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경차에서 소형 신차로 바꾸었더니, 달라진 사람들

좋은 차 사서 'show' 하는 사람들 마음 알 것 같습니다

등록 2010.03.02 13:42수정 2010.03.02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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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일주일전 새로 구입한 소형차. 아직 임시번호판을 달고 다닙니다. 비록 소형차이긴 하지만 그 전에 탔던 타에 비하면 '꽃가마'나 마찬가지 입니다. 아마 폐차할때까지 타야 할 듯 합니다.

일주일전 새로 구입한 소형차. 아직 임시번호판을 달고 다닙니다. 비록 소형차이긴 하지만 그 전에 탔던 타에 비하면 '꽃가마'나 마찬가지 입니다. 아마 폐차할때까지 타야 할 듯 합니다. ⓒ 윤태


이번에 새차를 구입했습니다. 준중형 축에도 끼지 못하는 소형차이지만 기존에 타고 다니던 중고 경차에 비하면 꽃가마나 마찬가지 입니다. 임시 번호판 달고 다닌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2001년 80원에 구입한 중고 프라이드에 이어 2003년 3월에는 300만원 주고 99년식차인 중고 경차 마티즈로 바꾼 데 이어 8년 만에 소형신차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에 첫 차인 80만원짜리 프라이드는 한겨울 차문이 얼어버리면 물을 끓여 부어 차문을 열어야했던, 모든 것이 수동으로 된 볼품없는 차종이었습니다.

중고경차, 특히 수동식 기어장치로 8년 동안 타다보니 솔직히 질렸습니다. 물론 공용주차장, 고속도로 통행료, 각종 세금이나 보험, 개구리 주차, 좋은 연비 등 여러 면에서 편리했고 비용 절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동 기어로 매우 기동성 있게 스피드를 즐기며 움직일 수 있었고 지금처럼 전자제어가 복잡한 신차에 비해 단순 부품으로 구성돼 있어 시간되면 당연히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 이외는 별다른 고장도 없었습니다.

a  4년전 제 차 모습. 맨 왼쪽이 제 경차인데요. 주차 등 이런 좋은 혜택과 편리함이 있었지만 반대로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4년전 제 차 모습. 맨 왼쪽이 제 경차인데요. 주차 등 이런 좋은 혜택과 편리함이 있었지만 반대로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 윤태


이렇게 여러 가지 장점을 있는 경차에서 왜 소형차로 바꾸었을까요? 제 나이와 직함에 오래된 경차가 좀 안 어울린다고요? 그런 건 아닙니다. 나이든, 직함이든 그만큼의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는다면 자기 눈높이와 실용면에서 그에 적합한 차를 타면 그만이지 굳이 남의 시선이나 눈치를 봐가며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짓, 저는 안 합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공간의 협소함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차 막히는 공휴일 시골이라도 한번 갈라치면 아이들과 더불어 아내까지도 온몸에 피곤함을 달고 다녀야했습니다. 지금 사는 데서는 아이들에게 치이고 시골가면 며느리라 치입니다. 시골 한 번 다녀온다는 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곤한 일인데 이동하는 순간만이라도 휴식을 취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두 번째는 에어컨입니다. 이 경차는(800cc) 에어컨을 1단만 작동해도 평지에서조차 힘을 잘 못쓰고 연비만 뚝 떨어집니다.  만약에 식구들 다 타고 언덕길에서 에어컨을 2단으로 놓고 달린다면? 아주 답답할 노릇이겠죠. 날은 덥고 차는 안 나가고 뒤에서 빵빵거리고.


다음으로는 부모님 마음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이 경차에 대해 그동안 무척 불안해하셨습니다. 앞 유리는 적잖은 길이로 금이 가 있습니다. 그 상태로 3년 이상을 운행했습니다. 에어백도 없고 차체가 약해서 후면, 측면, 정면충돌해도 운전석, 동반석, 뒷좌석 어디에서라도 쉽게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짜리 몽땅 자동차.

