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97) 양심적

― '양심적인 빵집', '양심적이라고 할 만큼' 다듬기

등록 2010.02.26 15:30수정 2010.02.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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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양심적인 빵집

.. "그나저나 이 댁처럼 양심적인 빵집도 없다니까요." "정말로 고베에서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  <데즈카 오사무/장성주 옮김-아돌프에게 고한다 (4)>(세미콜론,2009) 51쪽


'정말(正-)로'는 '참말로'로 다듬고, '제일(第一)'은 '가장'으로 다듬으며, "맛있는 것 같아요"는 "맛있어요"나 "맛있다고 생각해요"로 다듬어 줍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참말 고베에서 어느 빵집보다 맛있어요."라든지 "거짓말이 아니라 고베에서 이곳이 어디보다 맛있는 빵집이에요"처럼 손질할 수 있습니다.

 ┌ 양심적인 빵집도
 │
 │→ 양심을 지키는 빵집도
 │→ 좋은 빵집도
 │→ 잘해 주는 빵집도
 │→ 속이지 않는 빵집도
 └ …

혼자서 착하게 살아가기란 힘듭니다. 아니, 오늘 우리 터전에서는 혼자서 착하게 살아가자면 굶기에 딱 알맞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굶기에 딱 알맞고 팍팍한 삶이 된달지라도 착한 마음을 버리는 일은 누구보다도 '배를 굶는 사람 넋을 쓸쓸하고 아프'게 갉아먹습니다. 남을 돕기에 앞서 나를 돕는 착함이요, 남한테 베풀기 앞서 나를 지키는 착함입니다.

착하게 살아가는 내 모습이란 나 스스로 아름다움을 건사하려는 매무새입니다. 착하게 말하고 착하게 어울리며 착하게 손내미는 내 몸짓이란 나 스스로 맑고 밝음을 보듬으려는 몸가짐입니다. 하늘에 하느님이 있고 땅에 땅님이 있다고 해서 착하게 살아가야 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니 착하게 살아갑니다. 나 스스로 즐겁고 싱그럽고 넉넉하고 따뜻하고 싶으니 착하게 살아갑니다.

 ┌ 착한 빵집
 ├ 참된 빵집
 ├ 바른 빵집
 ├ 멋진 빵집
 └ …


장사란 나한테 돈을 남기는 일입니다. 조금 더 눅은 값으로 물건을 떼어 얼마쯤 내 몫으로 남기고 다른 이한테 파는 일입니다. 나한테 남기는 몫이란 다른 이가 품과 시간을 아끼며 내어주는 고마움입니다. 사람에 따라 고마움을 달리 느낄 테고, 또는 고마움을 아예 안 느낄 수 있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움을 잊으며 돈을 더 바랄 수 있습니다. 농사짓고 고기잡는 이들이 땅과 바다와 뭇목숨 모두한테 고맙다고 느낀다면, 장사하는 이들은 사람한테 고맙다고 느낍니다. 아니, 뭇목숨과 사람 모두한테 서로서로 고맙다고 느껴야 마땅할 테지요. 착한 마음이든 참된 마음이든 바른 마음이든 멋진 마음이든, 내 주머니가 넉넉하거나 내 살림이 튼튼할 때에만 보여주지 않습니다. 내 주머니가 헐겁거나 내 살림이 쪼들릴 때에도 늘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그대로입니다. 노상 이어지며, 한결같이 흐릅니다. 눈속임이 없고, 눈가림이 없습니다. 속임수가 없으며, 가림수가 없습니다. 있으면 있는 대로 나누고 없으면 없는 대로 나눕니다. 있기에 있는 만큼 함께하며 없기에 없는 만큼 함께합니다.

 ┌ 좋은 빵집
 ├ 고마운 빵집
 ├ 따뜻한 빵집
 ├ 넉넉한 빵집
 └ …


착함이란 다른 마음차림이 아닙니다. 착함이란 나부터 한결 아름답게 살아가면서 어깨동무를 하는 마음차림입니다. 착함이란 다른 몸차림이 아닙니다. 착함이란 둘레 흐름이나 물결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나부터 알차고 올바르게 지키는 몸차림입니다.

이리하여, 우리 스스로 착함이 무엇인가를 느끼며 살아갈 때에 비로소 착한 말을 나눕니다. 우리 스스로 착함이 어떠한가를 깨달으며 어우러질 때에 바야흐르 착한 글을 펼칩니다. 내 기쁨을 나누는 착함이요, 내 웃음을 선사하는 착함이며, 내 슬기를 풀어 놓는 착함입니다.

ㄴ. 양심적이라고 할 만큼

.. 예전에 한국의 놀이공원에서 멋모르고 구디스와 비슷한 사탕을 몇 개 집었다가 가격이 너무 비싸 기겁을 한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스웨덴의 구디스는 양심적이라고 할 만큼 가격이 싸다 ..  <이하영-열다섯 살 하영이의 스웨덴 학교 이야기>(양철북,2008) 205쪽

"한국의 놀이공원에서"는 "한국 놀이공원에서"나 "한국에 있을 때 어느 놀이공원에서"로 손봅니다. '가격(價格)'은 '값'으로 다듬고, "기겁(氣怯)을 한"은 "깜짝 놀란"이나 "크게 놀란"이나 "흠칫 놀란"으로 다듬어 봅니다. "그에 비(比)하면"은 "그에 견주면"이나 "그 모습을 생각하면"으로 손질합니다. 또는, "그러고 보면"이나 "그러니까"로 손질해도 잘 어울립니다.

 ┌ 양심적이라고 할 만큼
 │
 │→ 착하다고 할 만큼
 │→ 너그럽다고 할 만큼
 │→ 훌륭하다고 할 만큼
 └ …

값이 퍽 싼 물건을 집어들면서 "값이 참 착하네" 하고 말하곤 합니다. 국어사전에는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는 뜻 하나만 실려 있는 '착하다'이지만, "값이 싸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착하다'입니다. 이리하여, 물건값을 보면서 '양심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양심'이란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자리를 가리키는데,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사람이 "양심이 있다"고 할 때에는, 옳은 일을 하기에 이렇게 말하는 한편, 옳은 일을 곧게 하자면, 스스로 '착하기' 때문입니다.

곱고 바른 마음결과 생각이 바로 '착함'이며 '양심'입니다. 우리 말로는 '착함'이고 한자말로는 '양심'이에요.

바가지를 씌운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나쁘다'고도 말합니다. 값이 싸다고 할 때에는 '좋다'고도 말합니다. 그때그때 느끼는 그대로 말하면 되고, 곳에 따라 슬기롭게 이야기하면 됩니다.

 ┌ 한국 놀이공원에서는 나빴으나 스웨덴 구디스에서는 착했다
 ├ 한국 놀이공원 사탕은 얄궂었으나 스웨덴 구디스 사탕은 좋다
 └ …

꾸미지 않는 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꾸미지 않는 마음이 되면 반갑겠습니다. 꾸미지 않는 삶이 되면 고맙겠습니다. 있는 그대로 껴안는 말이 되며, 있는 그대로 아끼는 마음이 되고,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삶이 되면 기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적 #적的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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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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