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경협, 단순 물자교역에서 대북 SOC투자로 변화"

[북중 접경지대 르포⑥] 홍익표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기고

등록 2010.04.02 14:51수정 2010.04.02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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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은 신의주와 단둥을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를 올해 10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두만강변에서도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선도구 개방사업을 국가적 사업으로 승격시켰다. 북한이 올해 1월 중국 지린성과 가까운 함경북도의 라선(라진-선봉)시를 특별시로 지정한 것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해석된다.

북중 간 경제협력 강화가 남북관계와 남북경협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오마이뉴스>는 3월 15일부터 20일까지 랴오닝성의 선양, 단둥과 지린성의 옌지, 투먼, 훈춘 현지 취재를 통해 이에 대해 살펴봤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한의 상황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이와 관련, 전문가 기고를 포함해 7~8회의 연재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편집자말]
최근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양국간 경제협력은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은 이미 200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지만, 최근의 경제협력은 그 규모나 내용, 방식 등에 있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조짐에 대해 북한경제의 발전과 동북아지역의 경제협력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함께, 북한경제의 중국경제 예속화와 남북경협의 위축 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북중경협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전략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거에도 북중경협은 단순한 경제관계를 넘어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적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그러나 최근 양국 경제협력은 북한의 핵실험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그리고 북한체제 안정성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 2차 핵실험 이후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상당한 고민에 빠졌다. 미중관계와 국제사회에서의 중국의 역할 등을 고려할 때 대북 제재조치에 적극 동참하여야 한다는 견해와 전통적인 북중관계 및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 등을 고려할 때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견해가 충돌한 것이다.

당시 중국 정부의 입장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참여하지만, 이는 대량살상무기를 비롯한 일부 군수부문에 국한되고 양국간의 정성적인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한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절충주의적' 입장은 북한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제재참여국들에게도 불만스러운 것이었다.

북한체제 위협조치 반대 '전략적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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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북-중 접경도시인 중국 단둥의 세관앞 거리 모습. 이곳에서는 북한 관련 상품들의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곳이다. ⓒ 권우성


그러나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경을 고비로 대북 정책에 대한 혼선과 딜레마를 상당 부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북한과의 전통적 관계를 유지·강화하고,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중 양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고위급 인사들의 상호교류를 활발히 전개하였다. 중국은 2009년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을 통해 자신들의 전략적 결단을 김정일 위원장에게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 방북 기간 중 양국은 중국의 대북 경제지원, 경제기술협조, 교육교류협력 등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였다.

이는 사실상 북한 2차 핵실험 이후 취해진 유엔 안보리의 결의 1874호를 무력화 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제재와 압박보다는 북한이 느끼는 안보 및 경제상의 위협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최근 중국의 대북 경협확대는 전략적 판단과 함께 동북진흥계획 차원에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은 취임이후 동북지역의 경제발전을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동북 3성(랴오닝성, 헤이룽장성, 지린성)으로 상징되는 중국의 동북지역은 1980년대 개혁·개방정책 이전까지는 중국에서 가장 공업화되고 발전된 지역이었다.

그러나 중화학공업과 국유기업으로 상징되는 이 지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비효율적이고 낙후된 지역이 되었고, 이는 중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불안요소로 작용하였다. 중국 정부는 2003년경부터 동북진흥전략을 본격 추진하여 이 지역을 주강삼각주, 장강삼각주, 베이징-톈진-허베이지역에 이은 제4의 성장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였다.

북중 경제협력이 2000년대 들어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한 것도 바로 동북진흥계획이 추진된 시점과 맞물려 있다. 동북지역의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에너지원과 광물자원 등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대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북한 광물자원에 대한 수입이 늘어났고, 에너지원의 확보를 위한 북한광산에 대한 대북 투자도 증대되기 시작하였다.

