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보다 더 감동적인 강연

금난새씨가 들려준 '심포니 리더십, 예술경영의 벤처 정신'

등록 2010.03.17 13:40수정 2010.03.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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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700여석을 꽉채운 강당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700여석을 꽉채운 강당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 최정애

700여석을 꽉채운 강당에서 강연을 듣고 있는 사람들 ⓒ 최정애

      

a  복사골아카데미에 초대된 금난새씨는 지휘자로서의 삶을 개척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복사골아카데미에 초대된 금난새씨는 지휘자로서의 삶을 개척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 최정애

복사골아카데미에 초대된 금난새씨는 지휘자로서의 삶을 개척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 최정애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과 함께 우아한 클래식에 빠져 분위기를 잡고 싶은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고 뭔가 희망적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이런 내 마음에 벤처정신을 일으키게 한 강연이 있었다. 부천시청에서 매월 두차례 시민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자기계발과 지방자치 선진화에 기여토록 마련한  '복사골아카데미'에 참석했다.

 

3월 11일 오전 9시30분 부천시청 대강당에는 700여 명이 지휘봉 대신 강의봉을 잡은 금난새씨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심포니 리더십, 예술 경영의 벤처정신'이라는 주제 강연에서 금씨는 1시간 30분 동안 지휘자로서의 입문이 척박한 국내 환경에서 지휘자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 법과 제도에 얽매어 클래식이 대중과 함께하지 못한 환경을 개선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게 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현재 경기도립오케스트라 예술 감독으로 있는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영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데뷔했다. 미국 유학 시절 마땅한 연습실이 없자 연습실을 구하는 과정에서 "나의 제안이 상대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라"는 점을 배웠단다 .당시 모짜르트, 베토벤곡 일색의 연주에서 미국 작품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러니 "That's good idea"를 외치며 흔쾌히 연습공간을 내주었다고 한다.

 

지휘자의 길에 목표를 둔 그는 국내 대학에는 지휘 관련 학과가 없자 27세 때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을 찾아간다. 수소문 끝에 알게 된 라벤슈타인 교수에게 전화를 해 "지휘를 배우러 온 한국 학생이다"고 했더니 그 교수는 한국에 문외한이었지만 따뜻하게 맞았다. 출국 수속이 까다로웠던 당시 라벤스타인 교수는 "한국에 돌아갔다 왔다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대로 독일에 머물면서 음악공부를 하라. 이미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청강생으로 들어와 수업을 들어라"고 배려했다.

 

독일인의 융통성에 놀란 사건 또 하나. 가령 시험과목이 10과목이었다고 치자. 5과목이 규정 점수에 도달했다면 나머지 과목만 시험에 응하면 통과된다는 것, 또한 학기 중 취업이 되면 굳이 졸업장이 필요 없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6년간 독일에서 공부했다. 그가 체득한 독일인은 인내심이 있고 생각이 깊으며 차분하다는 점. 독일유학을 선언했을 때 주위에선 미국과 이탈리아를 권했다. 오늘이 있기까지 남들이 가지 않았던 독일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다는 그는 "남이 좋다고 해서 따라하면 다 같은 사람이 된다"며 요즘 부모들의 교육관을 지적했다.

 

"독일에서 연주를 하면 오케스트라 못지않게 청중도 훌륭합니다. 독일에선 2600여석의 홀이 꽉 차는 연주회가 다반사입니다."

 

1977년 제5회 카라얀 국제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한 그는 유럽에서 더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귀국, KBS교향악단을 맡아 12년간 일했다. 선진국에서 배운 학문을 국내에 유감없이 보급했다. 국무위원이 모인 자리에서 음악회를 열고, 학업에 눌린 청소년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기획하는 등 실험과 도전은 이어졌다.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을 맡아 연주자 80명에 청중 80명인 공연장을 바라보며 할 일이 무엇인가 아이디어를 냈다. 보통 2시간이면 끝나는 음악회 풍토 속에 8시간 마라톤콘서트를 기획하고, 수원의 자랑이 갈비라는 말을 듣고 수원 시향이 수원의 자랑이 되게 하고 싶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청소년 음악회를 기획에 청소년들을 끌어들였다. 안 좋은 프로그램을 좋은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은 포부가 적중했다. 매년 12월 31일이 되면 어김없이 실시되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제야 음악회를 떠올렸다

"당시로서는 미친 짓이었어요.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문을 닫는 공연장 대관을 요청했더니 규범상 안 된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이어져온 전통이라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규범은 새로 만들면 된다고 설득해 1994년부터 12월 31일부터 시작한 예술의 전당 제야음악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화한 이미지를 지닌 그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더욱 선율이 감미롭다. 거기에다 무대조명 감독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들에 대한 금씨의 애정은 각별하다. 지휘자로서의 목표를 정하고 지휘학과 없는 국내를 떠나 생면부지의 독일로 가 지지휘자 인생을 개척했다. 국내로 돌아와 과감한 이이디어와 뚝심으로 오케스트라의 새장을 펼치고 있는 금씨의 삶에서 벤처정신이 물씬 풍긴다. 제1회 한국 CEO 그랑프리문화 CEO상 수상자답게.

2010.03.17 13:40ⓒ 2010 OhmyNews
#금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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