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온 독도 광고 어떻게 보셨나요?

등록 2010.03.09 15:28수정 2010.03.0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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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데일리를 읽다가 뉴욕 타임스퀘어의 커다란 야외 스크린으로 내보내고 있는 새로운 국가관련  티비 광고를 다룬 이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도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프로모션과 마케팅, 해외에서의 인지도 등에 나름대로 관심을 갖고 이전에도 미국에서 내보낸 유명한 비빔밥 광고에 대해서 여기 쓴 적이 있었지요.

새로운 광고는 독도/다케시마 분쟁을 다루고 있으며 1919년 3월 1일의 한국 독립운동을 기념하여 날짜를 맞추어 30분마다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사에서 며칠간이나 그렇게 나오는지는 얘기가 없었네요. 그냥 3월 1일만 나왔을 수도 있어서, 지금 뉴욕에 계시거나 조만간 가게 되신다고 해도 이 광고를 직접 볼 수 있으실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튜브 덕에 보실 수 있게 되었어요: 보러가기

어떻게 생각하세요?

첫째로, 저는 보고나서 꽤 안심했단 말을 해야겠네요. 그렇게 나쁘지 않잖아요. 오해는 하지 마세요, 하지만 사실 한국이 해외용으로 새로운 광고나 선전을 만들었단 소릴 들을 때 마다 예전의 실패작들이 떠올라서 바로 긴장되거든요.

제 의견이지만 그 중 대개는 외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시키기보단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았지요. 예를 들자면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전면광고에서는"ERROR IN WP"라는 말을 커다란 글자로 써놓고 분노한 중학교 선생님이 하듯 Sea of Japan에 찍찍 줄을그어 버렸죠. 혹은,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비빔밥 광고에서는 명랑하게도 "이 요리는 추도식의 고객들과 시골 마을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라는 말을 했고요.

하지만 요번 것은 보기에도 괜찮은 편이고, 목소리도 좋은데다 "THIS is part of.." 부분이 좀 이상하게 들리긴 해도 영어도 괜찮은 편이에요. 왜 이상하냐면 그냥 그렇게 말하질 않거든요. Hawaii- THIS is part of America. "part of America"를 "Hawaii"에게 소개하거나-"하와이, 여기는 미국의 지방이라고 해; 미국의 지방, 이쪽은 하와이야"라고 소개해주면 둘이 악수를 하는 것처럼- 내레이터가 무언가를 콕 찝어 "this"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여기서 굳이 맞는 대명사를 찾자면 "this"가 아니라 "it"이겠지요. 하지만 Hawaii, IT is partof America라는 말도 사실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저라면 이렇게 했을 것 같아요: Hawaii…IS part ofAmerica. 하지만 미리 말씀드렸듯이, 이건 꼬치꼬치 캔 것 뿐이고 전체적으로는 괜찮아요.

여기서 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면, "유추 그룹 접근법"을 써서 아주 비슷한 것인양 그룹을 나열할 때는 그룹 안의 사항들이 그만큼 비슷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사과, 배, 바나나, 토마토 그림을 놓고 어떤 것이 무리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어린이용 IQ테스트 정도로 느껴지게 되니까요.

결국 하와이, 시칠리(아님 스크래블 컨셉에 맞춰서 시칠리아라고 해야 할까요?)와 발리는 몇 가지 인구통계만 놓고 봐도 독도와는 전혀 다르니까요.

예를 들어 인구와 크기를 보면:

하와이: 주민 120만 명, 28,311 km2
시칠리: 주민 500만 명, 25,708 km2
발리: 주민 350만 명, 5,633 km2
독도: 주민 2 명, 200 제곱 미터입니다.


또한, 독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은 관광으로 유명한 섬들이죠. 그럼 여기서 질문은 이 광고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이냐는 것이 되겠습니다. 미국인들에게 일본과의 이 지역에 대한 권리 분쟁에서 권리는 한국에 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인가요, 아니면 미국인들이 "아름다운 섬 독도를 방문" 하게 만드는 것인가요?

두번째 것이 목적일 것 같지는 않은데요. 어떤 미국인이 이 광고를 보고 "와, 시칠리도 좋았고 발리도 굉장했는데, 다음 예쁜 섬으로는 '독도'가 대단해 보이는데!"라고 생각하고는 여행사에 가서 독도로 가는 항공권과 해변가의 호텔을 알아본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 보세요.

물론 웃기는 거죠, 왜냐면 한국인들은 모두 독도는 그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 섬이라기 보다는 바위 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테니까요. 모두 여기 열을 올리는 이유가 독도에서 살거나 모래 해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싶어서가 아니라는 걸 아는 것처럼요. 실제 문제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죠.

이 광고는 바로 그 부분에서 실패하는 것입니다. 정치적이어야 하지만 햇빛 쨍쨍한 휴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유추 접근법으로 그 목적을 이루려는 거죠. 비한국인 관찰자로서 이 광고를 보고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은 "지금 뭐였지?"라는 것뿐이거든요.

이것이 한국의 "아름다운 섬"에 대한 여행 광고였다면 대상은 제주도가 되어야 했겠죠. 제주도는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진짜 섬이고 관광지로 알맞으니 이런 방법으로 광고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치적 선전용이라면 죄송하지만 정직해지겠습니다, 한국의 주류 미디어에서는 나와야 될 말이 못 나오는 것 같으니까요: 이 광고를 보고 누가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비슷한 상황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명동의 복잡한 거리를 지나가는데 커다란 화면에 30초마다 예멘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오래된 국경 갈등이나 페르시아 만 대 아라비아 만에 대한 분쟁에 관해 한쪽의 의견을 담은 광고가 나온다면 어떨까요?

제가 심하게 비관적인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크게 설득력이 있을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광고에서 한쪽의 입장을 단언하고 그 다음엔 겸손하기까지 한 어조로 "이것은 사실일 뿐입니다"라고 덧붙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렇게 직설적으로 누가 옳은지를 말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논리적으로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였다면 아예 왜 설명하려 드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지요.

그래서,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이 광고가 그리 나쁘지 않으며 한국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구성되어 다른이들이 한국의 문화적, 역사적 의도를 이해하도록 도울 수 있는 전략이라기보다는 의미 없는 나르시시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 번엔 그 돈을 다르게 써보는 게 어떨지 제안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덧붙이는 글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발리 #광고 #선전 #하와이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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