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가 숨겨 놓은 '난드르', 올레꾼 발목 잡다

[제주올레 9코스①〕마음이 '허'한 사람 대평포구로 오세요

등록 2010.02.25 17:34수정 2010.02.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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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평포구 서귀포가 숨겨 놓은 포구

대평포구 서귀포가 숨겨 놓은 포구 ⓒ 김강임


우수가 하루 지난 2월 20일, 서귀포시 대평리 바다는 눈이 부셨다. 대평리 마을을 병풍처럼 지키는  군산(제주오름)의 언덕배기를 내려오자, 마을이 펼쳐졌다. 반짝이는 바다, 바다와 어우러진 오밀조밀한 마을 풍경, 이 마을의 특별함이라면 팬션이 많다는 것이었다. 서귀포시와 제주시에서도 꽤 떨어진 마을에 왜 그렇게 팬션이 많을까?

a 대평리 마을 서귀포시 대평리 마을

대평리 마을 서귀포시 대평리 마을 ⓒ 김강임


a 편션 팬션이 많은 마을로 통한다

편션 팬션이 많은 마을로 통한다 ⓒ 김강임


'평평하게 길게 뻗은 들' 난드르. 난드르는 대평리의 지명이다. 그래서였을까?  대평포구에 도착하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제주에서 2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서귀포시 대평리 마을에 발을 내딛는 것은 처음이었다. 깎아질 듯 서 있는 해안경승지 박수기정 아래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포구, 그 포구의 풍경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포구에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자그마한 배 서너 척이 전부였다. 겨울이 지나가는 계절, 50m 정도 되는 방파제 끝에 빨간 등대가 외롭게 느껴졌다.

포구 가까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올레꾼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의 언저리에는 시골마을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게 팬션과 레스토랑이 많다.

a 올레꾼들 포구를 걷는 올레꾼든

올레꾼들 포구를 걷는 올레꾼든 ⓒ 김강임


a 포구 가는길 포구길

포구 가는길 포구길 ⓒ 김강임


포구 쉼터에 올라섰다. 겨울을 버텨온 마늘밭위에 햇빛이 쏟아졌다. 그 뒤로 보이는 바다풍경이 환상이다. 그 뒤로 두서너 명씩 짝을 지어 걷는 올레꾼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방을 둘러보니 포섭당한 기분이었다. 뒤로는 제주오름 군산이 병풍처럼 대평포구를 감싸고 있었다. 포구 곁에 떠 있는 박수기정은 그저 '아!' 라는 감탄사의 주인공이었다.

참으로 조용했다. 마을사람들은 어디 가고 나그네들만 북적이는가? 포구의 방파제에 주저앉아 우리는 걸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의 셔터만 늘러 댔다. 하지만 카메라 셔터도 배고픈 마음을 채워줄 리가 없었다.


a 등대 은빛 출렁이는 바다와 등대

등대 은빛 출렁이는 바다와 등대 ⓒ 김강임


a 포구 대평리 포구

포구 대평리 포구 ⓒ 김강임


제주올레 9코스 출발지점인 대평포구, 포구는 그렇게 올레꾼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여우 꼬리만한 겨울 햇살이 포구에 마구 퍼부었다. 8코스에서 걸어왔던 올레꾼들이 인사를 건넨다.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은 8.8Km. 해 떨어지기 전에 종착지점까지 걸을려면 서둘러야 길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대평포구는 왜 나그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일까?


"당신, 마음이 '허'해서 일걸?"

길을 재촉하는 옆지기는 포구에 흠뻑 빠진 내 손을 이끈다. 오후 2시 20분,  우리는 대평포구를 떠나 박수덕 속으로 들어섰다. 포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뒤를 돌아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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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강임

덧붙이는 글 | 제주올레 9코스는 대평포구-박수덕-몰질(416m)- 기정길- 봉수대- 황개천 입구 동산(3km)- 화순선사유적지(3.6km)- 진모르 동산- 가세기 마을올레(안덕계곡. 6.9km)- 화순 굴 농장길- 화순항 화순선주협회 사무실(8.8km)로 3시간 정도 소요 된다.


덧붙이는 글 제주올레 9코스는 대평포구-박수덕-몰질(416m)- 기정길- 봉수대- 황개천 입구 동산(3km)- 화순선사유적지(3.6km)- 진모르 동산- 가세기 마을올레(안덕계곡. 6.9km)- 화순 굴 농장길- 화순항 화순선주협회 사무실(8.8km)로 3시간 정도 소요 된다.
#올레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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