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을 세상의 중심에 두어야"

[인터뷰] 전라남도 교육감 후보로 등록한 윤기선씨와의 대담

등록 2010.02.21 16:36수정 2010.02.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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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라남도 교육감후보로 나선 윤기선씨

전라남도 교육감후보로 나선 윤기선씨 ⓒ 오문수

전라남도 교육감후보로 나선 윤기선씨 ⓒ 오문수

"일등만 기억하는 교육이 아니라 소외된 학생들도 중심에 서는 교육, 부모의 경제력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회적 악순환을 끊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며 전라남도 교육감후보로 나선 윤기선씨를 만났다.

 

그는 40년간 교육계에 종사하는 동안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밤늦도록 야간 자율학습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보며 가슴 아파했다.

 

성적부진으로 자살하는 학생들. 교육의 양극화, 출산율 저하까지 몰고 온 사교육 광풍, 중학교 2학년까지는 수학 과학 학력이 세계 2위였지만 OECD 국가 중 교육경쟁력이 21위라는 부끄러운 모습을 통탄한다.

 

경쟁위주로만 치닫고 있는 교육현실을 성토하며 단편적 주입식 지식교육에만 치중한 채 인성교육은 뒷전인 현재의 교육시스템을 성토한다.

 

전라남도 교육연수원장 재직 시절, 흥미를 잃어버린 학생들이 허공만 바라보거나 책상위에 엎드려 잠만 자는 우리 교육현장을 강도 높게 비판해 "현직에 계신 분이 저렇게 세게 나가도 되나?"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24시간 동안 교내를 순시한다고 해서 교사들이 부쳐준 별명 '이사도라'. "교사들은 미안해서도 수업종이 울리면 교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게 윤씨를 교장으로 모시고 근무했다는 동료교사의 전언이다.

 

전남 장흥 교육장 시절에 그가 개발한 <교실진단기법, 잘 가르치고 잘 배울 수 있다>는 장학자료는 교육 인적 자원부에서 교실수업 개선 최우수 사례(2004)로 평가받아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는 전남 지역의  교육발전과 인재육성을 위한 최적의 시책과 전략을 개발 실천함으로써, 남도인에게 지역사랑을 생활화하고 새로운 희망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남도사랑나무를 설립했다.

 

"핀란드 교육이 자신의 교육철학과 일치한다"는 그는 오는 23일(화) 오후 3시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자신의 저서 <교육이 살아야 미래가 열린다>라는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다음은 윤씨와의 대담내용이다.

 

- 우리 교육은 무엇이 문제이며, 그 뿌리는 어디에서 연유합니까?

"우리 교육은 인간교육의 본질과 교육원리를 무시한 채 입시위주의 단편적 지식 교육에 치중한 나머지 '된사람'을 육성하는 교육 즉 인성교육에 너무 소홀한 점, 협동보다는 1점을 다투는 경쟁위주로 치닫고 있는 점, 학생들이 억지 공부 때문에 학습에 염증을 느껴 교과학습에 대한 자신감, 흥미도, 자기 주도력이 소멸되고 있는 점 등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육 문제의 뿌리는 유교의 영향(立身揚名)에서 온 출세지향주의에 있다고 봅니다.  출세하기 위해서 무조건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경쟁적 인생관과 높은 교육열이 우리 교육 문제의 뿌리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교육열은 개인이나 국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지만 우리의 경우, 교육에 바른 방향으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실패한 관계로 사교육 광풍 등 우리 교육을 심각하게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 국민의식 조사에서 48%가 공교육 불신 때문에 조기유학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공교육 불신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국민의 공교육 불신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지도층과 부유층 자녀가 해외로 나가고 있어요.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앞에서 지적한 우리 교육의 구조적 문제점들이 얽혀서 나타난 현상이지만 직접적 원인은 학생의 학습만족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학교 현장에서는 교실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약화된 교사의 교육력 강화 방안은?

"저는 일찍부터 교실붕괴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해남교육청 근무 때에 전국 최초로 교사 대상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법' 연수를 시킨 바 있는데, 연수받은 선생님들이 "꼭 필요한 연수이고, 가장 효과적이었으며 전국의 교사가 모두 받아야 할 연수"라는 반응이었습니다. T.E.T(교사역할훈련) 프로그램은 교사의 교육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교사, 학생 모두 승리하게 만들어 행복한 교실로 바꿔줍니다."

 

- 교육은 국가 백년대계입니다. 우리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우리의 모든 아이들을 세상의 중심에 세우는 교육'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등만 기억하는 교육,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장래가 결정되는 '교육의 대물림'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기본이 바로선 교육, 인간 교육의 본질과 교육원리에 기초한 교육혁신을 꾸준히 차분하게 추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 전남의 교육환경은 열악합니다. 특히 도농간의 교육격차와 학생수 감소로 인한 폐교 문제가 심각합니다. 대안은?

"전남의 물리적 교육환경을 한꺼번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역 안에서 자녀 교육을 안심하고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지역 교육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방안이 있어요. 각 지역의 가정, 학교, 지역사회(지자체)로 구성하는 지역교육공동체를 구축 운영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것은 핀란드 모델이기도 합니다. 도농간의 교육격차와 학생수 감소로 인한 폐교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어요."

 

- 학교 경영에 있어 민주적 리더십은 교사들의 교육력 향상과 직결됩니다. 교육계 지도자가 갖춰야할 덕목은?

"학교 경영자가 지녀야 할 리더십의 생명은 신뢰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며, 영향력은 서로 신뢰할 때 발휘된다고 보기 때문이죠. 또한 영향력은 인간관계가 원만할 때 잘 발휘되므로 인간관계 능력과 의사소통 능력도 리더십의 중요 조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토플러에 의하면 힘의 중심이 생산자에게서 소비자(고객)에게로 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학교장은 1차 고객인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고객인 교사에게 봉사와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일부 중고등학생들의 알몸 졸업식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대안은?

"최근 일부 학생들의 이같은 일탈행동은 억압에서 탈출 또는 해방되고 싶은 충동에서 온 것일 수 있고, 또한 중심과 관심에서 벗어나 맨날 주변만 맴돌기만 했던 것에 대한 한풀이라고도 생각됩니다. 이는 모든 우리 아이들을 세상의 중심에 세우면 해결된다고 봅니다. 인간교육의 본질과 교육원리에 철저히 기초한 교육혁신을 차분히 추진한다면 모든 아이들을 세상의 중심에 세울 수 있어요."

 

광주전남의 아름다운가게 고문이기도 한 그는 제도권 안에서도 "교육 현장의 모순을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혁신을 통해 남도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겠다"는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빈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2010.02.21 16:36ⓒ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희망제작소와 여수신문에도 송고합니다
#윤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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