:04수정 2010.02.18 19:04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고려대학교 문과대교우회에서 선정하는 '2010 자랑스러운 문과대학인상' 수상자로 뽑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려대 문과대교우회는 지난 15일 "각 학과 교우회에서 추천받은 후보 중 1960년대 교우를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심사한 결과 김 이사장과 김진호 전 토지개발공사 사장, 박준구 우신컴텍(주) 대표이사를 자랑스러운 문과대학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누가 김우룡 이사장을 자랑스러워 하나요?"
교우회가 밝힌 김 이사장의 수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귀 교우께서는 40여 년간 학계와 방송 부문에서 후학 양성과 우리나라 방송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과 활동에 앞장섬으로써 국가 발전에 헌신 봉사함은 물론 자유, 정의, 진리의 고대 교시를 온누리에 떨침으로써 교우 사회의 귀감이 되고, 고대의 명예를 드높이셨기에 '자랑스러운 문과대학인'으로 추대하고 이 패를 드린다."
하지만 일부 고려대 재학생들과 동문들은 교우회의 시상 이유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있었던 엄기영 전 MBC 사장의 사퇴에 김 이사장이 사실상 깊숙이 개입돼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MBC 임원 인사에서 사장과 협의해 정하던 관례를 깨고 제작본부장, 보도본부장 등 주요 임원에 대한 인사를 직접 강행했고, 이에 반발한 엄 전 사장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MBC 노동조합은 "언론 자유가 침해됐다"며 이 일을 계기로 현재 총파업 투표를 진행 중이다.
고려대 문과대 재학생인 김지원(22)씨는 "언론 자유를 해친 인물이 자랑스러운 문과대학인상을 받는 것이 이상하다"며 "왜 자랑스럽다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과대를 졸업한 고려대 대학원생 허원영(27)씨도 "김 이사장이 한 일이 '자유·정의·진리'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그의 행동이 고대의 명예를 높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우회가 동문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졸업생 김상윤(29)씨는 "교우회 결정을 보면 과연 고대의 정신은 어디 갔는지 의심이 많이 간다"며 "실제 동문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 활동하는 누리꾼 '탈잉수'는 관련 게시물의 댓글에서 "('자랑스런 동문'상은) 기부를 많이 하시고 앞으로 영향력 있을 분에게 그냥 주는 것 같다"고 꼬집었고, 누리꾼 '딸기크림♡'은 "전에 이건희 전 삼성회장에게 명예 철학박사 학위 줬던 것도 이번에 비하면 별로 놀랍지가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정창래 교우회 사무국장은 "각 학과 교우회 회장과 사무국장을 통해 후보 추천을 받았고, 고려대학교 전체 교우에게도 후보 추천을 부탁하는 이메일을 보냈다"며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우회에서는 "이번 상은 김정래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을 심사위원장으로 모두 9명의 동문들이 후보를 심사해 선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17일 늦은 오후부터 18일 오전까지 트위터에서는 김 이사장의 수상과 관련된 여러 의견들이 공유됐다. 트위터 '@dogsul'은 "서정갑-자랑스러운 연세인상이 고대의 경쟁심리를 부추긴 것 같다"고 말했고, '@moonlr'은 "현 영부인께서 '자랑스러운 이화인상' 타던 곳에서 재학생들이 제지하다가 경찰한테 진압 당한 일도 있었죠"라는 의견을 올렸다.
'@hcshin'은 자신의 트위터에 고 정운영 서울대 교수의 수업 시간에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미국의 한 대학 학생들이 '올해의 부끄러운 미국인상'으로 존 웨인을 뽑았다. 그가 무고한 인디언을 죽이는 서부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존 웨인은 시상식에 나타나 이 상을 받아갔다."
이밖에도 '@biguse'은 "오는 23일 있을 시상식에 분노한 고대 문과동문들이 쳐들어간다고 한다"는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경제적 지위가 '자랑스러운 동문' 만들어"
대학교 교우회에서 뽑은 '자랑스러운 동문'에 재학생과 동문들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총동문회는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시민분향소를 부수는 등의 물의를 빚었던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을 '2010년 자랑스러운 연세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가, 동문들로부터 수상 취소 요청을 받는 등 강한 반발을 샀다.
중앙대학교 동창회도 지난 2008년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을 '2008 자랑스러운 중앙인'으로 뽑아 동문들에게 '적절치 않다'는 비판을 받았으며,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지난 2008년 대학본부에서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에게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수여하자, 학생들이 이에 반발해 '진짜 자랑스러운 이화인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허웅 교수노조 사무부장은 "많은 학교에서 정치적인 권력관계나 경제적 지위를 고려해 학교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람 위주로 (자랑스러운 동문) 선정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학생들이나 동문들이 동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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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영 밀어낸 김우룡, '자랑스러운 고대 문과대학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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