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자전거길 탄력봉이 사라지다니...

폭설 때문에 탄력봉 없앴다는 서울시가 '미운' 이유

등록 2010.03.15 20:54수정 2010.03.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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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내린 깜짝 춘설도 다 녹고 한낮에는 봄을 알리는 훈풍이 불어옵니다. 봄이 오는 기운이 느껴지면 맨 먼저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애마 자전거를 깨우는 일입니다. 겨울 내내 집앞에서 동면중이던 애마를 꺼내 다 쓴 칫솔로 구석구석 먼지와 녹을 닦아줍니다. 나름대로 정비한 애마를 타고 지난 13일, 훈훈한 바람을 맞으며 한강으로 달려 갔습니다.

 

한강둔치로 가려면 동네 차도를 달려가야 하는데 저희 동네엔 자전거 도로가 어엿하게 있으니 뭐 그리 걱정은 안됩니다. 편하게 맘먹고 차도 옆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자전거길과 차도 옆에 든든하게 서있던 탄력봉(혹은 안전봉)이 사라진 게 아니겠습니까!

 

안전봉이 사라진 자전거길은 예전처럼 많은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들어와 주정차를 하고서 각자의 용무를 보고 있더군요. 저도 마찬가지고 같이 자전거 타던 다른 주민들도 자전거길을 달리다 주정차된 차를 피하기 위해 다시 차도에 들어서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다가 더 위험한 것 같아 아예 인도위를 달리거나 차량과 함께 차선위를 달립니다. 자전거 타고 다니라고 만든 자전거도로를 버리고 인도나 차도를 달리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니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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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에 만들어진 탄력봉은 주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어줬다. ⓒ 김종성

작년 11월에 만들어진 탄력봉은 주민들이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만들어줬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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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3개월만에 사라진 자전거길의 안전봉.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길에 주정차를 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네요. ⓒ 김종성

불과 3개월만에 사라진 자전거길의 안전봉. 차량들이 자연스럽게 자전거길에 주정차를 하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네요. ⓒ 김종성

지난해 가을, 인도옆에서 차도옆으로 진화된 자전거 길이 생기면서 자전거길 위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들이 많아져 오히려 자전거 주행이 어려워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전거를 자주 타고 다니는 은평구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자, 11월경 차들이 맘대로 못들어오게 자전거길 위에 탄력봉을 만들었더군요. 자전거 타는 많은 주민들이 칭찬을 했습니다. 저도 기쁘고 고마워서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썼구요. [기사 그 후] 자전거도로에 탄력봉 세워져

 

그런데 누가 봐도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했던 탄력봉이 불과 3개월여만에 없어지다니, 처음엔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불편도 이만저만이 아니고, 탄력봉을 세우기 위해 썼을 세금도 아깝기만 합니다. 오늘(5일) 서울시 민원센터 120번에 전화를 걸어 연결된 은평구청 교통지도과 담당자에게 탄력봉이 사라진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은평구청 교통 지도과 담당자는 먼저 "서울시내 22개 구의 자전거 도로 관련 사업이나 행정은 서울시에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래도 내용을 알고 있어서 답변을 해주었는데, 올 겨울 내린 눈이 탄력봉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라고 하네요. 눈이 내리면 서울시에서는 전용차량을 동원해서 차도에 쌓인 눈을 치워야 하는데, 차도 맨끝에 있는 자전거길 위 탄력봉이 방해가 된다고 합니다.

 

담당자는 서울시에서 자전거길 위 탄력봉을 없애는 대신 무인감시카메라를 몇 대 더 설치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응암역에서 연신내역 사이의 차도 양쪽에 나있는 자전거 도로에 무인감시카메라를 줄줄이 세워놓을 수도 없고 현실적인 대안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것은 요즘 이 자전거 도로에 주정차하는 많은 수의 차량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서울시의 근시안적인 예산낭비 행정

 

담당자의 답변을 듣고 두가지의 의문이 생겼습니다. '지난해 11월 자전거길에 탄력봉을 만들어 세울 때 겨울에 눈이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예상을 안 했던 걸까요?' 겨울을 앞두고 있음에도, 제설작업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 생각없이 탄력봉만 세워놨다는 것이니 참으로 한심하고 쓰인 세금이 아깝습니다.

 

둘째는 겨울에 쌓인 눈을 전용차량으로 치우기 위해 자전거길 위 탄력봉을 없애면, 다른 계절에는 어쩌란 말입니까? 한 계절의 효율적인 제설작업을 위해 다른 계절 동안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줄 탄력봉을 없앤다는 것은 말그대로 주객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강둔치에 이어 동네에도 자전거길을 만들고, 자전거길을 인도 옆에서 차도 옆으로 넓히는 등 서울시의 자전거 관련 사업은 칭찬받을 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잘 기록하고 참고하여 적절한 대안을 개발하고 앞으로는 근시안적인 예산낭비 행정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네요.

 

추신. 전화 120번의 서울민원센터에 위 두가지 질문과 건의사항(안전봉 대신 작은 턱 설치)을 민원으로 접수하였습니다. 담당자가 검토 후 3일내에 답변을 준다니 기대해 보겠지만, 다시 자전거길에 안전봉이나 건의한 내용을 들어준다고 해도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덧붙이는 글 | 서울시 22개구 안의 자전거 관련 사업과 관리는 각 구청이 아니라 서울시 소관이라고 합니다. 자전거길이나 운행관련 문제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120번 서울시 민원 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서울시 홈페이지에 '시장에게 바란다'를 클릭하고 내용을 작성하면 민원이 접수됩니다. 

2010.03.15 20:5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서울시 22개구 안의 자전거 관련 사업과 관리는 각 구청이 아니라 서울시 소관이라고 합니다. 자전거길이나 운행관련 문제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120번 서울시 민원 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서울시 홈페이지에 '시장에게 바란다'를 클릭하고 내용을 작성하면 민원이 접수됩니다. 
#자전거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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