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사러갔는데..." 또 사라진 곽영욱의 기억

[한명숙 3차 공판] 변호인단 골프채 선물 집중 추궁... "검찰 조서 잘못된 것 같다"

등록 2010.03.12 15:15수정 2010.03.12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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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헌 변호사(이하 백) "한명숙 전 총리가 골프채를 받아서 바로 가져 갔나요?"
곽영욱 전 사장(이하 곽) "잘 모르겠습니다."
"그날 가지고 간 것은 분명합니까?"
"기억나지 않습니다."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대답이 끝나자 김형두 재판장(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이 의아하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김 재판장은 "피고인(한명숙)이 골프채를 가져 갔는지 안 가져 갔는지 기억이 나야 할 것 같은데요"라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곽 전 사장은 "골프채를 들었다면 운전기사가 들었을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끝을 흐렸다.

묘연해진 골프채 세트의 행방

a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 전 총리의 두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휴정 중 잠시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곽 전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인사청탁과 함께 5만달러를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한 전 총리의 두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가운데 휴정 중 잠시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곽 전 사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정지기간이 연장된 상태다. ⓒ 뉴시스


12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3차 공판에서는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선물했다는 골프채 세트에 대한 변호인단의 집중 신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곽 전 사장이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골프채의 행방이 묘연해 졌다. 전날 총리실 오찬장의 의자에 놓고 나왔다는 5만 달러와 마찬가지였다.

이날 공판에서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가 모두 인정한 사실은 2006년 8월 2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골프용품 매장에 함께 갔다는 사실뿐이었다. 한 전 총리가 998만 원 어치의 일제 골프채 세트를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떻게 운반을 했는지는 곽 전 사장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은 "골프채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2002년 8월 21일, 여성부 장관 재직 시절 오랜만에 곽 전 사장과 점심을 같이했다. 장소는 당시 여성부 청사가 있던 조달청 근처인 반포의 한 호텔이었다. 곽 전 사장과는 장관이 되기 전인 2000년 9월, 여성단체 후원행사에서 처음 만난 후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식사 후 곽 전 사장이 같이 어디를 가지고 해서 따라갔더니 골프숍이었다. 곽 전 사장이 골프채를 권했는데 '안 된다, 나는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이 재차 권하자 그럼 성의를 생각해서 모자 하나만 받겠다고 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골프채를 사러 같이 간 날이 평일 낮이다, 당시 한 전 총리가 여성부 장관 재직 시절이었는데 업무시간인 낮에 골프채 세트를 가져갔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곽 전 사장은 "기억나지 않는다",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골프용품 매장에 같이 갔던 사실에 대해서는 기억하지만 어떻게 가게 됐는지, 골프채를 구입한 후 어떻게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심지어 한 전 총리 측이 골프용품 매장에 간 날 두 사람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곽 전 사장은 또 "전날(11일) 2차 공판에서 검찰이 골프용품 매장의 전표와 거래내역을 보여주기 전까지 한 전 총리에게 골프채를 선물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기억하지 못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여성에게 골프채를 자주 사주느냐, 여성에게 골프채 세트를 사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이 추궁하기 전까지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은 거절당해서가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곽 전 사장은 "오래된 일이라서 그렇다"고 말했다.

김형두 재판장도 곽 전 사장의 답변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김 재판장은 "한 전 총리는 모자만 받았다고 하고 곽 전 사장은 골프채 세트를 사줬다고 하는데 이야기가 너무 다르다"며 "장관을 하는 사람이 평일에 나와서 골프채를 사서 갔다는 게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곽영욱 "법정에서 말한 것이 진실"

곽 전 사장은 이날도 검찰 조사해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백승헌 변호사가 "검찰 신문 조서에서는 한 전 총리가 정세균 당시 장관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돈을 건넸다고 했고 어제는 돈을 의자에 두고 나와서 보니 한 전 총리가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어느 쪽이 맞나"라고 묻자 곽 전 사장은 "검찰 조서가 잘못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은 또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직접 건네지 않고 총리 공관 오찬장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한 전날(11일)의 진술을 재확인했다.

그는 "검찰 조사 때는 왜 돈 봉투를 직접 줬다고 진술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처음에 조사를 받을 때 정신이 없어서"라고 밝혔다. 또 검찰 조사 때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서 말한 것 중 어떤 게 맞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말한 것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낮 12시 30분까지 진행된 3차 공판에서도 곽영욱 전 사장에 대한 신문을 마치지 못함에 따라 재판부는 오는 15일 오전 10시 4차 공판을 열어 증인 신문을 계속하기로 했다.

4차 공판에는 곽 전 사장을 비롯해 그의 아내인 김아무개씨와 딸인 곽아무개씨, 또 총리 공관 오찬에 함께 참석했던 강동석 전 건설교통부 장관이 증인으로 나온다.
#한명숙 #곽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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