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395)

― '글의 스타일'과 '글맵시-글투-글결-글무늬-글모양-글틀-글매무새'

등록 2010.03.29 11:24수정 2010.03.2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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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의 스타일

.. 글의 스타일도 독특했다. 언어 이전에 발생하는 해독 불능의 세계에 대하여 의미의 규명에 힘을 주다가도 어느 틈엔 유유하게 관조적인 시선으로 그 속을 거닐고 있었다 ..  <박태희 옮김-필립 퍼키스와의 대화>(안목,2009) 10쪽


'독특(獨特)했다'는 '남달랐다'로 다듬고, "의미(意味)의 규명(糾明)에"는 "무슨 뜻인가를 밝히려고"나 "무엇을 말하는가를 알아내려고"로 다듬으며, "유유(悠悠)하게 관조적(觀照的)인 시선(視線)으로"는 "느긋하게 바라보는 눈길로"나 "차분하게 들여다보는 눈썰미로"로 다듬어 봅니다.

그런데 "언어(言語) 이전(以前)에 발생(發生)하는 해독(解讀) 불능(不能)의 세계(世界)에 대(對)하여"는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궁금합니다. 외려 이런 말마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마디이며, 제아무리 길게 쓴 글로도 무슨 뜻인지 갈피를 못 잡고 마는구나 싶습니다. 어렵게 적고 만 말마디이기도 하지만, 우리 말로 제대로 옮기지 못한 글줄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하고 더 나은 생각이나 더 좋은 느낌을 나누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글이 되어 버리지 않느냐 싶습니다.

 ┌ 스타일(style)
 │  (1) 복식이나 머리 따위의 모양. '맵시', '품', '형'으로 순화
 │   - 새로 유행하는 스타일로 머리 모양을 바꾸다 /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  (2) 일정한 방식
 │   -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 독특한 스타일로 회사를 운영하여
 │  (3) [문학] 문학 작품에서, 작가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이나 구성의 특질
 │   -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선보이다
 │  (4) [예술] 미술ㆍ건축ㆍ음악ㆍ문학 따위에서, 어떤 유파나 시대를 대표하는
 │      특유한 형식. '양식(樣式)'으로 순화
 │   - 중세 스타일의 건물도 독특했다
 │
 ├ 글의 스타일도
 │→ 글투도
 │→ 글결도
 │→ 글솜씨도
 │→ 글흐름도
 │→ 글매무새도
 └ …

우리 국어사전에는 영어 '스타일'이 실려 있습니다. 영어 '스타일'을 실어 놓으며 두 가지 뜻풀이는 '올바르지 않으니 고쳐쓰'라며 다른 낱말을 몇 가지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는 고쳐쓰라 하고, 두 가지는 그대로 둡니다. 두 가지 쓰임새만 알맞지 않고, 다른 두 가지 쓰임새는 알맞기 때문일까요? 말풀이와 쓰임새를 본다면, '스타일 (2)'는 '방식'으로 고쳐쓰고, '스타일 (3)'은 '형식'이나 '짜임새'나 '얼개'로 고쳐써야 하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국어사전에 실린 보기글이라면, "새로 유행하는 대로 머리 모양을 바꾸다(← 새로 유행하는 스타일로 머리 모양을 바꾸다)"와 "내가 좋아하는 모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내가 좋아하는 맵시"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이 아닌 "대통령이 통치하는 방식"이나 "대통령이 다스리는 모양새"입니다. "독특한 스타일로 회사를 운영하여"가 아닌 "독특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여"나 "남다르게 회사를 꾸려"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선보이다"가 아닌 "새로운 형식으로 소설을 선보이다"라 하거나 "새로운 짜임새로 쓴 소설을 선보이다"라 해야 알맞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니 "중세 스타일의 건물도 독특했다" 같은 말투가 튀어나올 텐데, 이런 말씀씀이가 올바르지 않아 고쳐 주어야 한다고 국어사전에서 밝히고 있다면, 이런 보기글을 싣지 말고 "중세 양식 건물도 독특했다"라든지 "중세에 지은 건물 모양새도 남달랐다" 같은 글월을 실어야 하지 않느냐 싶습니다.

