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도와 드리기한동안 김에다 밥과 반찬을 싸서 드렸는데, 노친은 어느 날부터 김을 '사양'하셨다. 이유가 있는 일이다.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 기록할 생각이다.
지요하
처음에는 기저귀에 변을 보시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저귀 착용이 거의 필요 없다. 노친이 변의(便意) 표시를 확실하게 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루에 세 번씩 병원을 가므로 아무 때든지 쉽게 휠체어에 태워 화장실로 가서 변기에 앉혀 드릴 수 있고, 내가 없는 동안에는 요양보호사들이 그 일을 한다. 요양사들도 병상에서 기저귀 처리를 하는 것보다 화장실로 모시고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나는 노친이 변을 보신 날이나 그 다음날은, 낮에는 기저귀를 빼어 시원하게 지내시도록 하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밤에만 기저귀를 채워 드리도록 요양사들에게 단단히 부탁을 해놓았다.
노친의 안색은 좋은 편이다. 전혀 환자 같지 않은 혈색이다. 특히 손과 발을 주물러 드릴 때 느끼는 것인데, 피부가 매끌매끌하다. '바이오 기공수' 덕이다. '회전 전자파'를 방출하는 기계 위에 4시간 이상 올려놓은 물을 마시기 시작한 후로 내 손의 피부가 매끌매끌한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제는 노친의 손과 발에서도 그것을 확연하게 느낀다.
무엇보다도 희망적인 것은 노친의 두 다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휠체어에 태우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변기에 앉혀 드릴 때도, 병실로 돌아와서 병상에 올려드릴 때도 전적으로 내 두 팔에만 의지하는 형국이었다. 내 두 팔의 힘으로만 그 일을 하려하니 진땀이 나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노친을 안아 일으키면 노친이 두 다리에 힘을 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내 팔에 의지한 채로 걸음도 두어 발짝씩 떼고 나를 거들어주니 내가 훨씬 힘이 덜 들게 되었다.
또 병상에다 엉덩이만 얹혀 드리면 스스로 두 다리를 올려놓을 수도 있게 되었다. 병상에서 스스로 몸을 돌려 눕기도 하고, 기저귀를 채우거나 뺄 때도 누운 채로 스스로 엉덩이를 들 수 있게 되었다. 요양사가 노친의 몸을 좌우로 돌리지 않고 들려진 엉덩이 밑으로 곧바로 기저귀를 넣을 수 있으니 작업이 한결 간편하게 된 것이다.
전에는 병상의 노친 몸을 위로 좀 올려드리려면 두 사람의 손이 필요했다. 양쪽에서 함께 해야 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일을 나 혼자서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노친이 두 발에 힘을 주어 거들어주기 때문이다.
노친은 거의 고통을 호소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팔이 아프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리 심한 것 같지는 않다. 전에는 두 발에 늘 부기가 있었다. 혈액 순환에 문제가 있어서일 터였다. 왼쪽 골반 뼈가 골절되었던 탓인지 특히 왼발의 부기가 심했고, 왼쪽 발과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곤 했다. 또 왼손에도 부기가 나타나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손과 발의 부기가 완전히 없어졌다. 온전히 정상적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