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뒤 20분간 여유, 장교들 뭐했나?"

[현장-국방위] 여야 의원들, 국방부·합참 '부실 보고' 질책

등록 2010.03.27 16:24수정 2010.03.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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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27일 저녁 7시 02분
 

천안함 침몰 하루 뒤인 27일 오후 3시 긴급소집된 국회 국방위원회(위원장 김학송)에서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의 안이한 대응과 부실 보고 논란이 일었다.

 

여야 의원들은 장수만 차관과 이기식(준장) 합참 정보작전처장을 향해 "사고 발생 뒤 18시간이나 지났지만 정부는 제대로 발표한게 없다, 이러니 국민이 믿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장 차관과 이 처장의 입을 통해 사고 당시 정황은 전해졌지만, 최초 폭발이 일어난 26일 밤 9시30분부터 천안함이 완전히 침몰된 27일 새벽 0시30분 사이 함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 장 차관은 "생존자들의 조사해 봐야 구체적인 정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전으로 방송 끊겼는데 이함 명령? 어떻게 전달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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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중인 천안함 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해역에서 침몰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뒤집힌 채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 침몰 중인 천안함 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해역에서 침몰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뒤집힌 채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27일 오전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국방부 보고에 따르면, 사고 당일 밤 9시30분께 천안함 함미(함선의 후미)에서 큰 폭발음이 들렸다. 곧바로 엔진이 멈추고 배 전체가 정전이 돼 암흑으로 바꼈다. 최원일 함장이 갑판으로 나가보니 벌써 함미가 가라앉고 있었다고 한다. 최 함장은 곧바로 '이함(퇴함) 명령'을 내렸다. 폭발부터 이함 명령까지 불과 2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분 뒤인 9시50분께 함선의 60%가 가라앉았고, 수면 위에 남은 선체에 머물던 58명의 승조원들은 10시40분께 도착한 해경정에 구조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사이 최 함장은 개인 휴대폰으로 제2함대 사령부에 사고 내용을 보고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이기식 처장은 "(속초함이) 21시 57분 백령도 북방에서 미식별된 고속 물체를 경고사격했으나 (추후) 고속이동물체는 새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보고를 받은 여야 의원들은 ▲폭발 뒤 함선 60%가 가라앉기까지 20분 동안 다른 승조원들은 구하지 못한 이유 ▲북한의 어뢰공격 가능성 ▲사고 발생 후 국방부·합참의 부실 보고 등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사고 당시 함장과 장교들이 병사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느냐는 점이 었다.

 

서종표(민주당) 의원은 "사고가 났을 때 함선이 정전이었다면 이함 명령을 방송으로 할 수 없었던 것 아니냐"며 "구두로 퇴함 명령을 내렸다면 100% 상황전파가 안됐을테고, 병사들이 피하지 못했을테니 지휘관 조치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김장수(한나라당) 의원도 "영화를 보면 함장이 전 승조원들을 대피시키고 마지막에 탈출하는 장면들이 있다"며 "이번에도 함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지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희태(한나라당) 의원 역시 "선체가 88미터가 되는 큰 배가 가라앉는 시간 동안 얼마든지 피할 시간과 공간이 있을텐데 왜 실종자들은 못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대평(무소속) 의원은 "함장이 퇴함 명령을 내린 시간과 퇴함한 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조사했나, 어떻게 장교들은 다 퇴함하고 사병들만 침몰한 배와 함께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20분 만에 60%가 침수됐다고 하더라도 장교들이 다니면서 퇴함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영우(한나라당) 의원은 "다급한 상황에서 함장이 상부에 휴대폰으로 전화할 수도 있지만, 다른 지휘관들에게 인명 구조가 가능한지 확인하라는 명령 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방부는 20분 만에 60%가 잠길 정도로 침수가 빨랐다지만, 그 20분 동안 뭐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과 이 처장은 "폭발 뒤 20분 만에 함선 60%가 물에 잠길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함미 통로에 물이 찼다면 장교들이 들어가지도 못했고, 수압으로 문이 잠겨 병사들도 나올 수 없었을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탄약 폭발? 암초? 북한 어뢰 공격? 원인 "아직 모른다"

 

사고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의원들은 탄약고 폭발이나 암초 충돌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처장은 "탄약은 분리 보관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김학송 국방위원장이 "함수와 함미에 장착된 76mm 포탄이 동시에 터질 수 있느냐"고 묻자 이 처장은 "동시에 터지기는 힘들다, 하지만 TNT(고성능폭약)를 장착해 터뜨리면 가능성은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천안함에 실린 어뢰(6발)와 폭뢰(12발)도 "고의적으로 터뜨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암초 충돌에 대해서도 이 처장은 "해군은 정밀 해도를 갖고 있다"고 말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북한 (반)잠수정의 어뢰나 기뢰 공격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장수 의원은 "부유 기뢰가 아닌 수중(음향) 기뢰 가능성은 없나, 또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 가능성은 어떤가" 하고 물었다. 

 

하지만 이 처장은 "기뢰를 설치하려면 현장까지 와야 하고, 어뢰 공격은 음탐기로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낮게 봤다. 다만 그는 "생존자들을 통해 어뢰 탐지 장치를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안함 승조원들 중에 '좌익 이념'을 가진 장병이 폭발 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다소 황당한 의혹제기도 있었다. 이진삼(자유선진당) 의원은 "우리가 과거 여수 순천 반란사건도 경험했다"며 "이상한 생각을 가진 병사가 타이머 갖은 걸로 장난을 쳐서 폭발시키고 어선으로 뛰어 내려 탈출했을 수 있지 않느냐, 해군과 기무사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 차관은 "해군에는 사보타지(태업)를 할 장병이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이 의원이 지적한 부분은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국방위는 약 3시간 가량 진행됐지만, 국방부와 합참의 답변은 '앵무새' 같았다. 사고 발생 이후 언론 보도 내용에서 별다르게 나아진 점이 없었다. 이 때문에 여야 의원들은 질책을 쏟아냈다.

 

안규백(민주당) 의원이 "사고 당시 통신기록이 있느냐"고 묻자 이 처장은 "배(천안함)가 가라앉아 있어서 확인이 안 된다, 사고 당시 정전이라 통신기가 사용이 안 됐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통신 기록과 생존자 증언 등) 여러 경위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국방부가 뭔가 숨긴다고 생각한다"며 "함장과 2함대 본부가 핸드폰으로 통화했다면 1차 스크린이 된 것 아니냐"고 몰아붙였다. 또 "안보장관회의를 2~3차례나 해놓고도 원인규명도 없고 발표도 없다"며 "국민들은 불안한데 이렇게 무사안일해서야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민(한나라당) 의원도 "국방부장관이 국회도 나오지 않고 백령도까지 가서 직접 현장을 지휘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29일 국방위 회의 때는 국방부장관과 최 함장, 생존 장교들을 증인으로 불러서라도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2010.03.27 16:24 ⓒ 2010 OhmyNews
#천안함 #초계함 #침몰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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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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