간혹 시골 가면 엄마와 그 차타고 시장을 보러 가는데 특히 구부러진 길을 지날 때면 엄마는 "차가 왜 이리 뛰뚱거리냐?, 야아, 어지럽다" 하시며 불안해하십니다. 적어도 막내차인 준준형이나 큰형의 RV 차량만 차다가 마티즈를 타니 뒤뚱거리고 가볍게 느껴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요. 그러니 부모님은 제가 시골을 오갈 때마다 늘 걱정을 하십니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차 한 대 사줘야지, 사줘야지 몇 해 전부터 말씀만 하셨었죠. 실제적으로 여유가 안 되니 안타까운 마음에 그냥 말씀만 하시는 것이고 이번에 40개월 할부로 구입한 겁니다. 지난 일요일 아버지 74회 생신이라 임시 번호판 달고 다녀왔는데 올라올 때 엄마께서 환히 웃으시면서 마음이 아주 편하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부턴 아무 걱정 없다구요.

비록 소형차이지만 참 좋습니다. 풀 오토 에어컨, CD, MP3, USB 플레이어까지 꼭 무슨 컴퓨터 한대가 운전석 앞에 장착돼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99년식 수동 경차와 2010년식 신형차인데 어찌 이 같은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a  이번에 구입한 소형차 내부. 앞으로 쾌적한 자동차 생활이 될 듯 합니다. 물론 유지비가 기존 경차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가겠지만요.

이번에 구입한 소형차 내부. 앞으로 쾌적한 자동차 생활이 될 듯 합니다. 물론 유지비가 기존 경차에 비해 훨씬 많이 들어가겠지만요. ⓒ 윤태


그런데 차를 바꾸고 나서 참 재밌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경차 타고 다닐 때 알게 모르게 참 많은 무시를 당했습니다. 빨리 안 달린다고 뒤에서 빵빵거리고 하이빔 쏴대고, 심지어 옆으로 지나가면서 손가락질로 욕까지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도 빨리 달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또 비교적 여유있게 차선을 변경하려고 해도 뒤에서 경고하며 무섭게 달려오고 신호 대기하다가 잠깐 한눈 팔아 머뭇하고 있으면 가차 없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가볍게 한번도 아니고 "빵빵빵빵" 즉 그 경적 속에는 짜증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감히 경차가 내 앞을 가로막아? 이런 마음이니 이 같은 태도가 나오지 않겠습니까. 차를 빼달라고 전화를 할 때도 우선 짜증부터 내고 시작합니다.

그런데 새 차로 바꾸면서 이런 현상들이 없어졌습니다. 새 차다 보니 신기한 장치들이 많아 신호 대기하는 중에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신호를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뒤에서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더군요. 차를 빼 달라고 할 때도 마찬가지구요. 차선 변경할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면 뒷차가 알아서 속도를 늦춰줍니다. 차를 이동시켜 달라고 할 때도 매우 공손하게 대합니다.

경차와 새 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렇게 달라지다니요? 차종에 따라 사람들의 인격이나 성품 등이 달라지는 것도 아닐 텐데요. 물론 어느 차종이냐에 따라 그 사람의 직급이나 빈부의 정도는 대략 파악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도 조선시대 양반, 노비 제도를 머릿속에 담고 상황에 따라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경제적인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도 무리하게 좋은 차를 구입해 'Show'를 펼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a  내 생애 첫 차 중고 프라이드. 당시 제 차 사진은 아니지만 당시 제가 타고 다니던 차종과 똑같은 것을 촬영한 것입니다. 이 차는 경차는 아니지만 경차와 다를바 없습니다.

내 생애 첫 차 중고 프라이드. 당시 제 차 사진은 아니지만 당시 제가 타고 다니던 차종과 똑같은 것을 촬영한 것입니다. 이 차는 경차는 아니지만 경차와 다를바 없습니다. ⓒ 윤태


#소형신차, #중고경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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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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