중국, 북한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 적극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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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시 남동쪽 랑터우의 신구개발지역과 북한 평안북도 용천·남신의주 중간지점에 건설될 것으로 열려진 신압록강대교가 16일 오후 단둥 신구개발지역 공사현장 주변 조감도에 표시되어 있다. ⓒ 권우성


이러한 동북진흥계획 추진과 북중경협의 확대와 관련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이 SOC(사회간접자본)부문에 대한 투자 활성화이다. 중국은 동북지역의 경제발전에 필요한 철도, 도로, 발전소, 항만, 공단조성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였으며, 이는 북중경협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기 북중경협은 양측의 직접적 수요가 있는 광물자원, 식량, 에너지원 및 생필품 등의 단순 물자교역이 주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양국간 무역량의 증가효과를 거두긴 했지만, 북중 간의 경제적 연계성 강화나 경제협력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는 북중 경협의 물리적 연계성을 강화하는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의 단동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제2압록강교 건설에 양측이 합의하여 금년중에 착공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랴오닝성의 '5점 1선 발전전략'(랴오닝성 다롄, 단동 등 발해만 연안의 5대도시의 공업지구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단동-신의주 연계발전 방안도 양측이 심도있게 논의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02년 신의주를 특별행정구로 지정하고, 중국 기업인인 양빈을 행정장관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당시 북한의 시도는 2002년 10월 2차 북핵문제의 대두와 중국의 비협조로 인해 좌절되었다. 따라서 최근 북중 경협확대 속에서 북한 신의주특구의 개발 가능성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북중 경협의 물리적 연계성 강화와 관련해서 최근 가장 주목되는 것이 '창지투 선도구 개발계획'(지린성의 창춘-옌지-투먼의 교통인프라를 축으로 개발과 대외개방 추진계획)과 라선특별시의 개발이다. 지금까지 북중경협의 중심이 단동-신의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지린성과 두만강 연안의 경제협력은 정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지역은 최근 북중경협의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2005년부터 '하나의 핵과 두개의 축'(하나의 핵이란 중국 길림성 훈춘시를 국제물류단지 및 선진개방형의 변경세관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며, 두개의 축이란 러시아에 대한 '도로·항만·세관'과 북한에 대한 '도로·항만·구역'의 물류통로를 지칭함) 건설을 돌파구로 삼아 두만강지역 개발과 관련된 5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5대 프로젝트 중에서 북한과 관련된 것이 바로 훈춘-라선 '도로·항만·구역 일체화' 프로젝트이다. 이미 중국 기업이 라진항에 대한 10년간의 사용권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지린성의 입장에서 볼 때 라진항의 확보는 자신들의 숙원사업인 '차항출해(借港出海)'를 성사시킨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1990년대 초반에 라선지역을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하였지만, 이후 핵문제를 비롯한 국제정치적 요인과 투자환경 미비 등의 경제적 요인 등으로 인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통해 라선지역의 경제개발 효과를 볼 수 있다면 북한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해 말에 라선지역을 현지지도 하고, 금년 1월에는 이 지역을 특별시로 지정하면서 경제무역지대법을 개정한 것도 향후 본격적인 개발과 대외개방을 대비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도 대외개방 대비 조치 취해

이와 같이 최근 북중경협이 양측 경제의 상호 연계성을 제고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북중경협에 따른 북한경제 발전효과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와의 대외경제협력 확대가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갖고 있지만, 현재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 및 지경학적 관계를 고려할 때 그 파장 및 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말 화폐개혁을 단행하였고, 12월에는 외자유치 및 경제발전을 주도할 국가개발은행과 대풍그룹을 조직하였다. 북한의 화폐개혁의 부작용과 이후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기사가 범람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북한 화폐개혁의 성패를 단정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화폐개혁이 단행된 지 4개월 밖에 안 되고 북한 당국이 의도한 일부 목표(시장세력 통제, 재정확보 등)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는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화폐개혁의 성과가 아니라 북중경협과의 연관성이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북으로 양국간 경제협력에 대해 기본적인 합의를 한 이후 화폐개혁을 단행하고, 라선시에 대한 개방조치와 대외자본 유치를 위한 기구를 창설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이다. 화폐개혁의 성공여부는 모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공급물량의 확대에 달려있다.

