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운운 하며 위기 부추기는 언론

<조선>, 북한 공격이라면 "전시(戰時)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도 각오해야 "

등록 2010.03.30 16:18수정 2010.03.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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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이 침몰한지 다샛가 지났지만 침몰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정부는 아직까지 북한 공격가능성을 완전 배제하지 않지만 아직 낮게 보고 있다. 그런데 일부 보수 언론들은 이것이 불만이다. 북한 공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사설이나, 시론을 통해 북한 공격이 사실로 밝혀지면 '무력응징'을 촉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30일자 5면 <북 해상저격부대 소행 가능성 제기> 기사에서 "대남 공작부서 출신의 한 탈북자는 '북한은 1999년 서해에서의 첫 교전 이후 정규해전에서는 남한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비정규적 전투로 적함을 괴멸시키는 방법을 계속 연구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a  조선닷컴 화면 갈무리

조선닷컴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

조선닷컴 화면 갈무리 ⓒ 조선일보

이어 "그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작전이 '음향기뢰에 의한 적함 공격'이라고 한다. 2인용 어뢰잠수정에 음향기뢰를 매달고 시속 2㎞ 미만으로 움직인다"며 "빨리 움직이면 적함선의 소나(Sonar·수중음파탐지기)에 감지되기 때문에 거의 걷는 수준으로 이동해 목표항로에 기뢰를 설치하면 일단 성공으로 본다고 한다. 저격부대원들이 음향기뢰를 설치한 후 무사귀환하면 이를 설치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현재 천안함 함미를 탐색하는 SSU 부대원들과 민간잠수부들 증언에 따르면 조류 속도가 워낙 빨라 몸을 가누기 힘들고, 시야는 부대원들 손목시계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북한 군인들은 2인용 어뢰잠수정에 음향기뢰를 매달고 시속 2km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북한 군인들은 백령도 바다 밑을 자기들 마음대로 다니는데 우리나라 군인들은 첨단 장비를 가지고도 함미 하나 제대로 찾아내지 못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북한 공격 가능성을 주장하려다가 생명을 내놓고 탐색을 하고 있는 SSU 부대원들과 민간잠수부들의 탐색 능력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특히 <국가적 위기에 대한민국 저력 보여주자> 제목 사설은 거의 전쟁을 하자는 분위기이다. 사설은 "천안함이 북한의 기뢰 또는 어뢰 공격을 받고 침몰한 것이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 대한민국은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결정해야 할 고비를 맞게 된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전시(戰時)에 준하는 국가적 위기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결정적 국면을 맞아 정부와 군, 정치·경제·사회 각계를 비롯해 국민 모두가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원인 규명과 실종자 구조, 이후 예상되는 상황별 사태 진전에 따른 대비책 마련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정도면 전시동원령이다. 누리꾼들이 온갖 추측들을 쏟아낼 수록 언론이 이를 다잡고, 냉정해야 할 것인데 오히려 언론이 더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은 29일 시론 <안보의 침몰>에서 북한 공격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는 정부를 향해 "왜 김정일의 소행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하면서 사건 처리의 방향을 잡아가려 하는가? 뭐가 두려워서"라고 따져 물었다.

 

그리고 "신속하고도 철두철미한 진상규명을 진두지휘하라! 자체 폭발이라면 군 지휘부 전원을 국기 차원에서 일벌백계하라! 김정일의 소행이면 '상응한 무력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말라. 조금도 두려움없이! 가혹하고 무자비하게! 그게 국격(國格)을 지켜내야 하는 대통령의 당위다. 선택이 아니다. 대통령이시여!"라고 했다.

 

"김정일의 소행이면 '상응한 무력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말라"라는 글은 섬뜩하다. 어떻게 한 신문 논설위원이 이런 글을 시론에서 쓸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북한 공격으로 밝혀지더라도 국제법상으로 책임을 따져야지, 이에 상응한 군사공격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는 60년 전 참혹한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아니다. 6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참혹함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 비극이 우리 미래세대를 어떤 파국과 절멸로 이끌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는 언론인이 자기 감정에 못이겨 '상응한 조치'운운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쟁! 다시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북한 공격이 사실이라면 북한에게 엄중하고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북한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북한 공격을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 군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우리나라 보수세력들이 영웅으로 존중하는 미국 존 맥아더는 "전투에서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경계에서 실패한 군인은 용서받을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천안함이 침몰한 곳은 백령도 연화리 서남쪽 2.4km 지점이다. NLL에서는 12~13km 아래이다. 북한 군이 기뢰나 어뢰를 가지고 NLL에서 12~13km를 침범했는데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경계에 실패한 것이다.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는 철저하고 명백해야 한다. 그리고 원인이 밝혀지면 누구인들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하지만 '전시태세'니 '상응하는 조치'같은 한반도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무책임한 언론보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

2010.03.30 16:18ⓒ 2010 OhmyNews
#조선일보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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