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들에게 일 년에 몇 개월이지만 노동을 통해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희망근로'나 '노인일자리사업'은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우양
2009년 통계청의 '고령자통계'에 의하면 고령층(55~79세) 인구 중 57%가 향후 취업을 희망한다고 조사됐다. 취업희망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이 되어서'가 32.6%로 가장 많았으며 '일하는 즐거움 때문'이라는 응답이 19.3%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노인들도 일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제공되는 일자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수적으로 적은 것만이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일거리가 거리청소 등 단순 노동이다 보니 노동만족도가 떨어진다.
또 희망근로에 비해 보수 수준이 낮아서 오히려 배려는커녕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희망근로'나 '노인일자리사업'이나 똑같이 거리에서 쓰레기 줍는 일을 하는데 희망근로를 통해 하면 90만원 가까운 보수를 받지만 노인일자리사업을 통하면 하루 4시간, 월 3일 근무라 할지라도 20만원의 보수밖에는 받지 못한다.
쓰레기 치우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인 일자리의 경우 젊은 사람들과 비교해 노동의 질이 떨어지지 않음에도 보수가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노인들 대부분의 불만이다. 이것은 노인일자리사업의 취지 즉,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보충적 소득보장을 통해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했던 계획과도 동떨어져 보인다.
이처럼 낮은 임금과 적은 일자리는 공공분야 노인일자리사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일자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분야의 시니어클럽이나 시니어협동조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독거노인 홍 할머니는 강서시니어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는 수의공동작업장에서 몇 달간 일을 한 경험이 있다. 할머니는 노인들끼리 모여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지만 적은 보수 때문에 먼 거리까지 출퇴근하는 데 드는 교통비와 점심값 등이 부담스러워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고 있다고 했다.
"노인들끼리 모여 일을 하니 일하면서 신세한탄도 하고 서로 위로가 되어주기도 하고 좋은데 20만원 받아서 오가는 차비며 점심값을 제하고 나면 뭐 남는 게 있어야지. 일을 더 하고 임금을 더 달라고 해도 그건 규정상 안 되는 일이래."문제는 한 가지 일만으로 받는 임금으로는 생활이 어렵기에 나머지 시간에 봉투 접기를 하거나 폐지 줍기를 하거나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선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클럽이나 시니어 협동조합담당자들도 이 같은 어르신들의 안타까움을 직접 들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나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에 전적으로 의존해야하는 구조 탓에 늘 예산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눈치 그만보고 지자체 계획 내와야지자체의 다양한 일자리 개발 노력을 통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종류가 다양화되어 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소수 모집에 그치고 있다. 임금 역시 20만원에 고정,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어르신들께 늘 죄송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시니어클럽의 경우 지자체로부터 노인 1인당 130만원의 지원금을 받습니다. 지원금 안에는 운영비와 교육비, 산재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그러다보니 노인 한분에게 돌아가는 순수보조금은 10만원에서 12만원이 최대입니다. 거기에 사업에서 얻어지는 수익을 포함해 지급해 드리는데 아직 사업자체가 소규모라 그런지 수익이 높지 않아 저희 역시 20만원의 보수를 드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자체나 중앙정부에서 지원되는 보조금이 조금 높아진다면 더욱 많은 일자리와 만족할 만한 보수가 지급될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공동작업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 판매하거나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등 바람직한 노인일자리사업의 모델이 되는 사업장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기대할 만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지자체의 노력이 하나, 둘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노력으로 노인일자리사업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들이나 관공서, 공공기관들이 늘어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 분야는 지금은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문가출신 고학력 노령인구를 대비 정책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노인 일자리의 한 분야이기도 하다.
지자체는 더 이상 중앙 정부의 정책에 얽매이지 말고 자체적으로 시혜의 수준을 넘어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노인들도 당당한 근로능력자로서, 경제활동인구로서 우리 사회 안에서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가좌동의 김 할머니도 화곡동의 홍 할머니도, 성남의 정할아버지도 흥이 나서 일하고 일한 만큼의 임금을 받아 당당하게 자신의 노년을 책임지길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다가올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노인일자리사업 관련 정책과 공약에 대해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이는 우리부모님들의 문제뿐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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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니 좋긴 한데... 한달에 20만원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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