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권총 쏴봤어요?

제 3기 과활마당 전북 7팀의 Say! Cheese② 스스로 찾아내는 아이들

등록 2010.03.04 16:24수정 2010.03.0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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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나가요, 선생님?"

과활 둘째 날인 17일 수요일엔 '알코올 권총' 프로그램이 있었다. 알코올 권총은 작용-반작용의 원리와 액체가 기체가 되는 기화 현상을 배울 수 있는 실험이다.

소량의 알코올을 필름통에 넣으면 안에서 기화가 된다. 알코올은 특성상 다른 액체에 비하여 쉽게 기화가 된다. 이렇게 기화된 알코올이 담긴 필름통 안을 압전세라믹으로 스파크를 주면 뚜껑이 마치 총알처럼 발사된다. 이는 알코올 기체가 필름통 내부에서 폭발하면서 작용-반작용 현상에 의해 총신이 뒤로 밀리면서 뚜껑은 반대로 앞으로 나가기 때문에 발상하는 현상이다. 이 프로그램은 강성환(25) 선생님이 진행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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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권총 만들기 이윤호(16) 학생에게 알코올 권총 만들기를 지도하는 이명호(27) 선생님 ⓒ 이명호


약 한 시간에 걸쳐 프로그램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과정이 진행됐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운동장에 나가서 실제로 쏴보기로 했다. 밖이 춥기는 했지만 교실에서 쏴보기엔 알코올이 폭발할 때의 소리가 너무 컸다. 운동장에 과녁으로 삼은 종이컵을 삼단으로 쌓아놓고 이를 맞추는 시합을 진행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발사가 쉽지 않았다. 밖이 추워서인지 알코올의 기화가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모든 실험에서 적극성을 보였던 김봄(15) 학생은 나가지 않는 권총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애태워했다. 이렇게 발사가 되지 않으면 알코올을 더 넣어달라고 한다.

사실 이때 알코올을 넣는 건 내부의 폭발을 더 어렵게 만든다. 액체 알코올을 더 넣을수록 기체로 기화되는 과정이 더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생님이었던 우리들도 이를 잘 몰랐고, 아이들이 달라는 만큼 알코올을 필름통에 넣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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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권총 발사 대회 삼계중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직접 만든 알코올 권총을 발사 중이다. 김흔민(16) 학생이 알코올을 기화시키기 위해 권총을 손으로 꼭 쥐어가며 열을 전달하고 있다. ⓒ 이명호


이렇게 드문드문하게 발사에 성공하다가 김흔민(16) 학생이 갑자기 교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 운동장으로 나와 권총의 스위치를 눌렀는데 큰 폭발음과 함께 뚜껑이 발사됐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교실로 들어갔다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학생들의 발사 성공률은 이전보다 좋아졌다.


교실에서 뭘 하고 나왔는지 물어보자 김인기(15) 학생이 권총을 히터 앞에서 따뜻하게 데웠다고 말해줬다. 학생들은 기화 현상이 온도가 증가할수록 더욱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터득했던 것이다. 밖이 추우니 발사가 더욱 어려웠고, 이를 손으로 데우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히터를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사실 지도하는 우리도 미처 떠올리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이렇게 총을 발사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바램은 문제의 해결책을 스스로 찾게 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지도하는 우리를 놀라게 했다. 이런 기쁜 놀람을 아이들은 종종 우리에게 선사했다. 그리고 이날 발사에 성공함과 동시에 과녁까지 맞힌 아이들은 포상으로 스티커(점수)를 받았다.


"부릉부릉 진동카가 나갑니다~"

진동카는 진동의 원리를 이용해 앞으로 나가는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과활 셋째날인 18일에 진행됐다. 구둣솔에 모터를 달아 작동시키면 모터에서 발생한 진동이 솔에 전달돼 앞으로 전진하게 된다.

물론 단순히 모터만 단다고 진동이 일어나는 건 아니다. 모터에 페트병 뚜껑을 끼워야 하는데, 이것도 그냥 끼는게 아니라 뚜껑의 주변부에 모터의 회전축이 오도록 해야 한다. 뚜껑 중앙에 축이 오면 단순 회전만 하지만 뚜껑 주변에 축이 오면 진동을 한다. 이 진동이 구둣솔에 전달돼, 마치 자동차처럼 솔이 움직이게 된다. 그래서 프로그램 이름이 '진동카'이다. 이 프로그램은 김명성(21) 선생님이 진행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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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한 진동카 김영은(16) 학생이 자신이 만든 진동카로 사진을 찍는 김무진(23) 선생님 앞에서 포즈를 잡는다. ⓒ 이명호



진동카의 최대 단점은 자동차처럼 앞으로 전진시키기가 쉽자 않다는 점이다. 어떤 것은 회전하고, 어떤 것은 옆으로 간다. 또 어떤 것은 불규칙한 선을 그리면 이동한다. 이렇게 되면 진동카 제작 후에 진행하려 했던 경주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또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해냈다. 삼계중의 회장이기도 했던 유은지(16) 학생이 솔의 앞부분을 가위로 자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하니 그 잘려나간 부분으로 진동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솔 길이의 미묘한 변화가 진동카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아이들은 또 한 번 우리들을 놀래켰다. 이렇게 아이들은 저마다 가위로 손본 진동카로 경주에 나섰고, 나름 손에 땀을 쥐는 경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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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을 깎자! 유은지(16) 학생이 만든 진동카의 솔을 가위로 일부 잘라내고 있다. ⓒ 이명호



문제 상황에서 특별한 이론적 학습 없이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들이 직관적인 과학적 사고력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우리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과학과 친해지고, 과학을 재밌어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고 있다. 단지 학생들을 교육 시키는 어른들이 이런 소양을 꽃피게 해줄 적절한 방법을 가지고 있지 못할 뿐이다. 교육 방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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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카 경주 대회 아이들이 자신이 만든 진동카를 가지고 고무호스로 만든 트랙위에서 경주를 하고 있다. ⓒ 이명호

#과활 #전북7팀 #삼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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