단기적으로 북한경제의 정상화나 산업생산가동률이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다면, 부족한 식량과 생필품은 중국으로부터의 지원이나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2002년 7·1조치 이후 주저하던 화폐개혁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은 단기적으로는 북중 경협확대, 중장기적으로는 북한경제 정상화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경제 정상화의 유력한 수단으로 외자유치 및 대외경제협력 확대를 제기한 것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북한의 핵문제가 남아 있고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에 투자할 국가는 중국 외에는 없다.

최근 북한의 투자유치 방향을 살펴보면 우선, 투자대상국은 핵문제 해결 이전에는 중국기업을 집중 유치하고, 핵문제 해결 및 북미관계 개선이후에는 서방권 국가로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둘째, 투자대상은 우선 교통, 전력, 통신 등 사업인프라를 우선 개발하고, 이후 외자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투자지역은 라선, 신의주 등의 기존의 경제특구에서 시작하여, 이후 평양, 남포, 원산 등 추가 개방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해 말 대풍그룹과 국가개발은행을 조직하는 과정에서 중국 측과 상당한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풍그룹 총재에 조선족인 박철수가 임명된 것도 이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기업들은 2000년대 중반이후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고, 북한은 외자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의 해외투자기업들이 대부분 중대형 국유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중국 정부와의 조율하에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더구나 북한같이 정치적으로 특수한 관계이고 투자리스크도 높은 지역에 투자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결국 북한경제발전에 관건인 외자유치 및 대외경제협력도 북중경협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북중경협이 최근 들어 과거와 달리 전면적·포괄적으로 확대되면서 남북경협 위축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유엔의 대북제재 하에서 '선 비핵화'를 고집하는 남한 정부의 대북 정책도 이러한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은 과거부터 한 국가에 자신들이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하여 왔다. 냉전시기에는 중국과 구소련 간의 균형을, 2000년대 이후에는 북중경협과 남북경협의 균형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이 이러한 균형보다는 '개발과 발전'에 보다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라선지역을 비롯하여 평양도시현대화나 외자유치에 남측 기업이 참여하는 것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박철수 대풍그룹 총재는 최근 남측 언론과의 인터뷰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고, 남측 기업인들과의 접촉과 투자유치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입장으로서는 굳이 남한을 투자대상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민족경제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남한 기업의 유치에 더 이상의 특혜를 베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개성공단에 대한 임금현실화와 토지임대료 인상 등의 요구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반도경제공동체․동북아경제협력 주도권, 중국이 장악 우려

북한경제 발전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남한 단독으로 이를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중경협과 이를 통한 북한경제의 발전은 한반도 전체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 그러나 북중경협의 확대에 비례해서 남북경협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국기업들이 이미 북한의 광물자원과 토지개발사업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북한산업에 필요한 자본재나 원부자재가 중국산으로 고착될 경우 결국 북한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북한 당국의 의지와 무관하게 시장과 산업현장의 원리에 따라 북중경협이 중심이 되고 남북경협은 주변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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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겸임교수 ⓒ 유성호


이 경우 한반도 경제공동체 또는 동북아 경제협력에서 주도권은 중국이 장악하게 될 것이며,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 경제개발 효과도 우리보다는 중국의 동북3성이 독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인해 기존의 개성공단 사업과 금강산관광사업도 존폐위기에 처해 있다. 남한 당국은 북중경협 확대에 따른 남북경협 위축을 걱정하기 보다는,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경협 위축이 북한을 중국과의 경협확대로 내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중경협 #동북진흥계획 #동북아경제협력 #대풍국제투자그룹 #화폐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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