가만히 보면, 국어사전에 올려놓은 낱말부터 알맞지 않습니다. 국어사전 올림말로 삼은 낱말에 달아 놓은 풀이도 알맞지 않습니다. 풀이와 함께 싣고 있는 보기글마저 알맞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어서 바로잡아야 하는 말마디라 한다면, 어떻게 고쳐써야 하는가 하는 보기를 슬기롭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쳐쓸 낱말 한두 가지만 대충 던져 놓는다고 될 '우리 글 바르게 쓰기'가 아닙니다. 고쳐쓸 낱말을 어떻게 엮고 짜며 우리 느낌과 글맛을 살리면 좋은가를 보여주는 국어사전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 글을 쓰는 모습도
 ├ 글을 쓰는 모양새도
 ├ 글을 다루는 모습도
 ├ 글을 엮는 매무새도
 └ …

국어사전에서 '스타일'을 어떻게 풀이했는가 살피면, 넷째 뜻풀이에서는 '양식(樣式)'으로 고쳐쓰라고 밝혀 놓습니다. 그렇다면, '서식(書式)'이란 바로 '글양식'을 가리킬 테니, 이와 같은 한자말을 찬찬히 다듬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타일'이든 '양식'이든 '글양식'이든 하기보다는, '글틀'이라 해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글 + 틀" 짜임새로 새롭게 엮어 '글틀' 같은 낱말을 쓸 수 있습니다. '-틀'을 뒷가지로 삼으면 '말틀'과 '이야기틀'과 '생각틀'로 가지를 뻗습니다. 글양식을 헤아리면서 '글틀'뿐 아니라 '글모양'과 '글꼴'과 '글모양새'로 가지를 칩니다.

이 자리에서는 "글의 스타일도"가 아닌 "글투도"나 "글결도"로 손보면 한결 매끄러운데, "글을 쓰는 투도"나 "글을 쓰는 모양도"나 "글을 쓰는 매무새도"로 손볼 수 있습니다. 또는, "글쓰는 투도"나 "글쓰는 모습도"나 "글쓰는 몸가짐도"로 손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서 "글모양도"나 "글모양새도"로 새롭게 가지를 내 봅니다.

똑같은 글투를 바라지 않으면서 '스타일' 같은 영어를 받아들인다 하겠는데, 똑같은 글투를 바라지 않으면서 우리 나름대로 우리 새말을 빚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말투를 빛내며 새 낱말을 일구면 됩니다. 영국사람은 저희들 영어를 빛낼 새 낱말을 일구고, 중국사람은 저희들 한문을 빛낼 낱말을 일구면 됩니다. 겨레마다 제 겨레말을 일구고, 나라마다 제 나라말을 일구면 됩니다.

우리는 우리 마음을 그러모으며 우리 마음말을 찾을 노릇입니다. 마음을 담아내는 말이니 '마음말'입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을 갈무리하며 우리 생각말을 찾아나설 노릇입니다. 생각을 담아내는 말이니 '생각말'입니다. '생각쟁이'이니 '과학쟁이'이니 '사진쟁이'이니 '글쟁이'이니 하는데, '-가(家)'나 '-인(人)'이나 '-자(者)'를 떨구면서 이와 같이 새 낱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새 낱말을 찾으려는 매무새가 반갑습니다.

 ┌ 글모양 / 글모양새 / 글매무새
 └ 글투 / 글결 / 글무늬

국어사전에 안 실린 낱말이며 딱히 쓰는 사람들은 없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글결'이나 '말결'이라는 낱말을 쓸 때가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결과 말을 하는 결을 헤아릴 때에는 '글결-말결'이 참 괜찮다고 느낍니다. 이 느낌을 살리며 '글무늬'와 '말무늬'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좀더 새롭게 느낌을 북돋우며 '글빛'과 '말빛'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느낌을 곱씹으며 '글힘'과 '말힘'을 이야기할 수 있으며, '글꼴-말꼴'이나 '글자국-말자국'이나 '글자취-말자취'를 이야기해도 됩니다.

생각을 하면 새말은 수없이 쏟아집니다. 생각을 하면 새말은 나날이 새롭게 솟구칩니다. 생각을 하면 새말은 우리 삶을 넉넉하고 알차게 품에 안습니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며, 생각을 하는 삶이 되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가 쓴 ‘우리 말 이야기’ 책으로,
<생각하는 글쓰기>가 있고,
<우리 말과 헌책방>이라는 1인잡지가 있습니다.
#-의 #토씨 ‘-의’ #우리말 #한글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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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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